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새벽의 연구실에서 영화 '기담'을 보았다. 난장판인 여름 공포 영화 가운데라면 하나쯤 섞여 있
어도 괜찮은 작품인 듯 하지만, 그간 접해 왔던 이 영화에 관한 가열찬 호평들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
았다. '기대치가 있었으니까'라는 변명을 얹어 줘도 좋게 봐야 범작. 그러나 음향과 공포스러운 이
미지 몇 컷은 천하일품이었다. 며칠 전에 잠 깬답시고 '장화, 홍련'을 다시 보다가 비명을 지를 뻔
했는데, 스스로가 '기담'을 새벽에 혼자 볼 수 있는 위인이라 생각했던 것은 엄청난 과대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