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를 65일 앞두고 드디어 내무반이 없어졌다. 근무지인 공항경찰대 교통계에는 후임들이 있지만,
이들은 실상 내가 있던 부대의 옆에 있는 전경 중대 소속으로, 파견의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것
이다. 어차피 하루 근무가 새벽 여섯시부터 밤 아홉시까지이니 진짜 후임과 다를 게 없잖냐고 생각
하기 쉽지만, 같은 내무반에 속한 후임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재규어 식으로 순위를 매기자
면, 후자는 아마도 솔거노비 정도이지만, 전자는 셀로판 테잎 정도랄까. 만약 기수가 1년 정도 차이
가 난다면, 정말 숨쉬는 걸 빼 놓고는 뭐든지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속해 있는 의경 부대는 작년 6월부터 의경자원감소에 따른 자체소멸 부대로 지정되어 있었다. 말하자
면, 신병은 더 없고 있는 애들 다 제대하거들랑 없애라는 것이다. 하루 중 마주치는 일이십명의 아이
들은 전부 후임이지만, 실제로 소속까지 같은 진짜 후임은 올 12월 제대 예정인 수경 2호봉의 의경
하나. 하나둘씩 제대를 하고 이제는 올해 내에 모두 제대하는 넷만이 남아, 대원 넷 관리하자고
가뜩이나 모자란 경찰 직원 한 명을 배치할 수는 없다는 경비교통과장의 냉엄한 판단 하에, 내일부
터 나는 공항의 지하 1층에 있는, 외근대원들이 근무 사이사이에 대기하는 대기소에서 숙식을 하게
된다.
숙소는 공항 지하 1층, 사무실은 공항 지상 1층. 그야말로 진정한 상주직원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공항내에는 헬스장과 샤워장, 서점에 편의점까지 없는 게 없는 터라 생활조건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곳이 애당초 '대기소'이기 때문에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시끄럽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하 1층이기 때문에, 1주일 정도 지내면 멀쩡하던 사람도 밭은기침을 하
기 시작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거칠게 항의해 보고 싶지만 지하 1층을 전체 환기하는 데에만 한번
에 천오백만원이 들어간다니 과연 세계 1위 공항 이라고 생각하며 입다물고 있을 수 밖에.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탓에 사석은 물론 이곳에조차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군생활,
혹자는 편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해 오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편한 것
은 사실이다. 6월 한달에만 프렌즈 다섯 시즌 감상과 파이어 엠블렘 봉인의 검, 열화의 검, 성마의
광석 클리어의 대업을 달성했을 정도.) 꼬일 대로 꼬인 채로 어쨌든 꾸역꾸역 채워 왔는데, 이제 와
서 더 나빠져 봐야 그게 그거지, 얼른 집에나 가자 하며 참을 뿐이다. 참고 또 참는 것, 공항경찰대는
나를 참된 군인으로 키워 주었다. 박정희가 봤으면 참 유신 훈장이라도 줬을 것이다.
창천항로 33권이 빨리도 나왔다. 어차피 내용이 조조의 일생이라, 죽을 때쯤 되면 끝나겠지 하고 당
연한 예상은 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34권으로 완결이 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한다. 순욱이
죽고 순유가 죽고 하후연이 죽었으니 슬슬 조조 차례라 생각은 하지만. 열성을 가지고 수집하는 만화
가 종결되는 것을 보는 것은 두번째의 일이다. 첫번째는 저 위대한 <아기와 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여름맞이 추리소설 40%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흑흑. 레이몬드 챈들러의
책을 산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이래서 인터넷 샤핑 몰은 얄궂다니까. 텐바이텐에서도 한두번
당한 것이 아니다.
새로 보이는 이름은 제해 놓고, 헌책방에서 발견하면 꼭 사 둬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들만 모아 놓아
도 얼추 십만원. 정말이지 복권이 간절하다. 교보문고 사장 손녀라도 어떻게 친해질 방법이 없을까.
<한국 현대사 산책 1990년대> 세권과 <과학으로 여는 세계의 불가사의> 세권. 할인에 할인을 거듭
해 줬는데도 6만원이 훌쩍 넘는다. 미안. 70만원쯤 있을 줄 알았던 저금통에는 딱돈 60만원이 들어
있었다. 월급을 받는 나머지 두달동안은 정말 라면만 먹고 살아야겠다.
