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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이순혁, <검사님의 속사정> 1






부제는 '대한민국 검찰은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는가'. '기자생활 10년 동안 군, 검, 경, 감을 모두 섭렵'하는 이

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소개하는 한겨레 이순혁 기자(이하 이순혁)의 2011년 12월 작.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위와 같은 이력을 가진 기자는 한겨레 내에서 이순혁 한 명 뿐이라고 한다. 검찰에 대한 기대와 비판이

거세게 공존하고 있는 이 때 시의 적절하게 출간되어 신간으로 구입해 읽어보았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리얼[real]검사'에서는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성향을 갖는 사람들이 검사가 되는지에 대해 살핀다.

실명이 등장하는 사례들이 언급되고 있어 흥미는 동하지만 검사라는 직종 전체를 포괄할 만큼 유의미한 수가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1부 자체가 길지 않은 분량의 인트로 격이고, 저자가 검사들의 사적인 관계에도

밝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으므로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적 배치라면 상당히 영리한 한 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세 개의 소챕터 가운데 마지막인 '사회 기득권층 자제들이 찾는 좋은 직업'으로, 이전

의 판검사들은 출신 지역이나 고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던 한편 요새는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나 특목고 출

신들이 대부분이라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예전에는 도시와

향촌 간, 소득 1분위와 5분위 간 등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 간 융합과 교류가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한편,

새로이 검찰의 주류 집단으로 올라선 외고나 강남 출신 법조인들이 절대 다수가 서민인 사건 당사자들의 마음

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배 검사들에 비해 덜 권위적이어서 '스폰서 문화'

등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상사에게도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있어 검찰 특유의 강박

적 조직 문화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그러나 선배들에 비해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갖고 검사가 되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을 일종의 안정적인 고급 전문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곧 수

사력 약화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챕터 말미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전에는 정치인, 기업가, 고위 관료들이 검사를

사위로 삼았던 일이 많았던 반면, 80년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검사가 검사를 사위로 맞는 법조인 집안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수 차례 실명이 언급되고 OO씨 등으로 표기된 경우도 성씨와 직급이 소

개되어 있어 관심을 갖고 조사해 보면 금세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순혁이 전하는 '우

스갯소리' 하나. 검찰에서는 사법연수원으로 교수가 파견되는데, 그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고 한다. 우

수한 연수원생들이 검찰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과 선배들에게 법조인 사위를 골라주는 것.



2부 '검사의 적, 검찰'은 본격적인 내용인 2, 3, 4부 가운데에서도 핵심으로, 검찰의 문제적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밝힌다. 세 개의 소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소챕터 내에서도 주제 별로 다시 제목을 달고 있어 그들을 소

개하는 것 만으로도 책의 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부의 첫 번째 소챕터인 '피라미드형 조직'은 검찰의 조직 형태와 인사 기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검찰의 조직

문화는 이른바 '검사 동일체'라는 말로 대표되는데, 이는 검찰조직은 하나이며 전국 검사도 하나라는 뜻이다.

이러한 검찰 조직은 철저한 기수 문화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의 인사는 다시 학연과 지연, 근무연과 혈연

으로 이루어진다. 평검사가 승진하려면, 좋은 '평판'과 연줄이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통해 서열이 매겨진다.


2부의 두 번째 소챕터 '검찰과 2 대 8 사회'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검찰사회가 철저하게 헤게모니를

쥔 2와 샐러리맨화 되어가는 8로 양분된다고 주장한다. 2는 근무처도 서울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돌아다니고,

양이 많고 빛이 나지 않는 형사부보다는 정권과 여론 차원의 관심이 쏟아지는 인지부서의 요직을 독차지한다.

미네르바, PD수첩, BBK 사건 담당 검사들이 모두 영전한 데에서 보듯이 승진의 단 물은 인지부서의 2가 싹쓸

이하는 한편, 2가 벌인 정치적 편향이나 무리한 수사 등으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경우 이 짐은 8이 함께

나누어 진다. 8에 해당하는 평검사들의 상당수가 검찰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억울해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노

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의 정치적 타살이라는 비난이 있었을 때, 저자인 이순혁과 개인적으로 만난 상당수

의 검사들은 '검찰이 청부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게 했다. 낯을 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부의 세 번째 소챕터 '바보야! 문제는 조직이야'는 이러한 문제적 현상들 가운데 특히 검찰권의 행사가 종종 정

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 것은 결국 개인의 품성 차원이 아니라 이미 견고하게 조직화된 구조에서 기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의 의지는 곧 검찰 조직 내에 그대로 관통되는데, 이 검찰총

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삼성에버랜드 수사에서 보듯이, 총장의 고집이나 독선적
 
판단은 실제 수사팀의 조사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를 종용하기도 한다.

또, 특정 사건을 어디에 배당하느냐에 따라 이미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전문인 특수부에 배당되었다면 인과 관계가 철저히 밝혀지겠지만, 평소 처리해야 할 경찰 송치 사건이나

고소, 고발 사건을 수백 부씩 쌓아두고 있는 형사부에 배당된다면 사건이 규명되지 않은 채 넘어갈 가능성이 크

기 때문이다. 배당 자체가 이미 결과에 대한 배당자의 의사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서만이 아니라 미시적

으로는 어느 개인에게 가느냐도 영향을 미친다. 



