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기에 유난히도 많이 만났던 졸부들, 재산의 증식 폭과 반비례했던 그들의 인격, 그래서 함께
싫어하게 된 졸부네 집의 특성, 번쩍번쩍한 옻칠 가구, 뻔한 내용의 표구, 일관성 없는 컨셉의 장식
장,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 두가지 부러웠던 것, 대각선으로 선 양철제 미니카, 그리고 꼭두각시 인형
군대처럼 키 높이로 줄서 있던, 양주 미니어처.
이십대의 중반이 넘어서야 마침내 한 번 다녀온 해외 여행, 알게 된 유용한 정보, 기념품으로는 양주
미니어처가 좋다, 싸니까, 입국 때에 간편하게 사면 다른 기념품들처럼 여행 내내 들고 다니지 않아
도 되니까, 술 싫어하는 한국 사람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알게 되어도, 주위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된 나이가 되어서, 큰 장식장의 한 칸
을 반쯤 채울만큼 양주 미니어처를 받아도, 아직도 받으면 헤벌쭉, 볼 때마다 신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한숨 쉬며, 아아, 이건, 평생 가야 졸부 못 넘어갈 물건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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