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썸네일형 리스트형 구경길 이십 분만 일찍 나오면 출근길은 구경길. 지금까지 만난, 버스에서 휴대폰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멋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도 버스가 덜컹거 려도 심사숙고 끝에 한 수를 내려놓던 장기 두는 형. 기종을 알 수 없는 네모큼직한 휴대폰 화면이 진짜 장기판 처럼 보이기도 하고 파르라니 깎은 머리까지 더하여 서울버스 한 가운데에서 선당의 기운을. 신호에 걸려 서 있는 사이. 버스 옆으로 오토바이 탄 청년이 들어오더니, 담배갑에서 돛대를 꺼내는 것과 동시에 들고 있던 담배갑을 그대로 놓아버린다. 구겨서 버리거나 멀리 집어던지는 것도 아니고 마치 빈 담배갑은 원래 부터 그 자리에 속한 것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비가 와서 미끄러워진 도로인데 비닐도 벗기지 않은 담배갑을 그대로 도로에, 그것도 네 바퀴짜리 차..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