3부 '노무현과 망나니의 칼' 2부에서 배운 검찰 생리의 이론을 적용해 보는 예제와도 같다. 실제 사건이었

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배당된 관련 검사들의 특성과, 그들의 언행과 결

단이 '검찰 문화'의 어떤 면을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그 댓가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 치밀하게 살핀다. 한 챕

터인 만큼 객관적 기록의 세밀함은 한 권 분량으로 따로 나와있는 세계일보 법조팀의 '노무현은 왜, 검찰은 왜'

를 따라잡지 못하지만 당시와 이후 검찰과 검찰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책만의 빛나는 수확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씨와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씨, 그리고 그들과 청와대를 잇는 연결고리였던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 실명으로 호명된다. 이 내용은 책을 통해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다. 그들이 배당된 이유, 그들이 사건 이후 얻은 것, 그리고 그들과 사건의 결과에 대한 8

의 평검사들의 목소리. 모두 우리의 '의혹'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제목인 '망나니의 칼'은 노 대통령 사후 여론의 지탄을 받던 이인규 씨와 우병우 씨가 자신들의 입장을 변론하

고 있던 때, 한 현직 검찰 간부가 사석에서 이순혁에게 한 말 중에 따 온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

다.


"이인규와 우병우가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항변하는데, 망나니는 망나니인 줄을 알아야 한다. '너 저기 가서 목

쳐'라고 해서 전직 왕의 목을 쳤는데, 그럼 자기가 죽은 왕과 같은 반열이 되나? 명을 받아 목을 친 망나니는 그

냥 망나니일 뿐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은 그만한 허물이 없어서 손 못 댔나? 강한 놈한테는 철

저히 아무 말 못 하면서, 봉하마을 내려간 힘없는 노무현만 잡아 족치는 것, 이건 비겁한 짓이지. ...자기들이 아

무리 역사적 사명감 어쩌고 떠들고 해도 기껏해야 (정치권력이) 안배해놓은 틀 안에서 활용당한 것 밖에 안 된

다. 망나니는 왕의 목을 쳤어도 망나니일 뿐이다. 그런데 왕의 목을 쳤으니 왕과 동급이라도 되는 듯 사명감이

어쩌고 저쩌고 나대는 게 창피하다."



결론부인 4부 '작은 제언'에서는 제목 그대로 검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제안이 거칠게나마 제시되어 있다.


검찰이 이렇게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먼저, 강력함. 우리나라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 등 사법 절차와 관련한 모

든 분야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파트 조직을 확실한 수하로 두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둘째로, 중앙집권적 조직. 우리나라 검사들은 매일 주요 사건의 진행 경과와 처리 계획, 소환과 영장첨구 방침

등에 대해 꼭 부장과 차장, 검사장에까지 보고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국 검찰청에서 올라온 보고들은 대검에

서 취합돼 매일 총장에게 올라간다. 결국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은 대검과 총장

의 뜻이 철저히 반영된다.


따라서 해답은 권한을 분산시키고 줄 세우기 인사시스템을 종용하는 중앙집권적 조직을 해체하는 데에 있다.


강력함을 해체하는 데 이순혁이 제시하는 큰 대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이다. 현재의 검찰조직에서 인지수

사를 하는 조직을 떼어내 경찰 수사파트와 통합시켜 통합 수사기관을 만들고, 나머지 검사들은 법률가로서 기

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수사팀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다. 작게는 현재의 기소편의주의를 기소

강제주의로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사시스템을 개혁하는 대안으로는 자치 검찰제, 수뇌부의 자의적인 인사발령이 아닌 합리적 업무평가 시스템

의 개발, 전국적 단일 인사제도의 폐지, 분야별 전문가의 채용 등이 제시되었다.







이제 총평. 작년 한 해 여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직종 가운데 하나일 검사. 그 검사라는 직종의 특성과 조직

체계, 문제점의 지적과 대안의 제시, 그리고 그 전부에 대한 내부에서의 목소리까지가 길지 않은 분량 내에 빼

곡하게 들어차 있는 양서. 전체를 요약하자면 '검찰의 문제는 8의 평검사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2의 정치적 검

사들과 그들이 다시 구축하는 구조에 있다'는 것으로 그 내용만이라면 익히 들어온 것이지만, 정치적 검사는 어

떻게 되는 것인지, 또 어떻게 양성되는 것인지, 그들이 형성한 조직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들이 차지한 직급

의 위상과 권한은 어떤 것인지 등과 같은 실질적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그 주장의 무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구성과 문단의 배치 등에 있어 다소간의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도 독후감을 쓰기 위해 내용을 재차 정리하

기 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고, 설사 눈에 띄는 흠이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생채기를 내기에는 콘텐츠가 지나치

게 양질이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검사래봐야 내 또래의 지방 평검사 정도일테고, 그에게 조직을 비판적으로 생

각해본 적이 있는지, 검찰의 개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이 책

이 아니었다면 한동안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가득 있다. 법조계 인근에 있는 이에게라도 술을 몇 번은 사야

들을 수 있었을 내용이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면 할인과 적립을 더해 만 원 조금 넘는 정도.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이니 검찰에 관심있는 이라면 반드시 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