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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마크 프라우언펠더, <내 손 사용법> 작년 11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진절머리가 나서 오랜만에 우쿨렐레 악보라도 보며 마음을 좀 다스릴까 하고 도서를 검색해 보니, 지난 겨울 동안 내내 진행되었던 도서관 증축 공사가 끝나면서 음 악 악보책들은 대부분 학교 저쪽 너머 언덕 위의 음대도서관으로 옮겨져 있었고, 엉뚱한 제목의 이 책이 함께 찾 아졌다. '텃밭부터 우쿨렐레까지 좌충우돌 DIY 도전기'라는 부제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나의 DIY는 어둠의 역사다. 약 20여년 전에, '교내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한 일이 있었다. 무척 거창한 이름이지 만,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간 토요일 오후에, 칙칙한 과학실에서 토요일 오후에 퇴근하지 못 해 칙칙한 인상의 '자연' 선생님의 감독 하에, 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더보기
이순혁, <검사님의 속사정> 1 부제는 '대한민국 검찰은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는가'. '기자생활 10년 동안 군, 검, 경, 감을 모두 섭렵'하는 이 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소개하는 한겨레 이순혁 기자(이하 이순혁)의 2011년 12월 작.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위와 같은 이력을 가진 기자는 한겨레 내에서 이순혁 한 명 뿐이라고 한다. 검찰에 대한 기대와 비판이 거세게 공존하고 있는 이 때 시의 적절하게 출간되어 신간으로 구입해 읽어보았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리얼[real]검사'에서는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성향을 갖는 사람들이 검사가 되는지에 대해 살핀다. 실명이 등장하는 사례들이 언급되고 있어 흥미는 동하지만 검사라는 직종 전체를 포괄할 만큼 유의미한 수가 소개되어 있지는.. 더보기
이순혁, <검사님의 속사정> 2 여기에는 여타의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 가운데 따로이 기억해두면 좋을 법한 내용이나 읽으면서 나름의 단상이 떠올랐던 부분을 추려내어 적는다. 앞에 있는 1편을 읽고 추가적으로 관심이 생긴 분이 라면 더 읽어도 좋겠다. 따로 2편을 적던 다른 때에 비해 양이 많지는 않지만 1편을 너무 길게 쓴 탓에 굳이 떼 어내어 쓴다. 1. 영화 에서처럼 검사들은 서로 '김 프로', '이 프로'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다른 직종에서도 흔히 그러듯이 서로 농담삼아 프로페셔널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아닐까 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검사의 영어 단어인 'prosecutor'의 준말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의무경찰로 복무할 때에도 경감, 경정 등을 해당 영어 단어의 맨 첫 철자로 표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2. .. 더보기
치가 가즈키, <노자의 변명> 먼저 한 줄 감상. 정가 만 이천 원. 사서 봤더라면 피눈물을 흘릴 뻔 했다. 이천 원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아까와 서 맑은 눈물 정도는 났을 것이다. 읽는 내내 를 읽던 때의 기분이 생각났다. 애당초는 전공 서적 중 하나로 생각하고 접했던 것이다. 대학원에서의 내 전공은 한국 한문학이지만, 한국의 한 문학자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담론과 발상의 근원으로 삼았던 것은 대부분 중국의 고서들이라 나는 기실 중문 학 쪽의 책들을 공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러한 고서에 있어 한문 공부의 전통적 방법론은 '(모르더 라도) 백 번을 읽다보면 뜻은 자연스레 드러나기 마련이다(讀書百遍意自現)'인데, 천성이 꾀바른 나는 항상 더 쉽게 배울 길은 없는지, 더 재미있게 해석해 놓은 책은 없는지 눈을 희번덕거린다. .. 더보기
고성국, <고성국의 정치in>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의 2011년 6월 작.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예약하고도 서너 달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되 었다. 책 제목인 은 고성국 씨가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코너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 체로 정치인들의 인터뷰를 일정한 분량의 기사 형태로 정리한 '고성국의 정치in' 코너와는 달리, 책은 챕터마다 평론, 시론, 분석 등으로 나뉘어 다시 기획되었다. 원래의 코너를 관심 갖고 읽어온 사람도 새로운 내용을 접하 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책은, 결론을 다시 정리하는 4장을 제하고 나면 - 2012년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는 1장. '2012년은 마침표, 2017년은 시작점' - 2012년 예비 대선 주자들을 분석하는 2장. '박근혜 vs 반 박근혜' - 2012년 대선 구도 예측인 .. 더보기
