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7

레고 크리에이터






주위의 분들은 익히 알고 있으시겠지만, 본인은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덴마크 레고 본사에 취직하

여 뼈를 묻었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레빠이다. IMF에 밀려 레고코리아가 철수하던 때 피눈물을 흘리

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모르실 테지만 피규어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레고는 장난감계에서 나름 이름

난 명품이신지라 집으로 모시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나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시리즈

처럼 레고에서도 라이센스를 따로이 지불하는 시리즈들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 (개중의 왕된 자는

뭐니 뭐니 해도 스타워즈 시리즈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최고가 상품은 무려 오십만원을 상회한다.

게다가 이것은 공산품 기준. 수제품의 세계로 가면 이것은 이미 정상적인 경제기준의 차원이라 할

수 없다.)


덕분에 돈줄이 끊긴지 반년이 지나가는 요즘에는 동네 문방구에서 레고의 모사품인 중국의 '브릭'

따위나 사다가 쪼닥거리는 것이 전부였었다. 정품 레고의 1/10, 혹은 심지어 1/100 인 경우도 있는

브릭은 가격대 만족비로 말한다면야 감복할 따름이지만, 장난감 자체로서 놓고 본다면 정말이지

형편없는 퀄리티라 할 수 있겠다. 레고가 일련의 다른 조립품들과 그 위상을 달리 하는 것은 무엇

보다도 모든 부품의 정밀한 사출상태이다. 문질문질 만지고 있으면 절로 눈이 감겨지는 표면, 태양

빛에 직접 비추어 봐도 그 재색을 잃지 않는 도색은 물론이거니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게 느껴

지는 조립의 손맛이, 너무도 빡빡하여 망치를 동원하여 끼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심지어 가끔은

박스의 그림과 전혀 다른 제품이 들어 있기도 하는 브릭 등의 모사품들과는 비교를 불허하게 만드

는 것이다.


그런 레고를 오래도록 두고 잊지 못 하다가, 오늘 지인이 한달 먼저 생일선물 삼아 베푼 은덕을 입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혹여나 저 깊숙한 곳에 부품을 잘못 박아 넣었더라도 정품 레고는 걱정할 것

이 없다. 하나하나 다시 떼어내고 다시 끼워넣으면 되는 것. 이것이 공명정대한 정품의 세계. 브릭

에서 부품 하나를 잘못 끼웠다면 이빨 뿌리가 시큰해지도록 물어 뜯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느껴 본 장난감 세계의 희열. 문방구 앞을 지날 때마다 천원짜리 이천원짜리 주워

담던 긴 시절 끝에 느낀 것이라 더욱 각별하다. 덕분에 간만에 옥션과 지마켓을 마구 누비는 중.

다음 목표는 배트카와 페라리. 과외 두개 들어오면 바로 산다.

'일기장 > 20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형사 홍윤식  (3) 2007.08.04
오늘의 단상  (1) 2007.08.01
한문학 입문 수업의 MT  (2) 2007.07.26
배상면 주가  (0) 2007.07.26
산정호수  (1) 200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