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장르 중에 만시輓詩라는 것이 있다. 죽은 이에게 부치는 시이다. 말하자면, 받을 이 없는
시로,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순환하는 이와 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고서는 애당초 그 성립이 허용되지 않는 문학인 것이다. 그러한, 만시다.
근래 한 수업의 발표를 위해 혜환 이용휴라는 문장가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 18세기에 문장가 둘을
꼽으라면 연암과 혜환이라고 할 정도로 당대의 으뜸가는 문사였지만 아들인 금대 이가환이 서학자
로 몰려 집안이 멸문당한 뒤로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문학사에서 그의 글
을 다루기 시작한 것도 고작 10여년 전이라고 하니 명성에 비해 오랜 세월 받아온 냉대를 짐작할
만 하다.
18세기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파격의 문학이 성행했는데, 혜환은 그 선봉장이자 이후 후학들의
정신적 지주라 부를 만한 문사였다. 특히 산문과 만시에 능했다고 하는데, 수업에서는 커리큘럼 상
산문가로서의 이용휴에 대해 조명하게 되었지만, 실상 내가 절절하게 고쳐 읽은 작품은 대개 그의
만시들이었다. 만시는 그 속성상 매너리즘이나 지나친 센티멘털리즘으로 흐르기 쉬운데, 혜환은
수많은 만시들을 지으면서 (만시를 그렇게 많이 지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점이다.) 단 한 번도 같은
표현이나 비유를 쓴 적이 없다. 단순히 그것 만이라면 세상에 흔한 재사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 내
용에 있어 슬프다거나 그립다 등의 형용사로 바로 표현하지 않고, 슬픔과 기쁨, 생과 사에 달관한
말투로 물 흐르듯 떠나는 사람에게 고개 숙여 말을 읊는다. 당신께서 바라셨던 바는 아니겠지만,
그 장중하면서도 초탈한 마음가짐에 조응한 후학은 그래서 요새 영 마음이 좋질 않다. 수업의 발표
때문에 찾아간 교수님께 요사이의 그러한 고충을 말씀드렸더니, 그래서 사람들이 만시는 연구하지
말라고 하더라, 라고 말씀해 주셨다. 과연 그랬나, 하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시로,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순환하는 이와 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고서는 애당초 그 성립이 허용되지 않는 문학인 것이다. 그러한, 만시다.
근래 한 수업의 발표를 위해 혜환 이용휴라는 문장가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 18세기에 문장가 둘을
꼽으라면 연암과 혜환이라고 할 정도로 당대의 으뜸가는 문사였지만 아들인 금대 이가환이 서학자
로 몰려 집안이 멸문당한 뒤로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문학사에서 그의 글
을 다루기 시작한 것도 고작 10여년 전이라고 하니 명성에 비해 오랜 세월 받아온 냉대를 짐작할
만 하다.
18세기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파격의 문학이 성행했는데, 혜환은 그 선봉장이자 이후 후학들의
정신적 지주라 부를 만한 문사였다. 특히 산문과 만시에 능했다고 하는데, 수업에서는 커리큘럼 상
산문가로서의 이용휴에 대해 조명하게 되었지만, 실상 내가 절절하게 고쳐 읽은 작품은 대개 그의
만시들이었다. 만시는 그 속성상 매너리즘이나 지나친 센티멘털리즘으로 흐르기 쉬운데, 혜환은
수많은 만시들을 지으면서 (만시를 그렇게 많이 지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점이다.) 단 한 번도 같은
표현이나 비유를 쓴 적이 없다. 단순히 그것 만이라면 세상에 흔한 재사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 내
용에 있어 슬프다거나 그립다 등의 형용사로 바로 표현하지 않고, 슬픔과 기쁨, 생과 사에 달관한
말투로 물 흐르듯 떠나는 사람에게 고개 숙여 말을 읊는다. 당신께서 바라셨던 바는 아니겠지만,
그 장중하면서도 초탈한 마음가짐에 조응한 후학은 그래서 요새 영 마음이 좋질 않다. 수업의 발표
때문에 찾아간 교수님께 요사이의 그러한 고충을 말씀드렸더니, 그래서 사람들이 만시는 연구하지
말라고 하더라, 라고 말씀해 주셨다. 과연 그랬나, 하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