김용민, <나는꼼수다 뒷담화> 부제는 '당신도 꼼수PD가 될 수 있다'. 목사아들돼지, 돼지아들목사, 최근에는 목사돼지아들로도 불리우는 시 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10월 말 최신작. 한 줄 평부터 하고 들어가자. 이 책은 '나는 꼼수다' 팬북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특별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참고서 형식으로 목차를 소개하고 각 소챕 터 별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해도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구매해야 할지 아닐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 이다. 책은 총 5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을 따라 순서대로 요약해 본다. 1장. 정치방송의 새 지평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제작 뒷담화 주요내용 : 나꼼수와 관련된 잡다한 사실 - 나꼼수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가벼운 접근. - .. 더보기
한홍구, 서해성, 고경태, <직설> 1 부제는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의 에디터인 고경태 씨가 기획하고, 성공회대 교 수인 한홍구 씨와 시인 서해성 씨가 한 명의 인물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일종의 인터뷰 북이다. 본래는 한겨 레(www.hani.co.kr)에서 외부 필자들의 칼럼을 고정적으로 연재하는 'hook'의 한 코너로, 지금도 사이트를 방문 하면 주 별로 진행되었던 대담을 한 편씩 읽을 수 있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코너는 1년간 총 50회를 진행한 뒤 올 해 5월에 끝을 맺었고 그 결과가 한 권으로 묶여서 8월에 나온 것이다. 연재되던 당시 다음 주엔 누가 나 오나 기대하며 한 편 한 편씩 읽어온 터라 책을 통해 처음의 대담부터 다시 읽고 있자니 해당 대담이 진행되던 시기 사회에나 나 개인에게 어.. 더보기
한홍구, 서해성, 고경태, <직설> 2 이제 책의 내용과 구성 이야기를 해 보자. 온라인 '한홍구 - 서해성의 직설' 코너는 총 50회였지만 그 가운데에 는 새로 시작하는 코너의 소개나 한 주제에 관해 한홍구와 서해성 두 사람만 대담을 나눈 경우도 있어, 실제로 인터뷰를 한 인물은 총 36명이다. 대담의 한 편 당 분량은 대체로 12쪽 가량으로 잘 편집되어 있다. 1쪽은 편집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대담의 분위 기, 혹은 인터뷰이의 소개이고, 12쪽은 한홍구와 서해성이 번갈아가며 그 날의 주제와 인물에 대해 평을 쓴다. 예습하고 복습하게 만드는, 좋은 구성이다. 본문에 해당하는 10쪽에는 분량에 따라 1쪽짜리 전면 사진이 한 장, 혹은 두 장이 들어가고, 전체의 내용은 약 네 개 정도의 소주제로 분류된다. 주제에는 '4대강'이나 '담뱃세', '6.. 더보기
김어준, 지승호 <닥치고 정치> 1 나왔다. 예약까지 걸어 도서를 구매하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자칭 민족정론지인 의 종 신 총수이자 이명박 대통령 헌정 방송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씨(이하 김어준)의 9월 신작, . 내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알라딘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영화와 함께 다시 인기를 얻고 있 는 공지영 씨의 소설 에 이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가 있다. '나는 꼼수다' 21회 방송에 따르면, 예약 시점에 이미 2위까지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굳이 다시 적는다. 닥치고 사자. 이 책의 미덕부터 정리하고 시작하자. 하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컨텐츠. '나는 꼼수다'에서 이미 증명되었던, 그러나 방송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정봉주 전 의원의 활약에 힘입어) 정리 되지 못하거나 .. 더보기
김어준, 지승호 <닥치고 정치> 2 여기에는 를 읽으며 발췌한 내용들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적는다. 언젠가 참고하려고 끄적거려 두는 것이지만 내용들끼리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발췌한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이 많은 분 은 때때로 읽어 보시라. - p50. '이 정도면 거대 담론의 도움 없이 일상의 언어로 좌, 우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본다' 이 말은 '좌와 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지승호의 질문에 '공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해법을 내는 기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적응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태도'라고 답변한 뒤 붙인 결론이다. 김어준은 가는 곳마다 '무학'을 자처한다. 위의 언술에서는 그것이 겸양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이 곧 소통이라고.. 더보기
