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실 거예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좋아한다는 걸. 동네의 어느 테라스에든 딱 죽치고 앉아 있으면 사
람들이 인사하고 뽀뽀하고 뽀뽀하고 또 뽀뽀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내성적인 사람들 치고는 참 이상한
풍습이예요. 왜들 이렇게 뽀뽀를 해 대는 걸까요? 누가 누구한테 뽀뽀를 하는 걸까요? 뭣보다, 뽀뽀를 하는데 언
제가 딱 맞는 타이밍인 걸까요?
제가 네덜란드의 이 미스터리를 아주 조금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이 곳에서 뽀뽀는 정말로 중요한 문화 규범이
예요. 하지만 사회적인 뽀뽀를 할 때에는 말이죠, 분명히 엄격한 규칙과 규범이 있어요.
1.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때에 뽀뽀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습이다.
2. 그러나 뽀뽀는 아무에게나 막무가내로 하는 것은 아니다. 뽀뽀는 엄격하게 친구와 친척들에게만 하게 되
어 있다. (악명 높은 '세 번 쪽쪽쪽'은 매일매일 만나는 친구나 가족과는 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친구에게
세 번이나 뽀뽀를 하는 것은 그 친구를 만난지 꽤 되었을 때에나 하는 일이다.)
3. 오늘날의 규범은 뺨에다가 세 번 쪽, 쪽, 쪽 하는 것이다.
4. 세 번 쪽쪽쪽은, 사실 뺨에다가 진짜로 뽀뽀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공중에다 하는 것에 가깝다.
축축한 입술을 뺨에 진짜로 갖다 대면 안된다.
5. 공중에다 하는 세 번 쪽쪽쪽은 만났을 때에도 하고 헤어질 때에도 한다.
6. 여자는 누구에게든 키스할 수 있다. 여자에게도 하고 남자에게도 한다.
7. 남자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에게만 한다. (친척은 빼고.)
8. 남자는 대신 남성답고 힘찬 악수로 인사를 한다.
9. 뽀뽀는 오른뺨 - 왼뺨 - 오른뺨의 순서로 한다. 이상한 짓 하려 했다가는 바로 얼굴이 부딪칠 것이다.
10. 직장에서는, 누구의 생일 파티나 1월 1일이 아니고서는 뽀뽀를 하지 않는다.
엄청 헷갈리죠? 뽀뽀 한 번 하는데 뭐 그렇게 규칙이 많은지 누군들 알았겠어요. 물론 이런 10단계로도 해결되
지 않는 난처한 순간과 상황은 있기 마련이죠. 만약에 막 열정적으로 뽀뽀를 하다가 광대뼈끼리 충돌이라도 하
면, 그때엔 뭐 어떻게 사과 뽀뽀라도 한 번 더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축축한 사람하고 슥슥 스치면서 뽀뽀
하고 난 다음에, 도대체 언제가 그 땀과 침을 닦아내야 할 적절한 순간인 걸까요?
오늘의 댓글
Densetsu Shun : 흠흠흠. 공중에나 슬쩍 뽀뽀하고 마는 양아치들과, 우리처럼 선량하고 정직하고 사기일랑 안 치므로 진짜로 뽀뽀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소리없는 전쟁이 있지. 그렇지만 침은 안 돼. 입술에 아주 희미하게 있는 습기 정도가 아니면 말이야. 이따금
콧물 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관대하게 용납되는 편이지.
Jeroen : 두 번 쪽쪽하는 사람과 세 번 쪽쪽쪽 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대혼란도 잊어선 안 돼. 상대방은 두 번 하고 끝났는데 나
만 혼자 세 번째 쪽을 하면 엄청 뻘쭘하다구.
Arthur : 흥미로운 정보 하나. 내가 아는 한 세 번의 쪽쪽쪽은 이런 걸 의미한대. 한 번은 뽀뽀하는 사람을 위해, 한 번은 나를 위해,
한 번은 여왕을 위해. 나는 남부 네덜란드 출신이야. (림뷔르흐Limburg에서 태어나서 노르트 브라반트Noord Brabant에서 자랐지.)
그리고 60년대, 70년대의 나한테는 세 번 쪽쪽쪽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거든. 그런데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학교를 다니
기 시작하고 나중에 암스테르담에도 가 보니, 거기에서는 그게 전혀 일반적인 행동이 아니더라구. 내가 들은 얘기가 있는데, 그건
남쪽 지방 사람들이나 그렇게 한다는 거야. 뭐, 지금은 전국에서 다 그렇게 하는 것 같아. 프리슬란트Friesland하고 흐로닝헌
groningen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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