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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2017. 10. 20. 쥐순이. 오랜만에 쓰는 일기이다. 팟캐스트 은 구성원의 변화로 인해 정리를 했다. 손꼽게 즐거운 시간이었던 만큼, 예전만큼 즐겁지 않은데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은 자신에게나 결과물로서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도 이따금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이전에 올렸던 에피소드들을 자기 전에 한 차례씩 듣는다. 어떤 것은 무척 재미있어서 듣다가 몇 시간이 지나는 수도 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첫 고양이 흰둥이를 들인 뒤, 몇 달의 격차를 두고 샴 고양이 한 마리와 러시안블루 고양이 한 마리를 차례로 데려왔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철제 캐비닛에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가둬 놓고 키우는 곳에서 비실거리는 모습이 눈이 밟혀 데려온 러시안블루 고양이는, 데려온 지 열흘이 .. 더보기
신촌을 떠났다 지금은 이사를 하고 맞는 첫 토요일의 아침.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을 기억의 재료 삼아 간단히 정리해두려 한다. 이사 일주일 전. 광명의 이케아 가서 휩쓸어온 가구들이 배송됐다. 그 가운데 혼자서 조립할 수 있어뵈는 것은 미리 좀 해두기로 했다. 손맛도 익힐 겸 스툴부터 조립해봤다. 요런 박스에 담겨있는 것을 까내어 하나하나 맞춰나가고 마침내 완성된 형태의 물건이 나타나면 스스로가 일등 목공이나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극부 때 무대 만들던 실력 어디 안 갔구만, 하는 개인적인 소회도 덧붙는다. 이것이 패착의 지름길이다. 다음 난이도인 티 테이블에도 도전해본다. 내가 쓸 일은 없고 이따금 방문할 손님용으로 산 것이다. 물건의 크기만 커졌지 조립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을 통찰하기란 .. 더보기
이사 다음달인 구월 초, 인천의 본가가 이사를 가게 됐다. 오륙년 생 아버지는 은퇴를 앞두고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싶다 하셨다. 기왕에도 우리 가족에게는 큰 집이긴 했다. 쓰러진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들어갔던 집인데 할머니는 이사를 며칠 앞두고 돌아가셨다. 그렇게 이렁구렁 이십여 년을 살아온 집이다. 인기 없는 중대형에서 인기 많은 중소형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니 경제적인 손해는 있을지언정,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는 것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본가에 남아있는 내 짐이 문제가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체로 나와서 산 생활이다. 정작 본가에 산 건 조각조각 다 모아봐도 사 년이 채 안 된다. 옷이 됐든 이불이 됐든 매일같이 긴요한 것들은 언제나 서울에 있었다. 본가에 있는 것은 없고서도 십 년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