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나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 전공 수업중의 하나인 '소설쓰기'를 들었다. 강사는 소설가로
유명한 성석제씨로, 뒤로 듣기로는 제왕(...) 정현종 교수님의 엄명을 어기지 못 하고 억지 춘향으로
맡으셨다 했다.
각자 소설을 제출하여 한 주에 세 편씩이 선생님에게 선정되어, 모두가 읽어 보고 평가하는 방식으
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애초 9월 30일까지 내는 기한이었던 소설을, (연극하느라고 10월 초에야 수업
에 들어간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11월 말에야 제출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있는 소설의
양이 제출된 소설의 양보다 적어서, 다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요행히도 종강
시간에 자신의 소설이 다루어졌으면 좋겠는 사람, 하고 선생님이 기회를 주셔서 냉큼 손을 들었다.
그리하여 최대호 소설 '주안 동정남'이 종강 시간에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수업에는 날이 선 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여나 적절한 지적이라도 작가로서의 그의 자존심
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으리라고 보이는 표현들을 전혀 거르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내가 그
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 평가를 받기 전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내 소설 편은 무사히 지나갔다. 이야기 내에 거대담론이 없었으므로 딱히 메세지 전달등을
문제삼을 수 없었고, 비교적 재미있고 충격적인 내용인지라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한시
름 놓았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뒷풀이를 하러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선생님과 얘기 한 번 못 해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뒷풀이까지 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옆에 모시고 노래에 장단까지 맞
추는 영광됨을 입었다. 이야기도 징글징글하게 많이 했고.
아저씨를 모시고 다니는 술자리답게 모임은 4차까지 이어졌다. 여러 술을 섞어 마신 탓인지 선생님
은 잠을 이기지 못 하시고 3차의 중간 즈음에 일어 나시고, 끝까지 살아 남은 역전의 용사들만이 노래
방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이 광란의 밤이 끝난 시간은 새벽 4시. 수업이 끝난 6시부터 놀아 대었으니 온 몸이 뻐근한
것도 당연한 일일 게다. 아,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들어서 다행이다.
이제 선생님, 아니 소설가 성석제씨의 근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 보아야겠다. 술을
마시고 약속하였다. 서른다섯살 내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선생님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내일이라도 될 것 같은데"
흐흠! 최대호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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