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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새해에는 1. 수염을 길러 보겠다. 2. 말에서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모든 욕을 쓰지 않겠다. (...줄이겠다.) 3. 일주일에 한장씩 편지를, 한달에 한편씩 소설을, 두달에 한편씩 극본을 쓰겠다. 4. 1년 전체 흡연량이 담배 한 갑을 넘지 않게 하겠다. 5. 익명으로 욕하는 놈들에게 일일이 화내지 않겠다. 6. 누구인지 짐작이 가도 모르는 척 하고 밝혀져도 복수하지 않겠다. (노력하겠다.) 7. 03학번을 맞이하는 즈음에 임하여 후배들에게 보다 더 상냥한 모습을 보이겠다. 8. 오락할 때에 허리를 펴고 앉겠다. 9. 재료가 준비되어 있을 때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요리'를 세개 이상 익히겠다. 10. 디지털 캠코더의 '디지털적' 사용법을 익히겠다. 11. 외국인 친구를 세명이상 (마약을 상습적으로.. 더보기
2002년이 갑니다 1998년 이후로는, 어쩐지 그 해의 숫자가 바뀌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해마다 점점 더 해 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그리고 덧없게 지나가는 탓이기도 한 것 같고 자신의 삶에 그만큼 치열하지 못 한 탓도 있는 것 같고. 그래도 2002년은 비교적 괜찮은 해였습니다. 처음 접하는 대학생활에 중심을 못 잡고 허둥대던 2001 년과 달리 제법 몇개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 보기도 하고, 스스로의 선택(과 그만큼의 무게)에 대해 책임지고 수용할 줄도 알고. 물론 사람을 만나는 폭이 넓어지면서 이따금 뒤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는 관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숨을 쉬면서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스 스로도 한 발짝 나아간 것 같아 자찬을 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 .. 더보기
으와아-! 근황과 새해 계획에 대해 길고길게 써 놓고 링크할 사진을 찾으러 간 사이 '페이지에 오류가 있어 닫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몽땅 날아가 버렸다. 이래서 컴퓨터는 안 돼! 도무지 인정이 없다구! 어떻 게 쓴 글인지 뻔히 알면서 말이야! 세상에... 그 긴 글을 다이제스트하는 이 슬픔이라니... 우여곡절 얼렁뚱땅 끝에 새해부터는 씨네 21을 사던 돈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만화책과 교양도서를 사기로 했슈우...어...힘빠져... 그래서 여러분의 추천을 받습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재미난 만화라 든지, 모두가 알고 있더라도, 이것만은 꼭 소장해라! 라고 추천해 줄 만한 것이라든지. 현재 제 1순위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과 마리모 라가와의 [아기와 나]애장판 (얘는 있었 는데, 재수를 끝내고 집에 .. 더보기
내 사랑 심수봉 문과대학 지하에 있는 동아리들의 자치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2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 는 회의, 이것이 내가 며칠동안 골머리를 썩었던 '공간배정협의회'의 정의이다. 다행히도 열두개 의 동아리방이 있는데 열두개 단위만이 신청을 해 와 별다른 문제없이 잘 넘어갈 수 있었고, 우리 동 아리 대표 자격으로 내보낸 후배가 말을 잘 해 주어 다른 방으로 옮기게는 되었지만 그런대로 커다 란 방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무지하게 작은 방들도 있다.) 나름대로 괜찮은 마음으로 '연극과 인생' 뒷풀이에 갔다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보았다. 나는 가을 연극이 끝나고 한 대, 지난 번 첫 망년회 때 사람들을 웃기느라고 한 대, 이렇게 올 한 해 두대만을 피웠던 담배를 반갑이 넘게 피웠다. 아, 이 삶이라는 코미디여. 마.. 더보기
