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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인(仁)의 한가지 해석- 백규

백규, 라는 사람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사람으로, 당대에 4공자라고 불리웠던 네명의 군君

( 어이 거기 아가씨, F4가 아니라구. 만화 좀 그만 봐. ) 들 중 그 세력이 가장 융성했고 일가가

번성했던 맹상군 전문, 그 맹상군의 양아버지뻘 되는 인물이다. 본래 사족이었으나 그 신분을 떨쳐

버리고 당시만 해도 천시받던 상인의 길로 접어들어 마침내 생전에 상(商)의 신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남자이다.


'상(商)'이라는 '일', 즉 '상업(商業)'은 중국의 고대 국가인 하은주에 앞서 존재했다고 알려지는

초고대 국가, 상(商)나라에서 비롯된 말이다. 세 나라들 중 처음인 하나라마저도 꽤 유물이 발견된

은나라에 비해 사적상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취급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보다 앞선

상나라는 그저 중국의 역사를 더 늘리기 위한 조작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존재했

던 나라인가 아닌가의 논의를 제하고라도, 역사학자들의 기억에나 남아 있는 하나라에 비해 상나라

는 상업(商業), 상인(商人)이라는 말에 남아 오늘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물건을 움직이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것이

기원전 18세기의 상나라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 물건을 움직이는 행위를 '상(商)'이

라고 칭하기로 한 것이다.


기원전 18세기이면 오늘날까지 근 3000여년에 해당하는 역사이다. 그러한 기나긴 상업의 역사에서

도, 중국인들은 최고의 상인으로 백규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상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국인들이 최고의 지도자형으로 꼽는 '무치의 인물'이다. '무치'는 다스

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불가사의한 운이 따르는 사람을 중국인들은

최고의 지도자 모델로 삼는다. 대표적인 인물로 한고조 유방, 그리고 촉의 선제 유비가 있다.

이러한 민중의 신망을 바탕으로 그는 한 시대를 당당히 풍미하며 일국의 제후들까지도 마음대로 조

종할 수 있는 인물이 된다. 춘추전국시대였기때문에 등장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시대와 다른 호흡을 하는 인물형은, 언제나 내게 관심의 대상이다.


이렇게 흥미를 가지고 있던 백규라는 인물이 남긴 말을, 오늘 잡은 책에서 문득 읽고는 크게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 여기에 옮겨 적는다.


'인간을 사랑하면 용기가 솟구쳐 오르는 법이다. 저편에 있는 것을 사랑하면 인(仁)이라 하지만,

이편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은 인이라 하지 않는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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