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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APEC

그렇다. 일반인들은 그저 뉴스에서 한 번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저 단어에 오늘도 60만 군경은

모자란 잠에 충혈된 눈으로 피눈물을 흩뿌린다. 먹을 담뿍 먹은 붓 날리듯이 에잇에잇 하고 고개

를 도리도리 흔들며 촥촥 흩뿌린다. 잠이라면 셋째 가라 소리에 통곡을 하고 말 본인도 겨우 세시

간 눈 붙이고 새벽 세시부터 지금까지 초과근무중. 그나마도 오늘의 밤 열시까지는 전혀 휴게계획

이 없는 롱 런이다. 휴게는 커녕 현재 근무체제는 공항 개항식 이후로 발령된 적이 없다는 4급 경호

태세. 데프콘과 마찬가지로 5단계가 있다는 이  공항 자체경호태세의 최고단위인 5급은 전쟁발발

시에 발령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나는 전쟁이 난 걸 제하자면 제일 거지같은 때에 입대한 셈.

그나마도 나는 어쨌든 인천에 있지. 뉴스나 전의경소식을 통해 접하는 부산현장의 상황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오만 전의경이 경호에 투입되었다 하니 전국의 전의경은 거의 다 부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전으로 들리는 인천상황만 해도 공항 말고는 전부들 내려간 듯 하다. 뉴스를 봐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화면을 보더라도 민간인은 세계적인 행사의 규모와 발전된 자국의 위상을

눈여겨 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화면구석에 몇십시간쯤 뻗치기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기동

대와 평소의 수백배에 달하는 차량들을 정리하느라 어깨가 떨어져 나가 한쪽 팔이 없어진 교통형제

들을 못 본 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 수 밖에. 그나마 끝나면 특박이라니

어느덧 마음속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시작된 20대 전반 마지막의 11월이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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