아아 주재하는 회의의 사람들이 속을 썩이기도 하고 군대와 연극준비등 개인적인 일들도 골치를 아프게 하여 마음 편히 앉아만 있기도 힘들던 차에 한 수업의 기말레포트 성적이 나와 주었다. 이번 학기 에는 공부도 레포트도 그다지 싫지 않았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내는 레포트인데다가 주제도 애매모호 하여 쓰기 싫어, 쓰기 싫어, 쓰기 싫어하는 것도 싫어를 중얼중얼대며 대충대충 써서 냈던 것인데. 그러면서도 철 좀 들어라 최대호, 시간도 충분한데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학점을 왜 팽개치는 거야? 라고 자문하며 괴로워하였던 것인데. 97명중에 단 한 명 A+를 받았도다. 으하! 학교 다니면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논술로 시험을 보는 수업, 그것도 구성원 중 반 이상이 공대생인 수업을 들을 것. 마음을 괴롭히는 일.. 더보기
메리 크리스마스 미리 선물줬던 사람들도 다시 한 번, 못 받은 사람은 이번 것으로 다같이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어떠한 종교적-이념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닐지라도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온 하나의 동시대적-동세대적 문화적 코드로만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좋은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추세를 보아하니 오늘은 점심을 먹고서야 잠을 잘 것 같아 미리 올려둡니다. 지금은 새벽 다섯시 반, 해뜨기 전에 혼자서 다녀올 데가 있습니다. 나갈 차비를 해 놓고 쓰는 글입니다. 어딘지는 비-밀♡ 아 참, 그리고 어쨌든 크리스마스 문자 보내 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보냅니다. 비디오 보고 앉아 있으면서 심통이 대퉁 나 있어서 답 보낼 여유가 없었어요. 무지하게 마.. 더보기
먼 하늘을 바라보고 한숨짓다. 큰 뜻을 품고 화류계에 입문한 것이 1997년의 가을, 어느덧 해가 여섯번이 바뀌었다. 수많은 일들 과 사람들이 지나가고 육체는 꽃피웠다 스러졌다를 거듭하며 그 물오름을 한껏 과시하였는데. 2002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밤 나를 달래 줄 것은 아직 엔딩을 보지 못 한 [대항해시대 2 외전] 과 플레이스테이션 2용 타이틀인 [귀무자 2]. ...철들고 처음으로 약속없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으며 갖은 상념과 번뇌가 머릿속을 스쳐 더이상 글을 잇지 못하다. (혹자는 '넌 아직 철 안 들었잖아'라고 말을 하였다. 소영할멈 미워.) 더보기
[반지의 제왕 - 탑 두개]를 보다. 날씨가 조금만 더 추웠으면 눈이었을 비를 후두둑 후두둑 맞으며 오랜만에 연수동을 찾았다. 인천 안 쪽으로 들어가서 아늑한 느낌도 있고, 약간 다녀본 동네이기도 하고 해서, 버스를 잘 못 탔는데도 여유롭게 아무데서나 내렸다. 그냥 서 있기 뭐해서 붕어빵 1000원어치를 사 들고서는 붕어빵 아 저씨와 이번 대선의 문제점에 관한 토론을... (아저씨가 보너스로 하나 더 줬다가 노무현 찍었다니까 도로 빼앗아 갔다. 어흑. 정치적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아저씨 를 비롯한 연수동 주민이 약속장소인 롯데마트로 간다고 말해 주었던 시내버스 46번은 올 줄을 모 르고, 빗방울은 점차 더 가늘어지고 많아지는 바람에 흡사 안개 속에 서있는 기분이 들고, 설상가상 으로 아까 그 붕어빵을 사 .. 더보기
11월 21일 토요일 긴 하루였다. 뒤바뀐 생체 사이클 탓에 비척비척 일어 난 것이 새벽 세시 반. 예전에 만들다가 내버려 두었던 세계 최초의 전기 자동차 다이무러 카를 완성하고, 반쯤 읽다가 침대 옆에 덮어 두었던 갖가지 책들을 모두 읽어 책장에 다시 꽂고, 먼지 쌓인 10여년간의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다시 한 번 읽고 난 뒤 아침식사를 했다. 집에서 나서는 길 엄마가 우악스럽게 주머니에 5만원을 우겨 넣어 줬다. 죄많은 대학생은 그저 다른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시험시간이 되어갈수록 마음은 편해지고 몸의 컨디션도 괜찮아졌다. 시험도 뭐, 준비 안 하고 땡땡 놀았던 거에 비하면 경천동지할 정도로 잘 본 편이고... 다만 이번 시험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소설내 인물들 상관관계표까지 그려가며 공부하였.. 더보기
잡감모음 각고의 노력을 거쳐 제 2차 소설을 탈고했다. 정말이지 글쓰기란... 원고지 한 장이 채워져 갈 무렵 꽉 차오는 뿌듯함은 단 한 장 넘어가는 것만으로 그 광대한 벌판에 다시 홀로 서는 막막함으로 쉽게 바뀌고 거기에서 나는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방향을 가늠해야 하지만. 컴퓨터로 쓰면 글이 너무 쉽다. 얼마나 나가는지 알수도 없거니와 원고지 한 장을 넘기는 그 무게가 없어서인지. 쉬운만큼 덜 사려깊은 문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설의 제목은 산의 이름이었지만 사실 산과 관련된 소설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산에 가고 싶어졌다. 딱 몇 사람. 연말이라고 부-하게 무게없는 모임들에 쫓기지 말고 차가운 저녁공기를 맞으며 일몰을 보고 내년에 또 함께 하자는 약속을, 어떻게 살지의 계획을 함께 나눌 몇.. 더보기
