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히사 유메지'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04.27 150311, <유메지의 '인형사'> (1)
  2. 2015.04.07 16-3. 마무리
  3. 2015.04.07 15-1.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 (2)
  4. 2015.04.06 10. 우지(宇治) 2일차 (2)
  5. 2015.04.01 8. 유메지夢二 전展
화첩2015.04.27 12:17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산 색칠공부 놀이 후, 캔버스와 붓,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사 스스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순서가 바뀌었는데, 앞서 올렸던 '센과 치히로' 그림은 세번째, '가면 라이더' 그림이 네번째, 그리고 오늘 올리고 있는 그림이 첫번째로  그렸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있을 때부터로 어느덧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 이후로도 연필, 볼펜, 붓펜 등으로 도구만 바뀌었을 뿐 기본적으로는 색이 없거나 적은 그림을 주로 그려왔다. 선 만으로 사물과 구상을 표현해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으나 채색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통과 붓 등을 마련해 두고 앉아 본격적으로 채색을 하는 것은 고교 졸업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감을 주문하는 일부터가 즐거웠다.

 

 

 

 

 

 

 

 

첫 시도에서 따라 그려보고 싶은 그림을 고르는 데에는 큰 고민이 없었다. 교토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을 때부터 꼭 그려보고 싶었던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竹久의 그림들, 그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눈을 잡아끌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만간 유화를 그리게 될지 아닐지조차 모르면서도 언젠가 도전한다면 꼭 이 그림을, 하고 엽서로 사 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위의 그림이다.

 

쌀쌀맞은 듯 하면서도 슬퍼 보이는 남성, 어딘가 비례가 안 맞는 듯 한데 그것이 도리어 묘하게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유메지 특유의 여성이 어우러져 한참을 바라보았던 그림이다.

 

 

 

 

 

 

 

 

이 캐릭터들에게는 출전이 있다. 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인형극 <신쥬텐노아미지마心中天網島>의 주인공이다.

 

남자는 오사카에 살고 있는 가미야 지헤에紙屋治兵衛라 한다. 지헤에는 처자식이 딸려 있었지만 유곽의 여자 고하루小春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지헤에의 아내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아이의 옷을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만들어, 남편에게 돈을 주어 고하루의 몸값을 치루게 한다. 유곽에서 풀려난 고하루는 지헤에의 집 앞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고 지헤에는 아내 옆에서 엎드려 울었다. 결국 지헤에와 고하루는 지헤에의 아내의 마음에 괴로워하다가 동반자살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던 유메지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목판화를 그렸을 뿐 아니라 시를 쓰기도 했다. 유메지의 <인형사形遣>이다.

 

 

 

 

인형사

 

 

즐겁다 즐거워

그것 참 재미있네, 하고

감색의 천막 끝

인형사가 왔다고 하네

 

엄마 뒤에 숨어 살짝 보니

인형사가 젊디 젊구나

'아, 어찌해야 하나요' 흐느끼니

하얀 목덜미가 애처로워

인형 고하루도 흐느끼며

 

애처로움일까 내리는 비일까

덩달아 우는 엄마의 소매자락

 

 

 

 

