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그라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찌방 라이방 평일에 나가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의 강의는 오후 네 시에 시작해서 다섯 시 십 분에 끝난다. 몇 주 전만 해도 퇴근 버스를 타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문득 흐른 침에 놀라며 차창 밖을 보면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 들어와 손발을 닦고 앉아도 방 안이 밝다. 그 핑계를 대고, 선물로 받았으나 귀하기도 하고 평생에 써 본 적이 없어 창피하기도 해서 고이 모셔두었던 라이방을 꺼내봤다. 밤새 번역이나 입력 작업을 한 뒤에는 훨 씬 큰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기도 하니 콧등 위의 무게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선그라스 하나를 쓴 것 뿐인 데, 괜한 웃음이 비직비직 새어나오고, 마치 이십 년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받아서 세계를 떠도는 여행객처럼 이 사람 저사람에게 상냥한 인사를 건네 보고도 싶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