...어감은 별로 안 좋지만, 노 대통령님, 메리 크리스마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00% 개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동안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문화계든 경제계든 정치계든, 이전의 상식을 깨고 그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사람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있어왔던 것, 노무현씨가 이제는 성숙할 때가 된 한국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나의 생각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의 정치신념이랄까, 나름 대로 하나 세워 보았습니다. 어떤 선거든,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이인제와 정몽준은 안 찍는다. 선거를 준비하신 분들, 참여하신 분들 중에 크든 작든 하나의 신념을 가지셨던 분들에게 수고하셨 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저도 수고하셨지요. 투표장소를 잘 못.. 더보기
근황 종종 언급하는 게임 [대항해시대 2]는 사실 윈도우 2000에서는 돌아가지 않는 게임입니다. 실상 해 본 것은 꽤 오래 되었는데, 어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대항해시대 2 외전 for windows 95]를 발견했습니다. 대항해시대2 와 외전 사이에 있던 윈도우즈의 등장이라는 충격적 환경변화에 적응 하기 위해 출시회사인 koei에서 판매겸, 유저서비스겸 해서 내놓은 물건이지요. 뭐뭐, 자세한 설명 은 어떻든, 그 물건으로 밤을 새워 버렸습니다. 후후후... 여기저기 시험 없어서 걱정 없다고 말은 해 두었지만 찾아 보면 나름대로 할 일이 꽤 있는 편입니다. 20일까지, 수강했던 수업 '소설쓰기'의 마지막 과제인 제 2차 소설을 제출해야 합니다. 전작 [주안 동정남]이 꽤 주목을 받았던 고로 부담이 약간 .. 더보기
윤도환씨, 메리 크리스마스 그런 것이 양놈들의 상술에 놀아나는 것이란 말이다! 라고 말씀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저 좋은 때 서로 좋은 말 하자고 있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술마셨을 때 괜히 다른사람들 축하해 주고 하면 불경하니까 형한테 보내는 서간이니 너무 기뻐하지 마시고. PS2 엎드려 감사하나이다. 덕분에 외로운 밤이 그나마...그러나 약간씩 더 이상한 취향이 되어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이... 소교다...대교다...으흐흐...초선이다...으흐흐...견희다 견희! 으흐흐흐... 이 하락곡선의 끝은 어디일까. 오늘은 참이슬 반병에 취하다. 각종 연말모임들을 앞두고 심히 걱정 된다. 정말이다. 여름방학 이후로는 정말이지 탄젠트다. 더보기
첫 한시를 짓다. 登雪嶽 국문학과 0110261 최대호 夏伋謨翁計 茅靴登雪嶽 百潭加一夜 集枝焚 樂 지난 여름 교활한 늙은이의 꾐에 빠져 띠가죽신발 신고 설악산에 오르다. 백담에서 하룻밤을 더하는데 나뭇가지 모아 화톳불 사르고 즐기노라. 親友歌舞樂 弄弦詠古歌 淋水川感爽 願 明月也 친한 이들과의 춤과 노래는 즐겁기도 하여라 줄들을 희롱하며 옛 노래를 읊조리도다 내천에 물을 뿌리는 마음 시원하여라 저 달을 비끄러 매고픈 마음 간절하다. 明日獨起旦 濯足於寒川 雪嶽有內外 兩足分其線 다음날 아침 홀로 일찍 일어나 찬 냇물에 발을 씻다. 설악에는 내설악과 외설악이 있다던데 내 양쪽 발이 그 경계선을 가르는 것은 아닌가. 難登迎鳳頂 井名則洗心 僧 仁一皿 飮水我洗心 힘들게 올라 봉정암을 만났는데 우물 이름이 곧 '세심'인지라 스님이 인자.. 더보기
소령 누님 나이는 한 살 차이뿐이지만 항상 우러러 보게 되는 신경질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고개를 설레 설레 내젓게 되는 응석에는 누님이라고 털썩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소령 누님. 일단, 유학은 원주유학이 아닙니다. 어느 누군가의 지적처럼(뜨끔했다, 최민석. 역시 넌 나를 알 아) 요새 하도 심심하고 오래 홀몸이다보니 심술살이 뽈록뽈록 나와서 심술에너지를 좀 소비해 볼까 하고 한 번 쳐 본 장난이었는데, 그리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방법으로 일파만파 커져 있을 최대호 유 학건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는데. 누나때문에 다 망했어요. 1월에 떠난다느니, 하는 부분에서 원주유 학이랑 너무 딱 맞잖아요. 덕분에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줘서 삐졌습니다. 여하튼, 원주는 안 갑니다. 또 정처없이 전국을 떠돌다가 연극준비 들어가.. 더보기