人形遣

 
 「めでたやなめでたやな
 

 さりとはめでたやめでたや」と
      のれん
 紺の布簾のつまはづれ
 
 人形遣がきたさうな。
 

 
 母のかげよりそとみれば
 
 人形遣のうら若く
 
 「ま、どうしよぞいの」と泣きいれば
 
 襟足しろくいぢらしく
 
 人形の小春もむせびいる。
 

 
 ものゝあはれかふるあめか
 
 もらひなみだの母の袖。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얇은 붓을 쓴다 하더라도 얇은 선을 따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을 연마하는 것 외에 분명히 비책이 있을 것이니 미술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얼렁뚱땅 완성을 했다. 원화에 비해보면 비율도 잘 안 맞고 표정의 미묘한 정서를 잘 살려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밑선을 그리고 물감을 짜고 붓을 바꿔가며 무척 즐겁게 그렸다. 이때의 즐거움이 원동력이 되어서 연이어 몇 개나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아크릴 물감은 굳고 나면 갈라지기가 쉽다고 해서, 몇 년 만에 가보는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홍대의 화방을 찾아 무광 배니쉬를 사다가 거듭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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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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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터넷에서는 다케히사 유메지와 관련한 정보를 모으기가 무척 어렵다. 내가 참고하고 있는 것은 <다케히사 유메지와 일본 그리고 한국>이라는 김지연 씨의 박사논문(2012, 상명대 일어일문)이다. 한국에서의 유메지에 관한 선행연구가 많지 않았음에도 여러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고 또 재미도 있다. 유메지에 관한 많은 정보를 바라는 분이라면 이 쪽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다.

    2015.04.27 12: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遊記/2014 교토2015.04.07 04:16

 

 

 

 

마지막날이라 힘내서 돌아댕겼더니만 교토 밖의 두 군데나 들렀다 왔는데도 카모가와에는 해가 안 졌다.

 

 

 

 

 

 

 

 

카모가와 강가에서 꺅꺅 소리 지르며 놀고 있는 학생들. 여행 막판이 되면 돈 많이 가진 사람도 체력이 남은 사람도 눈에 안 차고 그저 시간 많은 사람들만 부럽다. 너희는 몇 달만 있으면 따뜻한 카모가와에서 밤에 맥주 마시며 놀 수 있겠구나. 정지용이 걸었고 윤동주가 걷던 카모가와 봄밤. 좋겠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를 먹었다. 

 

 

 

 

 

 

 

 

여기는 관광명소는 아닌데, 교토 여행을 가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라 소개해 본다.

 

 

 

 

 

 

 

 

편리당便利堂, 일본어로는 벤리도라고 읽는 가게이다.

 

 

 

 

 

 

 

 

가게 자체의 연혁을 밝히는 안내물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주로 엽서를 파는 곳인데, 교토의 풍물이나 유적, 혹은 교토 출신의 화가가 그린 그림 등이 많아서 여행을 기억하며 마무리를 하는 데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종류가 무척 다양해서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남은 돈을 삭삭 긁어모아 살 수 있는만큼 샀다. 그 가운데 몇 장을 소개해 둔다.

 

 

 

 

 

 

 

 

 

 

 

 

 

 

 

 

 

 

 

 

 

 

 

이것은 다케히사 유메지의 그림이다.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 北斎의 그림. 호쿠사이의 그림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에도 시리즈 연작의 표지로도 쓰이고 있어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눈에 익으실 것이다.

 

 

 

 

 

 

 

 

숙소인 우론자로 돌아와 마지막 야식을 즐긴다.

 

 

 

 

 

 

 

이나리 신사에서 산 이나리 스시와 프레스코에서 반값 할인에 산 연어구이, 고등어구이. 월계관에서 받은 청주를 중탕해서 마셨다.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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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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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2015.04.07 02:40

 

 

 

 

15일차 아침. 다다음날 아침에는 바로 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에 쇼핑을 좀 하기로 한다. 마침 우론자 근처에는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라는 쇼핑 거리가 있다. 건들건들 걸어가는데, 앗, 길거리 광고판에 사토 고이치佐藤 浩市가.

 

 

 

 

 

 

 

 

일본 드라마는 거의 본 것이 없고 영화도 많이 보았다고는 못하지만. 연극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일본의 미타니 코키三谷 幸喜이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웃음의 대학>, <멋진 악몽> 등은 국내에도 개봉해서 꽤 괜찮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 감독은 특히 연이어 출연하기 어려운 특 A급의 주연배우들을 제하고는 함께 일하는 배우들을 계속해서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토 고이치는 그러한 '미타니 코키 사단'에서도 주연급의 배우이다. <매직 아워>에서는 실제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일본 배우를 일본에서 본 것이 무에 이상한 일일까마는 그래도 일본에서 보니 한층 더 반갑네. 

 

 

 

 

   

 

 

 

역시 서브컬쳐 천국 일본.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의 세 여신님의 등신상. 

