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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김종철, <폭력의 자유> (시사IN북. 2013, 7.) 1. 서른이 넘은 뒤로는 인천의 본가에 갔다가 하루 자고 오는 일이 더욱 줄었다. 계획에 없이 갑자기 자게 되는 일 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자리를 펴게 되는 것은 명절날의 전날이라든지, 혹은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약속이나 행정적인 업무가 심야나 오전에 있을 경우 등으로 한정되었다. 볼 일이 있기 전까지는 꼼짝 않고 자리라 생각하지만, 잠귀가 밝은 나는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밖이 아직 어슴푸레할 무렵, 잊고 있던, 그러나 십수 년 간 들었던 터라 삽시간에 귀에 달라붙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잠 을 깬다. 때는 아침 여섯 시. 아버지가 가지러 나가는 소리이다. 그러니, 내가 세상에는 세 종류의 신문만이 있는데 를 보던 사람들이 조금씩 심심해지면 보는 것이 와 인 줄로만 아는 유년기를 보냈다든지,.. 더보기
c일보 가방을 둘러메고 방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데,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하고 묻자 잠 시만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을 빼꼼 열어보니, 반팔 와이셔츠에 잘 다린 정장 바지를 입은 사십대 중반의 남자가 대뜸 내게 사진의 것처럼 세로로 트인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서는 세 장의 지폐가 부채꼴을 이루며 몸 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봉투를 쳐다보다가 다시 그의 눈을 쳐다보자,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OO일보예요. 보시라는 게 아니고, 잘 봐달라고. 받아 두세요. 언론을 통해 수십 수백 차례나 접해왔던 사례인데도,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머리와 몸은 허둥거렸다. 눈길을 조 금 내려 그의 가슴께를 보던 나는 더듬거리며 이렇.. 더보기
마틴 린드스트롬,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추천받아 읽었다. 표지날개의 안내에 따르면,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존경받는 브랜딩의 권위자이자 브랜드 미래학자'로, '일 년에 300일 정도를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CEO와 유명인, 심지어 왕실을 위해 자 신의 지식과 혁신적인 방법론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2009년 유례 없는 경 기 침체의 한가운데서', '지난 20년 동안 마케팅과 브랜딩 전쟁의 최전선에서 목격했던 수많은 속임수와 음모를 세상에 폭로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별로, 예쁘지는 않다. 20년이 넘게 '브랜드'로 돈 잘 벌어먹고 이제와 폭로를 해서 잘 살아보시겠다? 게다가 저 자의 다른 책 중 하나는 WSJ에 의해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되었으며, 본인은 2009년 '신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