금태섭, <확신의 함정> 본래는 이 독후감과 함께 쓴 독후감을 묶어서 쓰고자 했는데, 쓰고 나니 분량이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눈다. 묶어서 올리려고 했던 이유는, 일이 많은 중에 오가며 읽은 터라 한 권씩 깊이 쓸 것이 없어서이 기도 하지만 60년대 생인 두 저자가 자신의 직업에 바탕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본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저씨들의 일기 되겠다. 아무튼,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비교해 가며 독후감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첫 시도는 실패다. 짧게 쓰는 것이 확실히 길게 쓰는 것보다 백 배는 어렵다. 변호사인 금태섭 씨의 2011년 6월 작. 표지의 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가 하도 거창하기에 주위의 독서광에게 물 어 보았더니 과 같은 저작은 베스트셀러에도 올라간 바 .. 더보기
안대회, <천 년 벗과의 대화>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인 안대회 씨의 신작. 개인적으로는 성대로 찾아가 한 학기동안 대학원 수업을 들 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씨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이 몹시 어색하지만 독서일지 란에서는 일단 통일하기로 한다. 저자는 한양대 국문과의 정민 교수와 함께 한국한문학을 대중화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이따금 서점에 들르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읽지는 않았더라도 '벽광나치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조선의 프로페셔널' 등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한문으로 쓰여진 옛 글 가운데 '선비 의식', '프로 의식' 등의 주제를 정하여 대중이 읽을 만한 짧고 산뜻한 글들을 모은 결과물들이다. 이 번의 책 제목은 '천 년 벗과의 대화'. '천 년'은 이 글에 소개된 작품의 저자 가운데 가장 오래 전에 태어난 .. 더보기
김상구,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내일인 9월 20일 밤, MBC 에서는 지난 1년간 여의도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용기 원로목사와 그의 가 족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 방송을 놓고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는 방송 금 지 가처분 신청을 내었으나 오늘 PD 수첩 제작진을 통해 법원이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준 비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되었지만, 우선 기독교 신자들의 물리력 행사가 우려되고 있으며 또한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법원에서 MBC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게 사과 방송까지 내보 낸 MBC 임원진이 또 하나의 거대권력인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제기한 이 번 건을 묵과하지는 않으리라 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당 창당 움직임까지 일어.. 더보기
유홍준, <유홍준의 국보순례> 저자의 호칭을 명지대 교수로 해야 하나 전 문화재청장으로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 사람들은 어떤 쪽을 더 선호 하는지 검색을 해 보니, 많은 서평에서 그저 '유쌤'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쌤'이라는 줄임말이 선 생님이라는 본래의 호칭에서 존경심 등의 정신적 의미를 모두 걷어내고 단지 언어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한 결과 라고 여겨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그의 소탈한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었다. 에 출연하여 보여준 젊은이같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본인도 꺼려하시지 않을 호칭일 듯. 아 무튼, 유쌤의 2011년 7월 신작이다. 제목이 담담해서 좋다. '유홍준'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은 것은 저자의 뜻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뜻이 아니었을 까 생각하면서도, '유홍준의'를..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 <집을, 순례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주택의 명작 여덟 채를 찾아다니며 쓴 일종의 수기이다. 먼저, 디자인. 위에 실린 표지 이미지 중 하단부의 인물 그림은 띠지이다. 벗기고 나면 상단 우측에 있는 것과 같은 따뜻한 건뮬 손그림이 그려져 있다. 해당 건물의 건축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소개하는 경우를 제하고는, 책 중의 건물 스케치나 인물 캐리커쳐 등은 모두 저자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림은 굵은 펜으로 한 번에 그린 것 같은데 채색이나 음영을 의도적으로 서투르게 처리한 것이 아주 귀엽다. 책의 본문에는 상단과 좌우에 넉넉한 여백이 있다. 아마도 재미있는 사진들을 보다가 다시 글을 읽어야 할 때에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다만 다른 방향의 여백들이 엄지손가락 한 .. 더보기