 

 

 

 

 

 

 

 

여신님에 이끌려 들어간 팬시 숍에서는 이런 걸 또 판다. 위의 상품은 일본도 모양의 젓가락인데, 젓가락마다 전국 시대 무장의 이름과 그를 표현하는 디자인이 새겨져 있다.

 

 

 

 

 

 

 

 

왼쪽부터 사나다 유키무라真田 幸村, 다테 마사무네伊達 政宗,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 家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 秀吉. 조선인의 후손으로서 보자면 씁쓸한 이름들이지만 소설 <대망>의 독자로서 보자면 가슴 뛰는 이름들이기도 하다.

 

 

 

 

 

 

 

 

이건 전국시대 무장들의 투구를 열쇠고리 형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왼쪽은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 오른쪽은 다케다 신겐武田 信玄. 젓가락은 보는 재미 정도였지만 이 투구 컬렉션은 사지 않으려고 정말 기를 썼다.

 

 

 

 

 

 

 

 

젓가락 1000엔, 투구 열쇠고리 600엔이 비싸다면 얘야 이리로 와봐. 다이묘 집안의 문장을 디자인화한 금박, 은박 스티커. 쪼들리는 예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그 앞에 서있었다.

 

 

 

 

 

 

 

 

'전국 대명가 사전', '무장열전', '전국 닌자열전', '레온 우지사토'. 앞서도 말했지만, 주머니 구석의 동전 부스러기까지 털어가는 데에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몇 갑절은 위이다.

 

 

 

 

 

 

 

 

기분 전환 삼아 다른 코너를 돌아보다가 깔깔대고 웃은 코너. 건담 매니아 김 박사의 추천으로 건담 만화를 한 차례 읽고 난 뒤라 알아볼 수 있었다. 초대 건담의 파일럿과 그 숙적 캐릭터의 디자인을 붙인 면도기. 숙적 캐릭터는 그렇다 치고 주인공은 소년이라 면도기를 쓰지도 않을텐데 무슨 상관이람, 하면서도, 무슨 상관이 없는게 무슨 상관이람, 재미있으면 사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살 마음은 없었지만 만약 샀다면 빨간 것을 샀을 것이다. 세 배 잘 깎이는 빨간 면도기.

 

 

 

 

 

 

 

 

데라마치도리는 위가 타원형의 덮개로 덮여있는 아케이드이다. 분명히 도로와 바로 통하는 거리이면서도 실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그 기묘한 느낌이 좋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재미난 물건이 눈에 띈다. 여러 명의 철학자들이 괜히 이 아케이드라는 공간을 설명 못해 안달났던 것이 아니구나 싶다.

 

 

 

 

 

 

 

 

고서점 창가에 나와 있는 다케히사 유메지의 목판화 표지. 왼쪽 그림은 다이쇼 15년(1926), 오른쪽 그림은 다이쇼 8-9년(1919-1920)의 작품이다.

 

 

 

 

 

 

 

 

교토 여행에서 못사온 물건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인 복면 마스크. 머리에 '고기 육肉'자가 써진 진짜배기 추억 아이템도 있다.

 

 

 

 

 

 

 

 

커다란 기모노 가게도 있다. 대체로 남자 기모노보다는 여자 기모노가 비싼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고가품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꼼꼼하게 잘 들춰보면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쯤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기모노는 하나쯤 사둘까 하는 마음이 있긴 했는데 화려하고 예쁜 여자 기모노를 보다가 칙칙한 색깔 일색의 남자 기모노를 보니 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젊은이', '외국인' 등의 글씨가 크게 새겨진 티셔츠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도 그런 유행이 있는 모양이다. 하나하나가 재미있어서 떠듬떠듬 읽으며 한참 쳐다봤다. '사랑의 전사', '일부다처', '지명수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오타쿠혼'...

 

 

 

 

 

 

 

 

가게의 입구. 앞서 말한 일본 서브컬쳐 팬 사촌형을 위해, 우리 말로는 '싸움짱'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번장番長' 티셔츠를 한 장 샀다. 좋아하는 문구와 색상을 고르면 즉석에서 다리미로 새겨주는 형식이었다.

