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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2

다문천(多聞天)





일본의 완구회사 '카이요도(KAIYODO)'에서 제작하는 피규어 브랜드, '리볼텍(REVOLTECH)'의 새 시리즈인
 
'TAKEYA'의 제 1호, '다문천(多聞天)'이다. 'TAKEYA'는 이 시리즈가 세계적인 조형사 타케야 타카유키의 지

휘 아래 제작되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따로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유명한 디자이너인 듯 하나, 이

분야에는 과문하여 아는 바가 없다. 



완구의 일종인 '피규어'는 비싸기도 하고 딱히 둘 곳도 없고 하여 눈길을 보내는 법이 별로 없는데, 흔히 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을 딴 다른 피규어들과 달리 불상을 모델로 한 것이 눈을 확 이끌었다. 불교와 힌두교의 신적 존

재들에 대해서는 인도 여행을 전후하여 큰 관심을 가져왔던 터이다.   









'리볼텍' 브랜드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

든 제품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컨셉은 '가동관절'이다. 즉 관절을 움직여서 다양한 포즈를 만들 수 있는 피

규어라는 뜻이다. 구입하여 박스에서 꺼내면 위에서 보는 것처럼 바비 애인 켄과 같이 딱딱한 모양이지만, 이리

저리 관절들을 움직이면 꽤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전공에서 자주 쓰는 도구인, 중국의 인명과 문물 등을 가장 많이 기

록해 놓았다고 평가받는 '한어대사전'에는 다문천을 어떻게 기록해 놓았는지 궁금하여 공부 삼아 찾아 보았다.
 
'다문천'으로는 찾을 수 없었고, 별칭인 '비사문천왕'에 기록이 있었다. 



[毗沙門天王] : 佛教語梵語的譯音佛經所說四天王之一又名多聞天王俗稱托塔天王佛教中爲護法的天神我國唐宋時敕諸府軍建天王堂奉祀之...太平廣記卷二一四引宋景煥野人閑話·應天三絕》:毗沙大像何光輝手擎巨塔淩雲飛


거칠게나마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비사문천왕] : 불교에서 쓰는 말로, 범어(梵語)의 음역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천왕 중 하나로 '다문천왕'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는 '탁탑천왕'이라고 칭한다. 불교에서 호법(護法)을 맡은 천신이다. 당나라와 송나라에서는 뭇 부()와 주()의 군()에 칙령을 내어 천왕당(天王堂)을 짓게 하고 받들어 모셨다... 태평광기(太平廣記)이백십사 권에 실린 송나라 경환(景煥)야인한화(野人閑話응천삼절(應天三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비사문천의 큰 상은 어찌나 빛나는고. 손에는 큰 탑 들고 구름 타고 나르는구나.’



대상(大像)이 큰 동상을 말하는 것인지, 커다란 모습을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기에서는 '큰 상'으로

번역했다.









또 다른 자세.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은 탑 모양인데, 다문천의 또 다른 이름인 '탁탑천왕'에 관한 기록에서 이

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托塔天王] : 佛教四大天王之一即北方多聞天王梵名毗沙門爲佛教的護法天神和賜福天神管領羅刹夜叉掌擎舍利塔故俗稱托塔天王唐宋時敕諸府州軍建天王堂祀之元時建東南西北旗繪其像於旗上。《封神演義》、《西遊記均有托塔天王李靖謂系哪吒之父。《水滸傳有托塔天王晁蓋則借作綽號


마찬가지로 부족하게나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탁탑천왕 : 불교 사대천왕 중 하나이다.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을 말하는 것으로, 범명(梵名)은 비사문(毗沙門)이고,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복을 내리는 천신이다. 나찰(羅刹)과 야차(夜叉)를 거느리며, 손바닥에는 사리탑(舍利塔)을 들었다. 그래서 세속에서는 탁탑천왕(托塔天王), 탑을 받치고 있는 천왕)이라고 칭한다. 당송 때에, 뭇 부()와 주()의 군()에 칙령을 내어 천왕당(天王堂)을 짓게 하고 받들어 모셨다. 원나라 때에는, 동서남북에 깃발을 세우고, 깃발 위에 각기 그 모습을 그려 넣었다. 봉신연의(封神演義)서유기(西遊記)에 모두 탁탑천왕 이정(李靖)이란 자가 있는데, 나타(哪吒)의 아버지라고 하였다. 수호전(水滸傳)에는 탁탑천왕 조개(晁蓋)가 있는데, 그 이름을 빌려다가 별명으로 지은 것이다.




손에 든 것이 곧 사리탑인 것은 알게 되었으나, 왜 다문천왕만 사리탑을 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불교와 많

은 유사성을 지닌 힌두교에도 손에 산이나 탑을 들고 다니는 신들이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지형학적인 '대륙

적' 기상에서 발원한 것일까? 발 밑에 밟고 있는 것은 '악인(惡人)'이라는 평소의 지식이 있는데, 어디로부터 얻

은 것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틀린 지식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전에서도 더 이상은 찾을 수 없어, 불교문

학에 식견이 있는 선배를 만나게 될 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얼마나 악인이길래 내내 밟혀 있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게 될 때까지는, 마냥 불쌍하기만 한 악인. 엉덩

이에 난 것은 악행의 결과로 얻은 종기가 아니고 다문천왕 피규어의 발을 끼우기 위한 조형적 장치이다. 다문천

왕 피규어의 발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끼워넣어 여러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고정시킨다.









도톰한 불알까지 잘 표현되어 한층 더 불쌍해 보이는 악인. 그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시간이 날 때 꼭 심층적

으로 찾아 보아야 하겠다.




타케야 시리즈는 막 출시된 1호 다문천을 포함하여 나머지 삼방(三方)의 신인 광목천, 증장천, 지국천과 아수라

까지의 다섯 개의 제품이 올 해 출시될 것을 예고하였다. 근래 구입한 물품들 가운데 가장 큰 만족감을 주었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주인공 피규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리즈라 언제 정식수

입이 끊길지 몰라 냉큼 예약을 걸어두고 싶지만, 이번 달 말 생애 두 번째의 해외여행을 예약해 둔 터라 당분간

은 긴축재정. 벼락같은 공돈이나 뜻밖의 일거리가 생기게 되면 구입하기로 마음먹는 피눈물을 흘렸다.



책상의 한켠에 놓아두니, 공부하는 마음 틈으로 스며드는 소악마들을 후려쳐줄 것만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한동안은 책상 위 메인 캐릭터. 믿고 열심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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