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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시계는 새벽 1시 53분에서 54분을 넘기는데 그 움직임이 섬뜩하다

복잡한 것들이 용트림치고 섞이는 가슴이 잠을 허락치 않아 뒤척거리다 시인지 산문인지 몇 줄 끄적

이는 것이 한장을 넘어가고 두장을 넘어가고 세장을 넘어간 뒤 무슨 내용인지 다시 한 번 주욱 읽어

보니 도무지 내용이라고는 없는 것이 시인지 산문인지 한장을 읽고 두장을 읽고 세장을 읽어봐도

여전히 모를 소리만 나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글이랍시고 언제 다시 일기를 쓰게 될지 몰라 하루에

두편쓰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주욱주욱 컴퓨터에 옮겨 적어 보고서 화면으로 다시 보니 여전히

시인지 산문인지 내용은 없는 터라 짧게나마 요약을 하려 주제문을 찾고 찾아 줄이고 또 줄이니 단

네 글자가 남았는데,


[일모도원]


해는 저물고 갈길은 먼데 어디에 서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이 내 복잡한 심정이 저리 간단히도 훌쩍

표현되는가 하는 마음에 한편 분하고 한편 탄복하여 적어 두고 고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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