 

 

 

 

 

 

 

 

기다리다 옆을 보니 요런 티셔츠가. 그것 참 귀여운 착각이구나.

 

 

 

 

 

 

 

 

마스크 만큼이나 못 사와서 애가 끊어지는 기념품, 일본도. 장도長刀는 몰라도 소도小刀라도 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인도에 갔을 때에도 캄보디아에 갔을 때에도 전통 칼을 사가지고 들어오다 세관원에 걸려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어 바라만 보았다. 실물이든 모조품이든 아무튼 13cm를 넘는 칼 모양은 안 된다고 단단히 교육을 받은 바 있었다. 제일 짧은 칼도 20cm는 넘기에 손가락만 쭉쭉.

 

 

 

 

  

 

 

 

아쉬움에 한 컷 더.

 

 

 

 

 

 

 

 

나를 위해서는 요런 것 샀다.

 

 

 

 

 

 

 

요것도 샀다. 여행 전부터 꼭 사리라 벼르던 일본식 탈. 이것과 함께 하이얀 얼굴의 가부키 여자 가면,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요괴인 텐구天狗 가면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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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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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우

    헉. 트렁크에 넣어서 화물로 부치면 칼 가져올 수 있는데요...
    저는 일식 요리사인 친구가 있어서 일본에서 유명한 40센티 가까운 사시미칼 사온 적 있어요... ㅎㅎ

    2016.05.24 21: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런가요. 저는 매 번 제 짐에 넣어서 부쳤는데 세관에서 걸렸거든요. 사실이라면 꼭 관련 정보를 더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것을 왜 사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저는 한 자루 쯤은 꼭 갖고 싶어서요.

      2016.06.01 11:41 신고 [ ADDR : EDIT/ DEL ]

遊記/2014 교토2015.04.06 01:43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다시 한 번 복습.

 

 

 

 

 

 

 

 

기모노와 함께 제공되었던 게다 용 양말. 기모노는 여관 것이지만 양말은 가져가도 되겠지 싶어 그대로 신고 나왔다.

 

 

 

 

 

 

 

 

체크아웃을 한 뒤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길을 나섰다. 우지가와 강변을 따라 쭉 걷는다. 목적지가 따로 있었지만, 이 산책로만을 위해 우지를 찾았다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름날 달밤에 호젓하게 혼자 걷는다면 꿈을 꾸는 기분이 들 것 같은 길이었다. 

 

 

 

 

 

 

 

 

강이 깊지 않아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걸으면서 들은 몇 개의 팟캐스트에서는 예외 없이 서울에 대폭설이 내려 교통이 정체되고 곳곳에서 사고가 잇달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가깝지만 다른 나라이긴 다른 나라이구나. 나이 먹어서 오한이 자주 들면 일본으로 은퇴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목적지는 여기다. 아마가세 댐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세워진, 아마가세 구름다리.

 

 

 

 

 

 

 

 

아마가세 구름다리는 윤동주가 죽기 전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재학 중이던 윤동주는 1943년, 대규모의 전쟁을 앞두고 흉흉해지던 일본 국내 분위기와 조선 유학생들까지를 상대로 하는 징집령을 피해 조선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의 같은 과 친구들은 그동안 정이 들었던 윤동주를 위해 환송회를 하기로 하고, 익숙한 교토 시내를 벗어나 소풍을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보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선택한 곳이 바로 이 우지이다.

 

 

 

 

 

 

 

 

남자 일곱 명, 여자 두 명을 이루어진 윤동주의 동기들은 쌀과 밥솥을 지고 와 우지가와의 강변에서 즐겁게 하룻밤을 보냈다. 한 명의 증언에 따르면, 이 날 밤 평소 수줍음이 많던 동주는 친구들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자 알 수 없는 멜로디의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한다. 이후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동주가 부른 그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 친구는 '조선의 '아리랑'이라는 노래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아침에 일어난 이들은 우지가와 강변을 쭉 따라 걸어와,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이었던 아마가세 댐을 구경하고 아마가세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윤동주는 귀국을 1주일 앞두고 체포된다. 그 뒤의 이야기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다. 윤동주는 후쿠오카 형무소에 2년간 수감되었다가 29세가 되던 1945년 2월, 광복을 반 년 앞두고 옥사했다.  