강준만, <강남 좌파> 문제의 ,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반기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마뜩치 않게 여기는 감정이 있었다. 강남좌파라 는 단어의 출현은 첫째로 그 단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이나 이념 등의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 마침내 계급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사회의 진면목에 대해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 전기가 되 어 주었고, 둘째로 민주당과 같이 개혁의지가 없거나 야3당과 같이 세가 부족하여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지 못하던 개혁-진보 진영에 일정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강남 좌파의 실체를 파보면, 한국과 같은 기형적 소득원 구조의 사회에서 그들이 소유한 부가 세금 완납한 근로소득일리는 만무한 일이고,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정치 성향 또한.. 더보기
르파주, <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출판사인 씨네북스에서 나온 다른 그래픽 노블 를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 어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학교의 도서관에 새로 들어왔길래 신청해서 읽어봤다. 학교 중앙도서관의 '예술' 코너에는 이름난 그래픽 노블들이 대부분 꽂혀 있지만 손이 잘 안 간다. 만화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해 본 경험은 많지 않으니 아마도 개인적인 편견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 무래도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망가', 즉 일본식 만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픽 노블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망가'를 몇 가지의 특징으로 요약하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번역된 양 장르 의 작품을 눈 앞에 가져다 주고 어느 것이 그래픽 노블인지, 어느 것이 망가인지를 물어.. 더보기
김연철 외, <만약에 한국사> 공부를 포함해 책을 여러 권 읽은 탓인지 뒷목이 좀 아파 오늘의 독후감은 되도록 간단하게 적으려 한다. 부제는 ''만약에'란 프리즘으로 재해석한 우리 역사'이다. 에 네 명의 필진이 돌아가며 연재했던 꼭 지를 묶어 책으로 냈다. 필진은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함규진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 원, 최용범 페이퍼로드 대표, 최성진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이다. 제목에서와 같이 한국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1903년 러시아와 일본 간의 한반도 분할안부터 2002 년 신의주 특구 건설 계획 발표까지의 34개의 소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 분류를 하자면 근현대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소 챕터는 대체로 열 장 남짓이며 좀 더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한 주제의 경우 이십여 장 정도가 .. 더보기
김용민, <조국 현상을 말한다> 현 정권 들어 가장 티나게 밥줄이 끊긴 방송인 중 한 명인 '시사 엔터테이너' 김용민 씨(이하 김용민)의 신작. 현 재는 인기리 방송 중인 '나는 꼼수다'의 제작, 편집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 박자 정도 느린 개그 타이밍 이 불편하고 안타깝고 그렇지만, 앞으로의 '시사 평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락성이라는 사 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인재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도 그가 출연 중인 '나는 꼼수다'와 '김어준의 뉴욕 타 임스'에서 끊임없이 광고하길래 알게 됐다. 오늘은 세부 내용부터 소개를 하고 총평을 하려고 한다. 눈여겨보면 좋을 법한 정보들이 꽤 있어, 일단 간단한 요약, 혹은 발췌를 주로 하고 따로 써야 할 감상이 있으면 덧붙이겠다.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다. .. 더보기
황상민, <한국인의 심리코드> 새색시처럼 고운 말씨 쓰시는 황상민 심리학 교수의 신작. 현재는 연세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뉴스 등에서 사이 코 패스의 범죄 동기, 혹은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사는 남자의 마음 등을 설명하는 전문가에서부터 큼직큼 직한 시사 현안들에 대한 국민 정서를 분석하는 토론 패널까지 다양한 스탠스로 방송에 출연하고 있어 지명도 가 높다. 여러가지 문제연구소 소장인 김정운 교수가 같은 인문학자들 가운데 자기보다 외모가 처진다고 공언 하는 몇 안 되는 이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자면서 웃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얼굴과 가장 비 슷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 인상이 부럽다. 루트가 다를 뿐 종국적으로는 내가 가 닿고자 하는 지점과 같은 곳에 대한 책이라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겉보기 분류 상.. 더보기
