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는 지금 100% 개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동안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문화계든 경제계든 정치계든, 이전의
상식을 깨고 그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사람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있어왔던 것, 노무현씨가 이제는
성숙할 때가 된 한국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나의 생각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의 정치신념이랄까, 나름
대로 하나 세워 보았습니다. 어떤 선거든,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이인제와 정몽준은 안 찍는다.
선거를 준비하신 분들, 참여하신 분들 중에 크든 작든 하나의 신념을 가지셨던 분들에게 수고하셨
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저도 수고하셨지요. 투표장소를 잘 못 가서 10여분이나 다시 걸어 집 근처에
있는 동사무소로 다시 돌아왔다는...
저는 정기적으로 두개의 잡지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서서 읽는 잡지는 제하고 말이지요)
둘 다 영화잡지로, 하나는 <씨네 21>이고, 다른 하나는 창간한지 얼마 되지 않은 <MOVIE WEEK>
라는 잡지입니다. 이 무비위크는 1000원이라는 저가격 전략을 통해 최근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잡
지인데요, 부담이 가지 않는 것이 큰 매력이라 저도 계속해서 사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잡지에
이번주에 실린 짧은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옮겨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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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울고 있는 소년에게, 지나가던 사람이 왜 우느냐고 물었다.
"난 극장에 가려고 2그로센을 모았어요. 그런데 한 녀석이 와서 내 손에서 1그로센을 빼앗아 갔어요."
그러자 그는 저만큼 떨어진 곳에 보이는 한 소년을 가리켰다.
"넌 도와달라고 소리치지 않았니?"
하고 그 사람은 물었다.
"천만에요"
하고 그 소년은 더욱 심하게 훌쩍거렸다.
"네 소리를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니?"
그 사람은 다정스럽게 계속해서 물었다.
"없었어요."
하고 그 소년은 훌쩍거렸다.
"그럼 넌 도대체 더 크게 소리칠 수 없니?"
하고 그 사람이 물었다.
"없어요"
하고 그 소년은 기대를 품고 그를 쳐다봤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도 이리 내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는 그 아이의 손에서 마지막 1그로센을 빼앗아 제 길을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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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가을 연극공연 '대머리 여가수'에서 제가 맡았던 배역인 소방대장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해 줍니다. 그러자 마아틴 부인이 묻지요.
"소방대장님,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뭐지요?"
"...그것은, 당신들이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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