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을.
수업시간에의 선생님 말씀이 아니어도 어쩐지 11월의 마지막즈음에 귀에 붙어 있던 노래이다. 국풍
가수 이용의 노래. 10월이 그립든, 5월이 그립든 이렇게 한해는 지나 오늘이 12월의 첫 밤이다.
볼 때는 재미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 참 많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4월이야기는 내 그런 리스트에서 대장 자리를 놓아 본
적이 없다.
그 영화를 보던 때에, 극장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관람하는 시간도 어정쩡한 오후로 그리 적절하
지 못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랄 것은 없었다. 여배우가 예쁜 것이야 이미 알고
간 것이니까. 연출상의 특이할 만한 점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잊고 살
정도로 그렇게 밍밍하게 지나갔던 것인데.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지난 학기 일본학입문이라는 수업에서 나는 일본의 4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천부적으로 재미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 우리 교수님 덕
에 졸 듯 말 듯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덧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신학기와 일정들이 4월에 시작됩니다. '4월이야기'라는 영화를 보았나요?...
거기까지 듣고, 아 그래. 그래서 4월 이야기였군, 하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사르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여주인공의 얼굴과 잘 오버랩되는 영화선전문구,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말도 다시 떠올랐다.
4월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버린 옛날의 일이다. 내 주위도 4월과는 많이 바뀌었고. 그렇지만, 사랑
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OO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생각하기에 아직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요새의 내 주위가 그렇게 생각하게 해 준다. 나쁘지 않다. 겨울의 따뜻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그 누
구보다 즐긴다고 자신하지만, 거기에 신선함이라는 느낌이 들어가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OO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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