중국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뭐라고 할까. 여하튼, 스무살 전에 내가 알고 지낸 유일한 설씨, 정인양 메리 크리스마스. 혹여나 중국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알더라도 따로 적지는 말아주길. 별로 궁금하지 않거니와 항시 말하듯이 난 인간의 언어 중에 중국어가 가장 싫어. 끔찍하게 싫어. 언어 쪽 전공을 갖게 된 뒤에야 자기 전공하는 언어 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얼마나 미워 보이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중국어는 싫어. 끔찍해. 어, 사람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어여 들어와. 관교동에 가면 심심해 죽겠어 아주. 중국얘기 잔뜩 있겠지? 더보기
새로이 온라인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기로 마음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모아 놓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누구누구한테 줄지 생각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언제나 말이지요, 역지사지라고, 제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시라고요. 가끔 지나가다 만나 '요새 는 왜 홈페이지에 안 들어오는 거야-!'라고 몰아치면 '어, 계속 읽고 있는데'라는 대답이 대부분입니 다. 바로 전날의 일기는 아니라도 그 근래의 내용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이고 말이죠. 물론 제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은 지인들에게 주소를 말씀드리는 것이 므로 평소에는 그 것으로 족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써서 드리고자 할 때에는 근래에 족적을 남기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선뜻 글을 쓰기가 망설여진단 말이죠. 지나가면, 지나가는 티를 연말뿐에라도 슬쩍 내 주십쇼. 여하튼, 그래서 사진.. 더보기
얼마 남지 않았고 하여 연말에 남들 크리스마스 선물만 주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말이지요. 항상 12월은 파란만장해서, 일기 도 다채로운 탓에. 선물 다시 갑니다. 진엽씨. 정채봉 선생님의 글 나도 읽어 보지요. 난 아직 못 읽어 봤지만, 어떤 분이 평가하셨던 '나른 한 착함'이라는 말과 어쩐지 통하는 느낌인 것 같아 조금 허름함에도 일단 그냥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남자친구 잘 보내시고 새해엔 싱싱한 놈이 걸려들길 기원하겠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더보기
...갑작스러운 말입니다만... 워낙 순식간에 결정된 일이라 저도 어안이 벙벙하여... 어떻게 하다 보니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내년 신정 쇠고 바로 출발한답니다. 이게...잘하는 일인지... 더보기
당부 요즘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만난다'와 '만나어 진다'(말도 안 되는 표현입니다만 어쨌든 능동과 피동을 구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는 분명히 조금 다른 말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대로 계속 대충 살고 있으면 스윽 흘러가 버릴 과거의 사람들도, 혹은 지금쯤 옆을 흘러가고 있었을 사람들도 스스로의 의지로 만나게 됩니다. 꼭 만나야 하는 인생의 숙제이다라고 생각하는 만남도 있고, 어떻게 만나었든 그 속에는 사람이 있으므로 친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만남도 있습니다. 이런 만남들이 내 인생에서의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즐거워집니다. 게다가 이제 막 사회로 나오게 되었으니 5,6년 후쯤 혹은 10년 후쯤 다른 모습으로 문득 서로의 일상이 부딪히는 날에는 또.. 더보기