 

 

 

 

 

 

 

 

윤동주는 몹시 수줍음이 많아, 남아있는 사진들을 보면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을 뿐 아니라 단체사진에서도 항상 맨 앞 줄이나 양쪽 끝에 조용히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사진의 한가운데에, 그것도 여성들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이유는 이 날이 윤동주의 환송회였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세상에 공개됐다. 모두 일본인인 남학생들은 태평양전쟁에 징집되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학생 둘은 살아남아 계속 교토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윤동주 연구자가 이들을 찾아내어 인터뷰를 하였고 그러던 도중 할머니가 된 한 소녀가 옛적의 사진이라며 이 사진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철사줄과 산의 각도로 추정해,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섰던 자리에 서 보았다.

 

 

 

 

 

 

 

 

돌아나오는 길. 쓸쓸한 마음이라 눈에 띄었던 것일까. 졸졸 흐르는 물줄기 위에 누가 다리를 지어놓았다.

 

 

 

 

 

 

 

 

그것참 귀여운 마음씀이구나.

 

 

 

 

 

 

 

 

우지가와 양쪽의 산에는 거목들이 많다. 우지에는 전쟁의 참화가 미치지 않았던 것일까. 기웃기웃대며 걸어가는데 표지판이 눈에 띈다. '우지시 명목 백선'. 그러니까 '우지 시에 있는 멋쟁이 나무 베스트 100'이 있는 모양이다. 이 때에는 이런 걸 뽑아서 표지판을 세워두는 것도 재미있는데 '모미もみ'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다니 그것 참 귀여운걸, 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모미'는 '전나무'의 일본어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우지를 떠나는 길. 편의점에서 파는 녹차 하나에까지 <겐지 이야기>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꼼꼼하게 주머니를 털어가는 재주에 있어서는 확실히 우리가 일본에 한참 뒤처지는 것 같다.

 

 

 

 

 

 

 

 

우지 말차가루가 들어간 팥빵도 사먹어봤다.

 

 

 

 

 

 

 

 

팥소가 듬뿍. 평소 간식을 거의 하지 않는 나로서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기념품으로 산 우지 말차 초콜렛. 표지가 예뻐서 선물하기 전에 찍어보았다.

 

 

 

 

 

 

 

 

쌉쌀달콤한 것이 아주 입에 딱 맞았다.

 

 

 

 

 

 

 

 

교토로 돌아와 새로 찾은 숙소는 교토 한가운데의 '한나리'. 다음 날부터 며칠에 걸쳐 좀 좋은 숙소를 예약했는데 그 전에 하루가 비어서 잠시 머물 목적으로 예약했던 곳이다. 주택가에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

 

 

 

 

 

 

 

 

다음번에 일본 여행 가면 미리미리 예약 좀 해놓아야겠구나, 라고 절감했던 실내. 지구호의 17인실 도미토리가 2500엔이었는데 2인용 침대와 앉은다리 책상까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이 싱글룸이 3000엔이었다.

 

 

 

 

 

 

 

 

짐을 부려놓고 홀로 찾은 라멘집. 혹 한나리의 정보를 찾다가 이 블로그에 오신 분이라면, 한나리는 다른 숙소들에 비해 상가와 편의점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꼭 참고하시라.

 

 

 

 

 

 

 

일본 라멘은 국물이 진해서인지 곰탕 먹고 힘 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몸이 좀 으슬으슬하거나 속이 허할 때에 먹으면 곧 컨디션이 회복되곤 했다.

 

 

 

 

 

 

 

 

혼자 쓰는 것이 즐거워 가능한한 마음껏 어지르고, 발가벗고 앉아서 이후의 일정을 한 차례 더 정리했다.

