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넉넉히 난 일요일. 캔버스도 많이 주문했겠다 그리고 싶었던 그림 마음껏 그리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리퀘스트 받은 것 중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해바라기부터 도전하였다.
해바라기는 주로 이 근처의 색들을 사용해 그려볼 생각이다.
나는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 특히 감조차 잘 안 잡히는 것이 그라데이션이다. 궁리를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동양화의 농담법을 응용해보기로 했다. 동양화에서 농담을 표현할 때에는, 붓의 가운데에는 묽은 먹을 먹이고 붓 끝에는 짙은 먹을 먹여서 한 번에 죽 긋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붓 끝에 노란색을 묻히고 붓 가운데에 오렌지색을 묻히면 나름의 그라데이션이 표현되지 않을까 추정하였다.
앗 하고 놀랄 정도로 효과가 나지는 않았지만 한 색 한 색 따로 칠하는 것보다는 그런대로 섞여드는 것 같다.
그래도 해바라기 꽃잎의 강렬한 느낌을 주기에는 모자란 것 같아서 일전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며 익혀두었던 처덕처덕 바르기를 함께 하였다.
대강의 모양 완성.
바탕은 잎사귀의 느낌이 나도록 초록색을 택해서 둥글둥글 끊어 칠했고
해바라기 씨는 마침 조금 남았던 밝은 연두색으로 점찍듯 표현해봤다. 가지런히 찍으니 도리어 촌스러워서 부랴부랴 수류탄 터지듯 여기저기 흩뿌려 찍었다.
그리고 노란 꽃잎을 강조하기 위해 물을 거의 섞지 않은 검은색으로 굵은 윤곽선을 그렸다.
완성한 뒤 유광 바니쉬를 세 차례 칠했다. 혹여나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는 데에는 분명한 의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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