80년 언젠가의 밤 -털스웨터와 고르뎅 바지를 입고 눈싸움을 하던 그 때에. 히메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파파스머프와 모래요정 바람돌이 아저씨도 잘 지내고 계시겠 죠?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녁 다섯시 여섯시마다 꼬박꼬박 찾아 뵙던 저도 어느덧 스물두살이 되었습니다. 한달만 더 있으면 스물세살이지요. 어쩌면 히메나 선생님이 처음 부임할 때의 나이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아무튼 너무 오랫동안 선생님을 잊고 산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시장 가운데에 있습니다. 시장 내에 있어 시끌시끌하고, 아주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입니다. 시장가 주택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 시절 그 때의 골목길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이곳엔 아주 많습니다. 비디오를 가져다 주러 나가는 길에, 더.. 더보기
떫은 감을 먹듯 으흑. 총연극회 커뮤니티에 뒤늦게 가입했다가 지난 가을 올라갔던 공연 에 대한 평을 보았다. 속해 있는 연극과 인생 커뮤니티에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로 삼자라며 공식적 인 입장을 고려해서 적었지만, 에이이이! 딱 맞는 지적 혹은 비평은 고맙다라는 상투적 예의를 잊지 않으려고 기를 써야 할만큼 마음이 상한다. 읽은지 시간이 조금은 지나 이제는 고맙다는 마음도 스물스물 들까말까 하지만, 에에이이! 일단 읽어 보자구. ------------------------------------------------------------------------------------------ 연인 분들은 이 곳에 잘 들어오지 않으시는지... 팜플렛만 하나 '덜렁' 종극실에 들어왔더군요 포스터 이쁘던데 좀 주고 .. 더보기
술을 마시다 이번 학기 나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 전공 수업중의 하나인 '소설쓰기'를 들었다. 강사는 소설가로 유명한 성석제씨로, 뒤로 듣기로는 제왕(...) 정현종 교수님의 엄명을 어기지 못 하고 억지 춘향으로 맡으셨다 했다. 각자 소설을 제출하여 한 주에 세 편씩이 선생님에게 선정되어, 모두가 읽어 보고 평가하는 방식으 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애초 9월 30일까지 내는 기한이었던 소설을, (연극하느라고 10월 초에야 수업 에 들어간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11월 말에야 제출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있는 소설의 양이 제출된 소설의 양보다 적어서, 다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요행히도 종강 시간에 자신의 소설이 다루어졌으면 좋겠는 사람, 하고 선생님이 기회를 주셔서 냉큼 손을 들었다. 그리하여.. 더보기
崔 大 鎬 최대호라는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생략되어 있다. 부모님의 최대호, 남기상의 최대호, 윤상원의 최대호, 권미랑의 최대호, 인천시 남구 관교동 동아 아파트 상가내 동아수퍼 아줌마의 최대호. 그 수많은 것들을 뭉뚱그리고 생략하여 우리는 살아간다. No man is an island란다. 많은 순간 희망과 구원으로 작용하는 그 말이 적지 않게 마음 상하게 하 는 요즈음이었다. 요즈음이다. 상념이 많고 그 성격도 달라 일일이 적을 수 없음이 오히려 안도하게 한다. 잘 자, 최대호의 최대호씨. 더보기
그와 그녀의 사정 보통반숙이라고 하면 계란의 노란자가 어느 정도 굳어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계란 흰자도 굳어지 는데 60~70C의 온천수 30분 정도 넣어 두면 흰자와 노른자가 먹기 좋게 반숙이 된다. 이렇게 익히는 것을 [온천란]이라고 한다. 뜨거운 것을 그대로 먹어도 괜찮으나 차게 해서 유리그릇 등에 넣어 다시 국물을 만들어 먹으면 한층 더 풍미가 있다. 요리재료 : 계란 / 물 요리조리 : 냄비에 물을 끓여 불을 강하게 한 다음 65C정도로 수온을 맞춰 계란을 살짝 집어 넣는 다. 1의 상태에서 약 30~35분 정도 익히게 된다. 수온은 계속 65C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 완성단계까지 수시로 체크해 봐야 하며 노른자가 반숙이 되고 흰자가 약간 굳어 지려고 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더보기