 

 

 

 

 

 

 

 

라멘을 먹으러 갈 때 라멘집 인근에서 프레스코를 봐두었다. 폐점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열 시에 닫는다 해서, 아홉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사냥길에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아홉 시의 대형 편의점은 반액의 보고. 회 한 접시가 340엔, 탕수소스 미트볼이 145엔, 양장피가 150엔. 이 참에 체력보충하자 싶어 육거리는 눈에 띄는대로 쓸어넣었다.

 

 

 

 

 

 

 

 

이런 회 한 접시가 삼천 원. 물론 일본 회 먹고 뭐가 그리 좋으냐고 반박하면 할 말이야 없지마는.

 

 

 

 

 

 

 

 

해도 졌고 동네가 주택가라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부른 배를 퉁퉁 치며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이것은 앞서 소개했던 화가인 다케히사 유메지의 가장 유명한 사진을 따라 그린 것이다.

 

 

 

 

 

 

 

 

마침 금펜이 있어 눈쌓인 금각사도 그려보고.

 

 

 

 

 

 

 

 

굵직한 네임펜이 있어 봉황당서 산 그림엽서도 따라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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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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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6.08.10 17:54 [ ADDR : EDIT/ DEL : REPLY ]
    • 지금은 공사 중이군요. 안타까우시겠습니다만 그것이 인연이 되어 또 한 차례 방문하면 좋은 기회가 될테니까요. 저는 이번 오봉 기간에 재차 교토에 다녀왔는데, 짧은 기간이라 우지에는 다녀올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우지의 이름을 보며 아련해졌던 기억만 나네요. 시월의 우지는 마음에 흡족하시길 빌겠습니다.

      2016.09.06 01:00 신고 [ ADDR : EDIT/ DEL ]

遊記/2014 교토2015.04.01 20:21

 

 

이날의 일정은 교토 여행 전에는 있지 않았던 것. 교토에 가서야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다케히사竹久 유메지夢二라는 화가의 전시회에 갔다. 모르던 화가이지만 그림의 첫인상에 홀딱 반하게 되었던 차에 근처에서 전시회까지 한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시회는 교토의 외곽에서 열리고 있어 지하철을 탔다. 타러 가는 길에 재미있었던 포스터.

 

 

 

 

 

 

 

 

포스터의 구석에는 'KYOTO SUBWAY MOE MOE PROJECT'라고 써져 있다. '모에'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일본 서브컬쳐에서 파생된 말로,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귀여운 이미지의 여아女兒나 소녀가 등장하는 작품 혹은 그 작품의 분위기 등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다. 주변의 서브컬쳐 매니아에게 문의해 본 바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이와 같은 설명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용어의 의미가 확장되어 성적으로 미성숙한 여아나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포르노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하니, 언제 사용하면 좋을지 그 맥락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버스와 지하철까지도 '모에'하게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인 것 같다. 셋 다 열일곱 살. 왼쪽의 소녀는 지하철 프리패스에서, 가운데의 익숙한 소녀는 버스의 프리패스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오른쪽의 소녀는 이 포스터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모에모에 프로젝트는 공공 교통 분야에서만 추진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광고. 위의 '우즈마사 소노'양은 교토학원대학의 공식 캐릭터라 한다. 학교마다의 개성이 잘 반영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이런 식의 공식 캐릭터 메이킹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성이 우즈마사, 즉 태진太秦이라는 점.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숙독하신 분이라면 무척이나 눈에 익은 이름이다. 이 성씨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 즉 도래인渡來人들 가운데에서도 큰 세력을 이루었던 성씨이다. 우즈마사씨는 특히 교토 지역에서 치수 기술과 선진 농경기술의 전파를 통해 부흥을 이끌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날도 쌀쌀하고 전시회장 인근의 풍경도 황량하여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여기서부터는 인터넷에서 구한 다케히사 유메지의 그림 몇 점을 소개한다. 다케히사 유메지에 대해서는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조만간 따로이 올릴 예정이니 그때 참고 바란다. 

 

 

 

 

 

 

 

 

 

 

 

 

 

 

 

 

 

 

 

 

 

 

 

독특한 화풍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는 여지없이 할인 벤또. 장어 초밥이 380엔, 반액 할인해서 190엔. 1800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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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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