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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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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연고전에서 압승당해 버렸습니다. 연대의 준우승을 자축합니다. 이렇게 얼렁뚱땅 (예정대

로라면) 군대가기 전  마지막 연고전이 끝나버렸군요. 작년이 약간 더 재미있었던 느낌. 그나마 올해

에는 스스로 즐기기의 미덕을 몸에 익히고 있었는데도 그랬으니, 작년의 내가 올해의 연고전에 참가

했더라면 더 재미없어 할 뻔 했군요. 그래도 뭐, 연고전이야 항상 어느정도의 퀄리티는 보장해 주는

이벤트니까. 응원신곡들이 아주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신나는 시간이었던 같기도 합니다.



물론, 계절은 가을이라 그럴법도 하지만, 역시 오늘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 창밖에 오는 비를 보고

가슴이 찌잉했던 것은 지나간 사람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헤어진 뒤 잘 살고 있으면 섭섭할

터이고, 힘들어하고 있으면 가슴아플 터이라 어찌 되든 헤어진 후란 익숙해지지 않는 때이지요.


잘 살고 있는 모양이라 다행히도 걱정은 되지 않았고, 마주친 곳에서의 내 모습도 아주 잘 살고 있는

모습이라 다행히 자괴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과 헤어지는 일만큼은 인간이 가진 비교적

괜찮은 미덕 중의 하나인 마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삶의 잔인한 면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뭐랄까, 잊지 못 해 발버둥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역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 것 같습니다.

첫사랑과 비교해 보면 이내 알 수 있으니까요.



첫사랑은, 지나갔습니다. 헤어지려고 할 때에는,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문학적 미사여구

가 아닌, 그야말로 물리적으로 숨이 막혀와 황급히 다른 생각을 하곤 했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나

이제는 방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그 사람의 사진에도 씨익 웃으면서 좋았던 때를 떠올려 볼만큼

지나가 버렸습니다.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첫사랑만한 사랑은 만들어갈 수는

있어도 그 때처럼 처음부터 내 안에 주어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 하는데. 그런데도 그렇게

지나가 버렸네요.


에, 솔직히 말해 보면, 그렇게 추억으로 접혀져 버리기 전에 조금 더 이 애상감을 즐겨보자는 응석인

것 같습니다.  


보통 일기를 쓸 때에는 쓸 내용을 정해 놓고 사진을 찾는 편이라 올리는 사진이 바뀌는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이 것이 세번째 사진입니다. 마음이 붕 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미술관 옆 동물원과 함께 그 장르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그랬지만(사실 그 휴 그랜트의 연작영화들은 워낙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음악까지 한 번에 관통되어 있어서, 뭐랄까, 보장된 퀄리티는 믿음직하지만 뒷통수를 칠

만한 음악은 없다는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특히 OST가 대박이었지요.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

이라 특히 루이 암스트롱의 'kiss to build a dream on'은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 말고도 여러가지로 좋은 음악들이 있으니, 시간이 나면 벅스뮤직에라도 가서 들어보시길.

듣기 꽤 괜찮은 때죠, 요즘이면.

이제는 어쩐지 멕 라이언이 한 물 간듯한 느낌이지만(하긴 그럴만도 하지요. 이제 나이가 몇인데...),

한국에서의 인기를 몰아 그 무슨 수녀복인가를 입고 샴푸선전을 할 때에만 해도 30대 후반에서는 서

정희 여사를 제하고는 유일하게 좋아하는 여성이었는데.


누구에게나, 저렇게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또 어떤 누군가가 있으면. 그리고 영화처럼 만날 수 있

다면. 야,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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