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식 고로케인 비테르발렌bitterballen. 다진 감자와 고기를 튀겨 만든다.
팔 년 전이었어요. 저는 침침한 갈색의 카페에서 비테르발렌bitterballen 접시를 앞에 두고, 그 때 만나고 있던 남
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죠.
"그래. 여기서 살 수도 있어. 하지만 아이는 절대로 이 나라에서 낳지 않을 거야!"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라면 우리 집의 우리 욕조 안에서 낳아야지"라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각을요. 제 첫 네덜란드 의사는 "출산의 허젤러흐하이트Gezelligheid"라는 개념에 홀딱 빠져있는 사람이었어요.
상담 시간 동안 그녀는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과, 출산 때 자기 집의 욕조에서 촛불을 켜 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낳을 거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했습니다. 제 안의, '약간 남들 평가하는 걸 좋아하는, 20대 초반
의 북미 사람' 캐릭터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이거 네덜란드 히피족 같은 거 아냐? 새 의사 찾아야
겠네!"
사는 데를 옮기고 의사를 바꾸고 나서, 저는 그녀가 이상한 모임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 그저 평균적인 네덜란
드 사람일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출산"이란 "병"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
게 됐죠. 병이 아니니까, 별 상관도 없는 의학 기술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8년 후, 저는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 식으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엄청 능숙한 산파인 산후 전문가Doula와 남
편과 함께요. 분명히 알게 됐죠. "절대 안 돼"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고.
네덜란드 사람들이 무언가를 할 때, "자연스럽게", "진짜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는 데에
는 반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의 행동이나 남의 행동이, 보이지 않는 '일반적일 것',
'진짜일 것'의 규칙에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엄청 신경을 씁니다. 그러니까 이런 집착이 모든 행동에 적용되는
건 전혀 놀랄 일이 아니죠. 심지어 출산 까지도요!
오늘날 네덜란드 사람들은 가정 분만의 선구자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감소하긴 했지만, 네덜란드에서
의 분만 중 25%가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나 벨기에, 독일, 영국에서 가정 분만의 비율이 2% 이하
인 것과 비교해 보면 이것이 분명히 '네덜란드스러운' 것임을 잘 알 수 있죠.
물론, 집에서 애를 낳는다는 건 전신 마취도 진통제도 없다는 걸 뜻하겠죠. 헉, 하고 놀라셨나요? 네. 네덜란드
여자들은 엄청 튼튼한 사람들이고, 또 아이를 낳을 때 약 한 번 안 쓰는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심지어 병원에
가서 낳을 때에도 마취를 하는 사람들은 6% 밖에 안 되지요. 대서양을 건너면 상황은 딱 반대가 됩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산 시 마취나 진통제를 택하지 않는 산모의 비율이 6%라고 하는군요.
네덜란드 여자들이 뭔가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걸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진짜로 그냥 터프한 걸까요? 진실은 사실 간단합니다. 네덜란드 여자들은 특히 출산 시의 고통에 대한 공포가
적고, 또 그 고통 또한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산모에게 지급되는 네덜란드의 팸플릿에는 자랑스럽게 이런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출산은 아픕니다. 통증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존경하십시오." 네덜란드 사회는 출산이 우리 삶의 경험들 중 가장 자연스러운 하나이며,
두려워 하거나 남들로부터 간섭받을 일이 아니라는 자세를 지켜 나가려고 합니다.
오늘의 댓글
Desiree : 약을 안 쓰고 아이를 낳았다니 대단해요! 그리고 축하해요. 나는 네덜란드 사람으로서 진통제나 마취제와 같이 미국의 여
자들이 갖는 옵션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내 생각엔, 미국 여자들은 통증을 아주아주 무서워 하거나, 아니면 '즐거운 것만, 고
통은 싫어' 같은 자세를 갖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우리들 한테는 가정 분만이 항상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죠. 그런데 꼭 양초가
있고 욕조가 있고 한 건 아니예요. 보통은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자기 집의 자기 잠자리에서 하죠. 병원의 살균되고 차가운 병
실에서보다는요.
Emma : 난 네덜란드 남편을 둔 미국인이고 암스테르담에 살아요. 다섯 달 전에 애를 낳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했죠. 그렇게
할 거라는 걸 네덜란드의 직장 동료들한테 말했더니 그들은 '아, 그래요. 잘 됐네요'라고 말했어요. 미국의 식구들에게 말했더니
우리 식구들은 '세상에. 건투를 빌어!'라고 했어요.
Tom : 내 아내는 우리 침대에서 아이를 낳았지. 자연스럽게, 약을 쓰지 않고. 아팠던 장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 낳는 것
이 좋은지 병원에서 낳는 것이 좋은지 주장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뒤 내 아내는 이런 말을 했었어. "출산의 아름다
움은 통증보다 크다.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이 아름다움을 더 크게 한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저 내가 그 때보다 더 아내
를 존경했던 적은 없었다는 것 뿐이야.
Alexandra : 이건 아주 전근대적인 방식이예요! 가정 분만과 자연 분만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분명
한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거죠! 나는 네덜란드 사람이고 아이를 넷 낳았는데, 하나는 약을 쓰지 않고 낳
았고 셋은 약을 쓰고 낳았어요. 약을 썼을 때엔 스트레스도 없었고 아주 편안했어요. 따라서 아주 행복한 기억이 됐죠.
Charlene : 우리 남편은 네덜란드 사람인데,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에도 마취제를 안 써요. 두통이 났을 때에도 아스피린 한 알
안 먹더라구요.
PDtje : 내가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지는 걸! 그렇지만 네덜란드 여자들이 애를 낳을 때엔 자연스러운 방식을 택하면
서 낳고 나서 모유 수유를 안 하는 건 참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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