다음주면 드디어 60일이 깨진다. 슬슬 끝이 보이는구나, 생각하니 설렘 반, 한숨이 반이다.
이들은 실상 내가 있던 부대의 옆에 있는 전경 중대 소속으로, 파견의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것
이다. 어차피 하루 근무가 새벽 여섯시부터 밤 아홉시까지이니 진짜 후임과 다를 게 없잖냐고 생각
하기 쉽지만, 같은 내무반에 속한 후임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재규어 식으로 순위를 매기자
면, 후자는 아마도 솔거노비 정도이지만, 전자는 셀로판 테잎 정도랄까. 만약 기수가 1년 정도 차이
가 난다면, 정말 숨쉬는 걸 빼 놓고는 뭐든지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속해 있는 의경 부대는 작년 6월부터 의경자원감소에 따른 자체소멸 부대로 지정되어 있었다. 말하자
면, 신병은 더 없고 있는 애들 다 제대하거들랑 없애라는 것이다. 하루 중 마주치는 일이십명의 아이
들은 전부 후임이지만, 실제로 소속까지 같은 진짜 후임은 올 12월 제대 예정인 수경 2호봉의 의경
하나. 하나둘씩 제대를 하고 이제는 올해 내에 모두 제대하는 넷만이 남아, 대원 넷 관리하자고
가뜩이나 모자란 경찰 직원 한 명을 배치할 수는 없다는 경비교통과장의 냉엄한 판단 하에, 내일부
터 나는 공항의 지하 1층에 있는, 외근대원들이 근무 사이사이에 대기하는 대기소에서 숙식을 하게
된다.
숙소는 공항 지하 1층, 사무실은 공항 지상 1층. 그야말로 진정한 상주직원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공항내에는 헬스장과 샤워장, 서점에 편의점까지 없는 게 없는 터라 생활조건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곳이 애당초 '대기소'이기 때문에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시끄럽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하 1층이기 때문에, 1주일 정도 지내면 멀쩡하던 사람도 밭은기침을 하
기 시작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거칠게 항의해 보고 싶지만 지하 1층을 전체 환기하는 데에만 한번
에 천오백만원이 들어간다니 과연 세계 1위 공항 이라고 생각하며 입다물고 있을 수 밖에.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탓에 사석은 물론 이곳에조차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군생활,
혹자는 편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해 오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편한 것
은 사실이다. 6월 한달에만 프렌즈 다섯 시즌 감상과 파이어 엠블렘 봉인의 검, 열화의 검, 성마의
광석 클리어의 대업을 달성했을 정도.) 꼬일 대로 꼬인 채로 어쨌든 꾸역꾸역 채워 왔는데, 이제 와
서 더 나빠져 봐야 그게 그거지, 얼른 집에나 가자 하며 참을 뿐이다. 참고 또 참는 것, 공항경찰대는
나를 참된 군인으로 키워 주었다. 박정희가 봤으면 참 유신 훈장이라도 줬을 것이다.
창천항로 33권이 빨리도 나왔다. 어차피 내용이 조조의 일생이라, 죽을 때쯤 되면 끝나겠지 하고 당
연한 예상은 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34권으로 완결이 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한다. 순욱이
죽고 순유가 죽고 하후연이 죽었으니 슬슬 조조 차례라 생각은 하지만. 열성을 가지고 수집하는 만화
가 종결되는 것을 보는 것은 두번째의 일이다. 첫번째는 저 위대한 <아기와 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여름맞이 추리소설 40%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흑흑. 레이몬드 챈들러의
책을 산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이래서 인터넷 샤핑 몰은 얄궂다니까. 텐바이텐에서도 한두번
당한 것이 아니다.
새로 보이는 이름은 제해 놓고, 헌책방에서 발견하면 꼭 사 둬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들만 모아 놓아
도 얼추 십만원. 정말이지 복권이 간절하다. 교보문고 사장 손녀라도 어떻게 친해질 방법이 없을까.
<한국 현대사 산책 1990년대> 세권과 <과학으로 여는 세계의 불가사의> 세권. 할인에 할인을 거듭
해 줬는데도 6만원이 훌쩍 넘는다. 미안. 70만원쯤 있을 줄 알았던 저금통에는 딱돈 60만원이 들어
있었다. 월급을 받는 나머지 두달동안은 정말 라면만 먹고 살아야겠다.
다음주면 드디어 60일이 깨진다. 슬슬 끝이 보이는구나, 생각하니 설렘 반, 한숨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