표창원, <숨겨진 심리학> 경찰대학교 교수이자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교수의 최신작. 저자에게는 몇 달 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MBC 백분토론에서 경찰 쪽 패널로 출연해 인상적인 논리와 화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검색해 보 니 마침 올 해 4월에 이 책을 출간한 바 있어 찾아 읽어보았다. 독서를 공감각적 체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새 책을 잡으면 냄새를 킁킁 맡거나 눈을 감고 손가락만으로 종이 의 질감을 느껴보는 등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동수상자나 변태성욕자로 오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행동을 하 지만, 뒷표지 만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가판대를 무심히 지나가는 독자의 눈을 잡아끌기 위해 책 내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선정적으로 누설하고 있는가 하면, 그 책에 관해 평을 할만한 자격이 되는지 의심이 가는 이들.. 더보기
손석춘, <박근혜의 거울 - 왜곡된 반사 또는 부풀려진 신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사장 손석춘 씨의 최신작. 며칠 전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있었다. 당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고 대선 후 보들이 몽창 빠져서 열기가 미지근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레임덕에 허덕이는 청와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 재 보궐 참패의 이력을 가진 채 치루어야 하는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의 징조가 여기저기서 드 러나고 있는 당내 계파 간 정리 등 적지 않은 과제들이 부여되어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 바 있다. 결과로, 비주 류, 혹은 비계파라고 평가되는 홍준표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것은 그럭저럭 근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일 이었으나, 암묵적으로 친이계를 등에 업기 시작한 원희룡 의원이 4위에 그치고 친박계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더보기
강준만, <룸살롱 공화국> 전북대 신방과 교수인 강준만 씨의 새 책이다. 멀리서 여러 권이 쌓여 있는 모양새를 봤을 때엔 표지가 좀 별로 라고 생각했는데, 한 권을 들고 오며 여러 번 쳐다보니 그 의도된 키치가 재미있기도 하다. 출판사는 인물과 사 상사.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은 강준만 씨의 '한국 사회문화사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책이다. 그 이전의 제목들을 살 펴보면 커피, 다방, 축구, 강남, 입시, 전화 등의 키워드가 들어 있어, 다방면에 걸쳐 문화사 연구를 진행해 왔음 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 특정 장르의 글은 덮어놓고 읽지 않는다는 고백을 한 일이 있었는데, 문화사는 그 중 대표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하나의 주제의식 하에 잘 기획된 문화사 서적도 적지 않지만, 대중 의 화제에 오르거.. 더보기
김희수 외,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4명이 법학자이거나 법에 관련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구조가 확실해서 어려운 내용임에도 읽 기가 쉬웠다. 그런만큼 차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1부 검찰의 역사 1장 검찰의 역사를 보는 눈 2장 이승만 정권과 검찰 3장 박정희 정권과 검찰 4장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검찰 5장 김영삼 정권과 검찰 6장 김대중 정권 이후의 검찰 2부 검찰의 현주소 1장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검찰 2장 대한민국 검사의 지위와 권한 3장 검찰의 궤도 이탈 3부 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 1장 사법 개혁의 단골 메뉴, 검찰 개혁 2장 검찰 개혁을 위해 기울인 노력 3장 환부를 드러낸 검찰과 법무부 4장 검찰 바로 세우기 5장 법치주의의 수호를 기다리며 차례에서 드.. 더보기
김찬호, <돈의 인문학>  저자인 김찬호 씨의 이력을 보니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이다. 사회발언을 활발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성 공회대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된 일일까?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겠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보니 나 , 와 같이 그 내용을 대 강 추론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은, 내용과 관련 없이 인문학이라는 용어의 시류 에 편승한 것은 아닐까 하는 혐의가 짙게 든다. 추천받은 책이라 읽었다.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한 챕터 한 챕터는 재미있는데 일관된 기획의도나 편집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다. 본래 에 연재되던 글을 묶어서 낸 책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본 바, 제목의 '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지시하고 있었던 것은 결.. 더보기
