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에 다녀온 뒤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여기저기 신청해 놓은 면접들을 보러 다니고 또 그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기장에 적는 글의 기준으로 무엇보다 솔직함을 꼽고 있기에 쓰지 못할 일이나 하지 못
할 말은 딱히 만들지 않고 살지만, 그래도 쓰기 싫은 것을 굳이 한가지 꼽으라면 무엇으로 호구지책을 삼는지
정도일 것 같다. 공부 외의 시간을 들여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학기 나는 한 고등학교에 방과후 학습 선생님으로 출강을 하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에 비하면 수입이 형편
없고, 이름이 난 학교라 강단에 서기 전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공교육의 일원이 되어, 학교의
교실에서, 삼십 명이 넘는 교복들을 앉혀 놓고, 준비해 간 강의록을 손에 들고 강의를 하고 있노라면 밥벌이의
피곤함도 어느 정도는 잊을 수 있다. 오후 네 시부터 다섯 시 십 분까지의 방과후 학습이라 수업 종이 치면 아이
들은 저녁밥을 위해 식당으로 줄달음을 쳐 빨리 줄을 서야 하는데, 그럼에도 조금만 더 설명을 해 달라는 말을
듣거나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들으면 단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것만은 아니
구나, 하고 조금 더 위로가 된다.
그래도 아무튼 일은 일인지라, 몸이 피곤한 날도 있고 마음이 피곤한 날도 있어 요새의 귀갓길은 마냥 즐겁지만
은 않은데, 꽤 오래 전에 찍어 두었던 사진이 갑자기 눈에 들어와 이런 내용에 붙여 함께 올린다. 아이폰으로 찍
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광경. 마침 둘러보아도 사람 하나 없는. 연극보다 더 연극같은 일상의 공간. 덕분에 위
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