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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감사합니다, 친절한 인천경찰 교통계 일경 최대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제목으로 글을 남긴 것이 벌써 반년쯤 되어간다. 그러던 일경은 이제 안녕. 오늘부터 나는 상경

최대호. 그렇지만 석수는 똑같이 말석 혹은 말차인 탓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비번이라 쉬는 중에

다른 비번자들이 언제 올까 눈치 보며 인터넷 하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 온다고 온다고 말만 회오

리처럼 돌고 있는 신병 여섯이 어서 와야 뭔가 좀 달라지겠지.


그저 어제의 다음날일 뿐이고 관등성명이 달라졌을 뿐이지만 애써 자축해 본다. 시간이 지났다는

한 증거잖아, 하고. 괴롭히는 기수가 다 제대한 탓에 요새는 낮잠을 서너시간씩 자는 판이니 편해지

긴 많이 편해졌지 뭘.


연애 문제가 아니라면, 군에 와서 제일 힘든 건 역시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인 것 같다. 아무런 쓸모

도 없는 반복된 노동과 사역을 하고 있는 동안에 다른 이들은 자기의 길을 착착 밟아가고 있는 것

이 보일 때. 내 (거의 끝물의) 젊음이 어디의 누가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에 낭비되고

있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기란 괴로운 일이다. 그것도 공부나 교양쌓기의 중요성을 절절히 느끼게

되는 20대 중반에 와서.



오늘도 5차나 6차 쯤으로 어딘가의 노래방에서 붉은 낙타를 찾고 있을 30대 형들에게 어쩐지 분한

것이, 그 나이 되어 이미 지나가 버린 낙타는 노래로 부르면 그만이지만 바로 옆에 서 있는 낙타를

못 본 척하며 필사적으로 후회할 길을 걷는 건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빌어먹을 낙타. 언젠가 문득 옆을 돌아봤을 때 없다면 나는 크게 안도하면서 후회하는 척 하겠지.

분한 마음에 오랜만에 낙타 풀 먹기나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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