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완구회사 '카이요도(KAIYODO)'에서 제작하는 피규어 브랜드, '리볼텍(REVOLTECH)'의 새 시리즈인
'TAKEYA'의 제 1호, '다문천(多聞天)'이다. 'TAKEYA'는 이 시리즈가 세계적인 조형사 타케야 타카유키의 지
휘 아래 제작되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따로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유명한 디자이너인 듯 하나, 이
분야에는 과문하여 아는 바가 없다.
완구의 일종인 '피규어'는 비싸기도 하고 딱히 둘 곳도 없고 하여 눈길을 보내는 법이 별로 없는데, 흔히 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을 딴 다른 피규어들과 달리 불상을 모델로 한 것이 눈을 확 이끌었다. 불교와 힌두교의 신적 존
재들에 대해서는 인도 여행을 전후하여 큰 관심을 가져왔던 터이다.
'리볼텍' 브랜드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
든 제품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컨셉은 '가동관절'이다. 즉 관절을 움직여서 다양한 포즈를 만들 수 있는 피
규어라는 뜻이다. 구입하여 박스에서 꺼내면 위에서 보는 것처럼 바비 애인 켄과 같이 딱딱한 모양이지만, 이리
저리 관절들을 움직이면 꽤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전공에서 자주 쓰는 도구인, 중국의 인명과 문물 등을 가장 많이 기
록해 놓았다고 평가받는 '한어대사전'에는 다문천을 어떻게 기록해 놓았는지 궁금하여 공부 삼아 찾아 보았다.
'다문천'으로는 찾을 수 없었고, 별칭인 '비사문천왕'에 기록이 있었다.
[毗沙門天王] : 佛教語。梵語的譯音。佛經所說四天王之一。又名多聞天王。俗稱托塔天王。佛教中爲護法的天神。我國唐宋時敕諸府、州、軍建“天王堂”奉祀之。...《太平廣記》卷二一四引宋景煥《野人閑話·應天三絕》:“毗沙大像何光輝,手擎巨塔淩雲飛。”
거칠게나마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비사문천왕] : 불교에서 쓰는 말로, 범어(梵語)의 음역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천왕 중 하나로 '다문천왕'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는 '탁탑천왕'이라고 칭한다. 불교에서 호법(護法)을 맡은 천신이다. 당나라와 송나라에서는 뭇 부(府)와 주(州)의 군(軍)에 칙령을 내어 천왕당(天王堂)을 짓게 하고 받들어 모셨다... 《태평광기(太平廣記)》 이백십사 권에 실린 송나라 경환(景煥)의 《야인한화(野人閑話)·응천삼절(應天三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비사문천의 큰 상은 어찌나 빛나는고. 손에는 큰 탑 들고 구름 타고 나르는구나.’
대상(大像)이 큰 동상을 말하는 것인지, 커다란 모습을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기에서는 '큰 상'으로
번역했다.
또 다른 자세.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은 탑 모양인데, 다문천의 또 다른 이름인 '탁탑천왕'에 관한 기록에서 이
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托塔天王] : 佛教四大天王之一。即北方多聞天王,梵名毗沙門,爲佛教的護法天神和賜福天神。管領羅刹、夜叉,掌擎舍利塔。故俗稱托塔天王。唐宋時,敕諸府州軍建天王堂祀之。元時建東南西北旗,繪其像於旗上。《封神演義》、《西遊記》均有托塔天王李靖,謂系哪吒之父。《水滸傳》有托塔天王晁蓋,則借作綽號
마찬가지로 부족하게나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탁탑천왕 : 불교 사대천왕 중 하나이다.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을 말하는 것으로, 범명(梵名)은 비사문(毗沙門)이고, 불교에서 불법(法)을 수호하고 복을 내리는 천신이다. 나찰(羅刹)과 야차(夜叉)를 거느리며, 손바닥에는 사리탑(舍利塔)을 들었다. 그래서 세속에서는 탁탑천왕(托塔天王), 탑을 받치고 있는 천왕)이라고 칭한다. 당송 때에, 뭇 부(府)와 주(州)의 군(軍)에 칙령을 내어 천왕당(天王堂)을 짓게 하고 받들어 모셨다. 원나라 때에는, 동서남북에 깃발을 세우고, 깃발 위에 각기 그 모습을 그려 넣었다. 《봉신연의(封神演義)》와 《서유기(西遊記)》에 모두 탁탑천왕 이정(李靖)이란 자가 있는데, 나타(哪吒)의 아버지라고 하였다. 《수호전(水滸傳)》에는 탁탑천왕 조개(晁蓋)가 있는데, 그 이름을 빌려다가 별명으로 지은 것이다.
손에 든 것이 곧 사리탑인 것은 알게 되었으나, 왜 다문천왕만 사리탑을 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불교와 많
은 유사성을 지닌 힌두교에도 손에 산이나 탑을 들고 다니는 신들이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지형학적인 '대륙
적' 기상에서 발원한 것일까? 발 밑에 밟고 있는 것은 '악인(惡人)'이라는 평소의 지식이 있는데, 어디로부터 얻
은 것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틀린 지식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전에서도 더 이상은 찾을 수 없어, 불교문
학에 식견이 있는 선배를 만나게 될 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얼마나 악인이길래 내내 밟혀 있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게 될 때까지는, 마냥 불쌍하기만 한 악인. 엉덩
이에 난 것은 악행의 결과로 얻은 종기가 아니고 다문천왕 피규어의 발을 끼우기 위한 조형적 장치이다. 다문천
왕 피규어의 발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끼워넣어 여러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고정시킨다.
도톰한 불알까지 잘 표현되어 한층 더 불쌍해 보이는 악인. 그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시간이 날 때 꼭 심층적
으로 찾아 보아야 하겠다.
타케야 시리즈는 막 출시된 1호 다문천을 포함하여 나머지 삼방(三方)의 신인 광목천, 증장천, 지국천과 아수라
까지의 다섯 개의 제품이 올 해 출시될 것을 예고하였다. 근래 구입한 물품들 가운데 가장 큰 만족감을 주었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주인공 피규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리즈라 언제 정식수
입이 끊길지 몰라 냉큼 예약을 걸어두고 싶지만, 이번 달 말 생애 두 번째의 해외여행을 예약해 둔 터라 당분간
은 긴축재정. 벼락같은 공돈이나 뜻밖의 일거리가 생기게 되면 구입하기로 마음먹는 피눈물을 흘렸다.
책상의 한켠에 놓아두니, 공부하는 마음 틈으로 스며드는 소악마들을 후려쳐줄 것만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한동안은 책상 위 메인 캐릭터. 믿고 열심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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