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쳐다도 안 보고 원포인트로 한우만 먹고 온다, 는 계획으로 횡성에 다녀왔다. 새해를 맞이하며 새 가계
부까지 구매하신 일등주부 김 주부께서 알아보니, 한우마을 인근에 성우 리조트가 있는데 서울로 왕복하는 무
료 셔틀을 운영하고 있었다. 양재역에서 타고 두 시간 잘 자고 나니 횡성. 주차장 바로 앞에 스키장이 있었는데,
생애 처음 가 본 스키장이라 들어가는 것까지는 공짜인 것을 몰랐던 터라 몹시 신기했다.
성우 리조트에서 한우마을이 있는 둔내면까지는 또 무료 셔틀이 있었다. 셔틀을 타러 가는 길에 눈에 띈 산.
잘 보면 백곰 같기도 하고, 양 같기도 하고. 무척 아름다웠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바 가장 유명한 집이었던 통나무집. 곧 강남에도 분점을 연다고 한다.
오래 되어서 유명하기도 하지만 최근에 포스트가 많았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가격 인하 때문. 소고기 값이 내
려간데다, 다른 집에서 야채값, 숯불값 등을 합하여 따로이 받는 '자릿세'가 없다는 것이 메리트였다. 싸다지만
평소에 소고기를 먹어 봤어야 비교를 하지. 얼마가 됐든 배 찰 때까지 먹고 본다고 생각하고 내려간 것이라 명
품 모듬 A 2인분부터 시켜봤다.
계산대 옆에서 이루어지는 해체 작업. 시각적 효과를 노린 것일까? 접시에 담기는 양이 적은 것만 주로 눈에 띄
었다.
받아들고 자리로 간다.
동행하였던 역삼동 김 양. 이 블로그에는 첫 데뷔. 한우 2인분 접시보다 작은 얼굴이 매력 포인트.
근래 밀고 있는 빙구 헤어스타일.
한우가 익는다.
지글지글.
횡성까지 가서 한우 구워먹는데 마실 맥주가 카스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
부위를 바꿔가며 지글지글. 소고기는 소금장에만.
다시 등장한 김 양. 고깃집 연통보다 작은 얼굴이 재차 매력 포인트.
인터넷에서 본대로 더덕도 구워 먹는다.
더덕은 거뭇거뭇해질 때까지 구워먹는 것이 키포인트였다.
나는 어느 지역에 가든 선지해장국은 꼭 한 그릇씩 먹어본다. 한우 집은 뭐가 좀 다른지 시켜봤다. 오천 원의 가
격에 기본에 충실한 맛. 큼직한 선지. 훌륭하다.
함께 시킨 칠천 원 짜리 육회비빔밥. 나는 비빔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한우로 이미 팔 할 기름칠을 한 배를
부여잡고 꾸역꾸역 먹었다. 서울에 낸다는 분점에서 이 가격에 점심식사로만 팔아주면 매일 가서 먹을텐데, 그
럴리는 없겠지. 식사가 아니라 후식 쪽 메뉴로 들어갈 것 같다.
한우로 채운 팔자 좋은 배를 달고 도로 성우 리조트로 올라가는 셔틀을 찾아서 둔내면을 어슬렁어슬렁. 면 단위
메인 스트리트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게임랜드를 발견했지만 불행히도 오늘은 영업일이 아니었다.
야호. 솔로인 삼십대들아 힘내자.
이런 신부가 지구촌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어.
다시 한 번 스키장에 들어가 까닭 없는 승리 포즈. 다음 번엔 꼭 타러 와야지. 12월도 이틀밖에 안 남은 오늘은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탐욕스레 먹어댄 하루였다. 피가 온통 장 쪽에 가 있어서 오늘은 멍청이 일기를 쓰고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