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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4

구경길

 

 

 

이십 분만 일찍 나오면 출근길은 구경길.

 

 

 

 

 

 

 

 

 

지금까지 만난, 버스에서 휴대폰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멋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도 버스가 덜컹거

 

려도 심사숙고 끝에 한 수를 내려놓던 장기 두는 형. 기종을 알 수 없는 네모큼직한 휴대폰 화면이 진짜 장기판

 

처럼 보이기도 하고 파르라니 깎은 머리까지 더하여 서울버스 한 가운데에서 선당의 기운을.

 

 

 

 

 

 

 

 

 

신호에 걸려 서 있는 사이. 버스 옆으로 오토바이 탄 청년이 들어오더니, 담배갑에서 돛대를 꺼내는 것과 동시에

 

들고 있던 담배갑을 그대로 놓아버린다. 구겨서 버리거나 멀리 집어던지는 것도 아니고 마치 빈 담배갑은 원래

 

부터 그 자리에 속한 것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비가 와서 미끄러워진 도로인데 비닐도 벗기지 않은 담배갑을

 

그대로 도로에, 그것도 네 바퀴짜리 차보다는 두 바퀴 오토바이에 더 위험할 것을 뻔히 알 법한 오토바이 타는

 

놈이. 저런 것도 안 가르쳐주는 공교육은 도대체 뭐하란 공교육이란 말인가.

 

 

 

 

 

 

 

 

 

고것 참 신통하고나. 술래잡기가 배로 재미있어질것만 같다.

 

 

 

 

 

 

 

 

언제적 다마고치인지도 모르겠는데 남았던 그 재고는 돌고돌아 스마트폰의 인기 게임 제목 하나 다시 붙이고 이

 

렇게 부활한다. 제조업의 위대함이 새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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