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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김연철 외, <만약에 한국사>






공부를 포함해 책을 여러 권 읽은 탓인지 뒷목이 좀 아파 오늘의 독후감은 되도록 간단하게 적으려 한다.


부제는 ''만약에'란 프리즘으로 재해석한 우리 역사'이다. <한겨레 21>에 네 명의 필진이 돌아가며 연재했던 꼭

지를 묶
어 책으로 냈다. 필진은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함규진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

원, 최용범 페이
퍼로드 대표, 최성진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이다.


제목에서와 같이 한국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1903년 러시아와 일본 간의 한반도 분할안부터 2002

년 신
의주 특구 건설 계획 발표까지의 34개의 소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 분류를 하자면 근현대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소 챕터는 대체로 열 장 남짓이며 좀 더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한 주제의 경우 이십여 장 정도가 할

애된다. '대원외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등의 교육에 관련된 글도 몇 개 있지만 대부분은 정치 상황에 대해 쓰고

있다.



역사에서의 가정은 말 그대로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제목에서부터 '만약에'를 내세운 이 책을 집어든 내 심사도

거기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니 실제의 공력은 대부분 주제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실려 있었다. 마지막의 한두 장에 덧붙여지는 '만약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어났을

일들에 대한 전망
또한 단순히 선정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결과와의 꼼

꼼한 비교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게 하는 훈련교본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래 기사의 형태로 연재된 잡지가 <한겨레 21>이었음에도 알 수 있듯이 주제의 선정이나 '만약에'의 가정에

내포된
시선은 기본적으로 진보 진영의 그것이다. 그러나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논쟁적 성격의 사건들이 대부분

보수(수구)
진영의 이해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결과로 수렴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의 구체

적 진술과 역사
적 가정에 사용된 논거가 객관적이라고 생각되어, 정치 성향에 관계 없이 근현대사의 복습 삼아

일독하실 것을 권하
고 싶다. 


다음은 전체 독후감과 관계없이, 읽으면서 따로이 표시해 두었던 사실들을 메모장 삼아 적는 것이다. 개인적으

로 확
인해 보고 더 알아보고 싶어 적는 것이니 관심이 없는 분은 넘어가셔도 좋겠다.


- 고종의 장례일은 1919년 3월 3일. 3.3 운동이 아니라 3.1 운동이 된 이유는 노제가 치러지는 당일은 고종의 장

례를 방
해할 수 있고, 2일은 일요일이어서 거사에 참여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 1947년 7월 19일 저격당한 몽양 여운형. 그는 당일 미군정 민정관 E.A.J. 존슨과 비밀회동을 갖기로 하고 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는데, 회동의 실질적 내용은 양 극단의 이승만과 박헌영을 위험시한 미국이 새로운 대화창구

이자 실세로
여운형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 '사사오입 개헌'에서 재적 의원 203명 중 가결 정족수는 136표. 가(可) 135, 부(否) 60, 기권 6, 무효1, 결석 1.


- 5.16의 디데이는 본래 5월 12일이었다. 그런데 쿠데타의 주력부대로 계획되어 있던 공수특전단이 12일 당일

에 안성
으로 내려가 훈련을 실시하게 되어 연기된 것이다.


- 전태일이 1969년 만든 재단사들의 모임 이름은 '바보회'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책 소개에 올라와 있는 목차를 끝에 덧붙인다.


20세기 초 한반도가 분할됐다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지 않았다면
고종이 망명정부를 세웠다면
‘신간회’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반탁운동, ‘동아일보’ 오보가 없었다면
여운형이 미군정의 민정장관이 됐다면
김구·김규식의 남북협상이 성공했다면
해방 뒤 토지개혁이 실패했다면
북한군이 사흘간 서울에 머물지 않았다면
만주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면
미국이 이승만을 제거했다면
제네바 회담이 타결됐다면
‘사사오입 개헌’ 실패했다면
조봉암이 사형되지 않았다면
5.16군사쿠데타가 불발되었다면
베트남에 파병하지 않았다면
무장공비 침투 등 북한 도발 없었다면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늦춰졌다면
전태일이 분신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납치된 김대중이 암살됐다면
임시행정수도 계획 실현됐다면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다면
아웅산 테러가 성공했다면
대원외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박종철 죽음이 은폐됐다면
YS·DJ 후보 단일화가 됐다면
서울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문익환 목사가 방북하지 않았다면
김일성 조문 슬기롭게 대처했다면
작전통제권 온전히 환수했다면
IMF 구제금융 대신 모라토리엄 선언했다면
금강산 관광이 5년 먼저 시작됐다면
대북 쌀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신의주를 홍콩처럼 개방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