최규석, <울기엔 좀 애매한> 자랑할 일은 아니라 일기에는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나는 작년에 생계와 그 외의 목적을 위해 한 분기 정도를 들여 논술학원에 전임처럼 출강한 적이 있었다. 기형화된 사교육 시장 덕분에 보수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 일자리가 있을까 싶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 학원 가운데 선택을 해야 했다. 면접의 낭인 길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학원은 인천의 본가 근처에 있는 것으로, 지하철로 세 정거장 쯤 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 면접을 마치고 나면 나는 그간의 면접 사항을 쭉 늘어놓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는 일이었다. 서울에 세 정거장 가까운 본가에서도 통학하기가 싫여 출가한지 십 년이 되어 간다. 일단 예의라 면접은 보러 가면서도 어쩔까 고민 중이었는데, 초행길이 두시간 반이 걸렸다. 왕복이면.. 더보기
굽시니스트, <본격 시사인 만화> 언젠가 집을 사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10여 종의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일이다. 위 책은 희망목록에 있는 잡지들 중 하나인 주간지 에 실리고 있는 시사만화의 모음집이다. YS와 DJ의 평생 라 이벌 구도를 그린 2009년 9월자 '용호상박 애증무이'부터 성장우선론자들의 의견을 풍자한 2011년 1월자 '파 이'까지 에필로그를 포함해 58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작가인 '굽시니스트'는 2차대전의 진행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낸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를 웹 상에 올리며 유명 세를 타기 시작했다. 각 인물들의 특징을 잘 뽑아내어 캐릭터화시킨 점,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처를 풍 부하게 활용하여 패러디한 점, 공간적 제약을 지닌 만화라는 매체임에도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분명한 자기 기 준.. 더보기
옴넥 오넥 지음/ 목현, 박찬호 공역, <나는 금성에서 왔다> 본인이 금성에서 왔다고 하는 옴넥 오넥(Omnec Onec) 여사의 증언록. 출판사의 이름은 무려 '은하문명'이다. 얼마 전 유년기에 관한 일기를 쓰며 유료전화로 금성 여인의 육성을 듣던 기억에 관해 거론했었는데, 그 글을 읽은 지인 중 한 명이 육성을 기록한 남자의 이름이 '조지 아담스키'였다는 사실을 문자로 보내 주었다. 외국 사 람의 이름인데도 '그 사람은 참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겠구나'라는 멍청한 생각을 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정작 그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성질내던 차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요새는 그런 책들이 안 나오나 알 라딘을 좀 뒤져보니 웬걸, 올해 1월에 신간이 있었고 게다가 재학중인 학교의 도서관에도 들어와 있었다. 도서관에서 주로 찾는 곳은 100번 중간 대의 사회과.. 더보기
이평래 외, <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나온 '기획연구'의 43권. 아는 듯이 말했지만 해당 총서 중에서 처음 읽는 책이다. 책 제목 이나 표지 디자인 등에서 알 수 있듯 딱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책은 아니고, 인문학 대학원생에게 익숙하디 익숙한 논문 모음집이다. 크게 성의를 들이지 않은 표지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인문 교양서'들처 럼 단색 표지의 목침 같은 책 - 어디서 연원한 말이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석박사들은 그런 책을 '떡제본'이라고 부른다. - 이 아닌 것이 어디냐 싶다. 본문의 내용과 필자 중 한 명인 이평래 교수의 서문을 참고해 보면, 이 책의 기획의도는 동북공정을 포함한 중 국의 자기 위주식 역사 재구에 대항하기 위함이며, 그 방법론으로서 동북 아시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활쏘기 신화' 간의 유.. 더보기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  헌책방서 구입한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원가 12,000원에 4,500원의 값이 매겨져 있어 다른 책들에 비하면 엄청 난 할인 폭은 아니었지만 워낙 책이 두꺼운 탓에 사면서 가장 기뻤던 책이다. 물론 영미에서야 고전 소설로 인 정받는 명작이지만 아무래도 드라큘라라는 소재가 일종의 뷸량식품처럼 여겨졌던 탓에 오랫동안 손가락만 빨 아왔는데 이제 와 사게 되어 즐겁다. 그렇지 않겠는가. 누가 천 원 주고 쫄쫄이 한 줄을 사 먹나. 비엔나를 사 먹 지.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워낙 많은 탓에 검색할 엄두도 안 나는데, 내가 제일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1990 년 무렵에 주말의 영화에서 상영해 줬던 작품이었다. 영화 전반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무튼 결말부에 서 주인공을 도와주러 드라큘라 백작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