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고성국, <고성국의 정치in>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의 2011년 6월 작.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예약하고도 서너 달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되

었다. 책 제목인 <고성국의 정치in>은 고성국 씨가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코너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

체로 정치인들의 인터뷰를 일정한 분량의 기사 형태로 정리한 '고성국의 정치in' 코너와는 달리, 책은 챕터마다

평론, 시론, 분석 등으로 나뉘어 다시 기획되었다. 원래의 코너를 관심 갖고 읽어온 사람도 새로운 내용을 접하

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책은, 결론을 다시 정리하는 4장을 제하고 나면


- 2012년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는 1장. '2012년은 마침표, 2017년은 시작점'

- 2012년 예비 대선 주자들을 분석하는 2장. '박근혜 vs 반 박근혜'

- 2012년 대선 구도 예측인 3장. '2012년 대선 지형도' 


의 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을 읽을지 말지 빨리 정하실 수 있도록, 장단점부터 정리하고 들어간다.



일단 장점.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정치학 박사라는 저자의 포지션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겠지만, 매우 분석적

이라는 것이다. 손석춘의 글처럼 날카롭거나 김어준의 글처럼 후련한 맛은 없지만, 하나하나의 분석과 예측마

다 (저자의 기준에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정치적 현상을 파악하는 데 좋은 교재가 된다.



두 번째 장점은 인물과 현상이 갖고 있는 문제점, 과제 등에 대해 대부분 나름의 해답 또한 제시하고 있다는 것

이다. 예를 들면 한 인물을 분석할 때 그의 문제점까지 함께 지적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

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지침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 또한 정치와 정치인을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갖고자 하는 이가 참고할 만한 우수한 기준점이 되어 준다.




단점. 첫 번째이자 가장 큰 단점은 이 책이 이미 다섯 달 전의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는 거칠게만 꼽아도 8월

무상급식 투표 무효처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9월 안풍(安風)의 등장,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그리고 어제 있었던 11월 한나라당의 FTA 날치기 처리 등 총선과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칠 현

상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최종 결론 가운데 하나인 '이제 구도는 박근혜-손학규' 양강으로 더욱 고착화될 것

이다'라는 예측만 보아도 이 책과 11월 정치와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단점은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박근혜에게 분량과 분석의 깊이에 있어 지나치게 중량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박근혜가 지속적으로 30% 근처의 지지도를 받고 있는 유력 후보인 것은 사실이므로 그에 대한 분

석이 더 치밀하고 다각적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박근혜 vs 반 박근혜'라는 2장의 제목이나, 박근

혜 개인의 대세론과 관련하여 챕터의 반을 할당한 3장 등을 보면, 고성국의 거듭된 지적과 분석이 오히려 독자

들로 하여금 박근혜의 영향력을 실상보다 더 크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딱히 박근혜

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한 명의 독자로서도 우려되는 바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부제는 지금의 '2012 대선 전망'보다 '박근혜 현상을 말한다' 쪽이 훨씬 더 잘 어울

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특성이 두 번째 장점과 결합하면 곧바로 세 번째 단점이 된다. 이 책에는 박근혜가 어떻게 자신의 이미

지를 긍정적으로 순화시킬 수 있을지, 당내의 도전자들과 야권 통합 후보에 대항해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승

리 전략은 무엇인지 등이 상세하게 실려져 있어,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매뉴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세 번째 단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나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의 단점이지만, 대체로 개혁-진보 세력의 집권을 지지하는 저자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해 보면 그에게 있어서도

행복하지는 않은 결말이 될 것이다.


이건 내가 평소에 필자의 언행을 살펴보며 느꼈던 불만이기도 하다. 고성국은 토론과 평론을 통해 박근혜 대세

론을 끊임없이 재확인해 왔다. 평론가로서 공부하고 분석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알리는 것이 '프로페셔

널'의 자세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분석과 예측이 권위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을 더욱 퍼뜨리는 데 일조

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다시 말해, '평론가 고성국'이 권위를 지킬 수만 있다면, '시민 고성

국'에게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후보가 집권하여도 좋은 것인가? '학자로서의 양심'을 운운하기 시작한다면

나도 대학원의 말미에 속한 몸이라 더 이상 논리적인 반박은 할 수 없지만, '학자의 양심'이라는 것이 어떠한 경

우에도 공공의 선과 분리되어 존중받아야 할, 지고지순의 것일까? 나는 의문한다.