혹시 내일이 되면 입장 바뀔지 몰라 일기는 쓰고 싶지만 어지간히 쓸 내용이 없는 날이 가끔 있다. 그런 때에는 저쪽 구석에 박아 두었 던 사진들을 꺼내어 본다. 보통 사진이나 그림을 내려 받을 때에는, 이런 내용을 쓸 때에 같이 실어 놓으면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인상적이어서 일단 내려 두기는 하지만 어디에 쓸지 도통 생각해 낼 수가 없는 사진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것들 중에서 몇 주째 미스터리의 제왕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그림을 올려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내용과 함께 올릴까를 고민고민해 보았지만 청첩장 형식의 글과 함께 올릴까밖에 떠오르질 않고 그나마도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도 올려두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기에 이렇게 생뚱맞게 올려 둔다. 오늘은 약간 기분이 별로였다. 어.. 더보기
푸른 바다로의 항해는 남자의 로망 오늘의 제목은, 말 자체로도 멋있기도 하지만, 다음(www.daum.net)에 있는 '대항해시대2를 사랑 하는 사람들'카페에서의 제 닉네임이기도 합니다. 아, 어쩐지 이야기하려는 '항해'와도 관련이 있고, 지난 번 주안사진의 호응이 굉장했던 사례도 있고 하여 이번에는 대한민국 제 2의 항만도시 인천의 자랑, 제물포항을 찍어 보았습니다. 마침 일몰이 겹쳐 주어 매우 흡족하게 나왔습니다. 세일러복같은 파란 스트라이프의 반팔 옷과 하얀 반바지, 그리고 머리에는 깃털이 꽂힌 모자를 쓰고 마스트에 올라 한 손은 눈썹 위에 대고 첫 항해를 시작하는, 그 순간의 남자의 로망! 크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는 256색 도트로 이루어진, 대항해시대 2 에서 형성된 것이 다입니다만, 의식 기저층에 항해에의 동경이 없었다면 .. 더보기
잘 지내고 있나요 어떻게 시작을 해야 멋지고 장엄할까 고민을 하다가, '누이여'라는 소박한 말로 시작했음에도 내용 이 절절했던 한 문인의 서간이 기억나 그저 평범하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기와 닮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때에도 저 말로 시작했었지요. 그 때에는, 잘 정돈된 정원의 옆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찻잎이 장난 스레 표류하는 녹차잔 안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아, 한 느낌이라고 하면 잘 전달이 될까 모 르겠습니다. 제멋대로 만든 말입니다만. 여하튼, 잘 지내고 있나요. 요즘 당신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난 문득 생경할 때가 있습니다. 스무살이 넘는 문턱에서부터 시작 되었던 가면놀이에, 정작 그 첫걸음이었던 스무살에 여유가 없었던 탓.. 더보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업시간에의 선생님 말씀이 아니어도 어쩐지 11월의 마지막즈음에 귀에 붙어 있던 노래이다. 국풍 가수 이용의 노래. 10월이 그립든, 5월이 그립든 이렇게 한해는 지나 오늘이 12월의 첫 밤이다. 볼 때는 재미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 참 많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4월이야기는 내 그런 리스트에서 대장 자리를 놓아 본 적이 없다. 그 영화를 보던 때에, 극장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관람하는 시간도 어정쩡한 오후로 그리 적절하 지 못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랄 것은 없었다. 여배우가 예쁜 것이야 이미 알고 간 것이니까. 연출상의 특이할 만한 점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잊고.. 더보기
화들짝 놀랄 정도의 일이 필요하다. 그것도 위의 사진에서만큼 큰 일로. 생활이 궤도를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발표도 레포트도 더 이상 어렵지 않고, 하루도 힘들거 나 즐겁지 아니하다. 물흐르듯이 스윽스윽 흘러가 어찌 보면 편한 일상에의 권태라고도 볼 수 있겠지 만 그렇게까지 좋은 기분의 상태임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기분이 화악 바뀔 수도 있었던 일을 스스로 취소해 버렸다. 미랑, 미안. 넌 약속 지켰어. 12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갖은 일들로 12월 일정이 벌써 반이상 채워져 버렸다. 즐거운 만남들은 아직 잡지 못 했는데. 누가 날 좀 놀래켜줘. 화들짝, 하게 말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