정리. 비록 태풍 같았던 지난 다섯 달이 반영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현재 손꼽히는 정치평론가가 잘 정리

해서 쓴 일종의 정치학 교재이다. 공부가 되면 되었지, 읽어서 해 될 것은 없다. 아울러 여전히 총선과 대선을

지배하는 가장 큰 코드 가운데 하나인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읽어 보

자. 단, 고성국이 쫄아있는 만큼 같이 쫄지는 말자. 끝.



덧붙여, 2부에 실려 있는 대선 주자 분석이 재미있어 요약하여 올린다. 다른 평론들과 겹치거나, 길게 요약해야

하는 부분은 빼고, 장단점만을 뽑아 정리해 둔다.



- 박근혜 

장점 : 외모와 행동거지에서 우러나는 대중 흡입력. 정치적 선택을 통해 보여준 타이밍 감각. 감성과 정치적 판
     
         단이 응축된 압축적 화법.

단점 : 체계적인 정책이 없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점에서 보이는 철학의 부재. 포용과 통합의 정치력

         이 부족함.


- 손학규

장점 : 수도권 중간층에 강점이 있음. 중도 개혁적인 정치 칼라.

단점 : 여전한 비주류 이미지. 당내에서 그의 입장을 대변할 '호위대장'과 당외에서 대중을 상대로 그의 이미지

        를 어필해 줄 '책사'의 부재. 


-  김문수

장점 : '리틀 이명박'에 비유되는 저돌적 돌파력. 서민적이고 직설적인 어법. 1년 동안 휴일을 이용해 직접 택시

         를 몰고 경기도를 돌았던 사례에서 보이는 진정성. 현장의 보고를 중요시하는 현장성

단점 : 책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음. (다른 평론에서 지적하는 김문수의 '변절'도 고성국은 '현실주의'의 발로라

         고 분석했다.)


- 정동영

장점 : 대중성과 미디어 정치 능력. 이슈에 주목하는 능력. 통일부장관 출신의 통일, 안보 분야 이력.

단점 : 빠른 정치 감각과 탁월한 이슈 포착 능력 탓에 오히려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 표의 충성도는 유시민만

         못하고 표의 확산성은 손학규에 미치지 못하는 애매한 입지.


- 오세훈

시장사퇴 이전에 쓰여진 분석. 대다수의 평론가가 그의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공언하는 지금이라 요약을
 
아낀다.


- 유시민

장점 : '유빠'를 비롯한 충성도 높은 지지자 집단.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강성 이미지.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즉석에서 논평할 수 있는 뚜렷한 관점과 분석틀을 가진 정치인.

단점 : '유빠'만큼이나 결집력 높은 비토 집단. '통합'의 이미지 부족. 약소 정당 소속.


- 이재오

장점 : 이른바 '2008 공천 학살'을 통해 한나라당에 심어 놓은 '범 이재오계'.

단점 : 킹 메이커를 넘어서 킹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꼭 필요한 전략가와 전략 비전의 부재.


- 문재인

장점 : '호남 기반 정당의 영남후보'라는 데에서 오는 PK 지역에서의 잠재적 폭발력. '주군'과의 의리, 공수특

         전단 출신이라는 이력 등에서 오는 승부사 이미지.

단점 : 부족한 권력의지. '대의명분'이라는 가치가 현실 정치라는 권력투쟁의 장에서도 통용될지가 의문.


- 정몽준

장점 : 6선의 이력. '정주영 신화'와 '현대'라는 백그라운드.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

단점 : 박근혜와의 불화.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


- 정세균

장점 : 여전히 유효한 당내 지분.

단점 : 당 대표로서 행한 전략들의 실패. '정국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다녔다'는 비판.


- 이회창

장점 : 분명한 정치 칼라와 이미지. 충청권 표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

단점 : 실질적으로 낮은 당선 가능성. 자유선진당 의원들과의 이해관계.


- 이정희

장점 : 뉴스 메이커로서의 요소를 두루 갖춤.

단점 : 책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음. (짧게는 두 장, 길게는 20여 장에 달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정희와 노회

찬은 각각 한 쪽을 조금 넘는 분량이다.)


- 노회찬

장점 : 여유와 품격, 잠재력을 갖춘 정치인.

단점 : 세가 약함. 6-2 지방선거 단일화 실패에 따른 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