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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미안 뭐 그리려다 실패했는지는 말 안할게. 아무튼 누가 뭘 좀 그려달라고 해서 시도하다가 실패한건 데, 어디 가서는 슬픈 운명을 지닌 직녀를 표현하기 위해 분열적인 선을 사용했다고 뻥치려고. 아, 이것참 민망하게 됐는데. 계속 도전은 하고 있으니 성공하면 나중에 올리면서 사실은 이걸 그리 려다가 실패한 거라고 말해줄게. 벌써 잡고 앉았는지 삼십분쯤 됐는데 영 각 안 나오네. 정말로 미술하는 사람들은 존경스럽단 말이야. 더보기
허무한 이야기 팔굽혀펴기 이틀 안 했다고 이십사년만에 처음으로 갈라졌던 가슴이 다시 붙었다. 이제부터 너를 홍해가슴이라 불러주마. 더보기
무서운 이야기 어젯밤의 일이다. 새벽 두시쯤 해서 힘겹게 잠들었는데, 네시쯤에 갑자기 침대옆의 스탠딩 라이트가 저절로 켜졌다. 벌써 육칠년째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인데 그런 일은 처음이라 벌떡 일어나 앉아 한참동안 눈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었다. 공포영화의 뻔한 한 장면처럼 자기 전에 열어 놓았던 창문 으로부터 한기가 흘러 들어와 무서운 것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떼어 놓는 그 몇 걸음이 정말로 조심 스러웠다. 정전 뒤에 전기가 들어올 때에는 가전제품이 갑작스레 전동되는 수가 있다. 그래 어젯밤 내내 내리던 비를 염두에 두고 경비아저씨에게 혹시 정전이 되었었나를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뻔한 대답 뿐이어서 나는 오늘밤이 무섭다. 에이. 고기먹고 자야지. 더보기
민망한 이야기 아침나절에 물이 떨어져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물을 사러 갔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 슬렁슬렁 걸어 간 것이라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아 물을 들고서도 이리저리 고개를 기웃거리는 가운데 계산 대 옆에 놓여져 있는 콘돔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빨간 색으로 딸기가 그려져 있고 하나는 노란 색 으로 바나나가 그려져 있었다. 딱히 여행이 이어지는 여름시즌의 초입이어서라기보다는 어떤 것이든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나의 신념이 드디어 편의점에서의 첫 콘돔 구입을 부추겼다. '저, 딸기맛 콘돔 하나 주세요.' 그 말에 왜 주인이 그렇게 대답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아니, 무슨 말을 하든지 말을 하면서 원하는 상품을 싸 줬더라면 어쨌든 황망하더라도 사서 들고는 왔을 것이다. 나는 손하나 까.. 더보기
1. 응원 학생들 시험 잘 봐. 학교 다니다가 터득한 하나의 철리인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기 실력만큼 나온 점수가 좋은 점수야. 열심히 했는데도 셋이 합쳐 백점 나오면 어쩔 수 없다는 거지. 더보기
2. 그렇지만 말이야... 결국 상대평가제라는 건 저런 거 아니겠어? 더보기
옛말 틀린게 하나 없다. 중은 제머리 못 깎고 점쟁이가 제 점 보다가는 급살 맞는다. 더보기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까는 모르지만, 나는 나름대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다. 남들의 기준이 어떻든간에 내 스스로 만족한다 느끼면 묵묵히 참을 줄 알고, 또한 남들의 기준 이 어떻든간에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상황은 때려 부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내 인생에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 일은 되도록 남에게 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며, 혹여 남들이 그 자신에게 일어나면 크게 화를 낼 것이 뻔한 일을 뻔뻔한 얼굴로 내게 저질러도 적어도 세번은 참으려 노력해본다.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누군가 내게 따로이 벌을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그에 상응할 만한 벌을 줘 왔다 생각한다. 이렇게 살고 있자니 자기 것은 포기할 줄 모르고 남의 것은 포기하기를 요구하는 사람을 가장 미워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 더보기
인천노트 두개의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나는 TV프로그램을 그대로 만화식으로 옮기는 작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사람들이 누구나 데리고 다니는 곰 한마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기처럼 뻥쳐볼 까 생각해 봤는데 앞의 것은 그래도 믿어줄지 모르지만 뒤의 걸 썼다간 날 무서워하게 될까봐 그냥 따로 쓰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앞의 것은 평소 적는 일기가 조금 더 길어진 정도일 가능성이 높고 뒤의 것은 좀 공을 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산책을 하다가 문득 곰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계에 대해 주인공에 대해, 나아가 인간에 대해 이어진 곰선생의 강의는 그의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오늘 산책을 하던 중 나는 나의 여우선생을 만났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서점 에.. 더보기
두통 아침 여덟시다. 지난밤 술을 마셔서 아직 머리가 아플 시간인데, 뒤집어진 생체시계 때문에 새벽 여섯시부터 일어나 머리를 붙잡고 끙끙대고 있다. 스무살 무렵엔 두병정도까지는 아무리 일찍 일어 나도 머리가 아프진 않았는데. 점점 더 이리 된다면 아마도 서른 즈음에는 병수를 맥주로 셀지도 모를 일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제대를 했단다. 알아 보니 한명은 두달전에 제대했고, 한명은 6월 중순이 제대라 고 했다. 둘이 결혼했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는 단짝 커플인데 다행히 아직 제대하지 않은 한명도 말년휴가를 나와 있는 덕에 셋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 마시게 된 것이다. 학교가 지독하게도 재미없었고 학을 떼도록 선생들이 싫었던 탓에 우리끼리라도 재미있게 놀아야 했던 그 시절이었다. 학익고 2기는. 예전처럼 다시.. 더보기
근황 때때로, 고민하는 것을 그대로 내뱉는 것보다 일단 상황이 돌아가는 추이를 살펴야 하는 때가 있 다. 지금이 나에게 그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크게 고민하는 일이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술 마셨던 일 사람들 만났던 일들만을 적고 있기는 어렵다. 아무튼 머리가 좀 아프고, 약간 슬프며, 적정량 이상 힘들다. 오늘은 해병대에 간지 1년이 다 된 동생이 휴가를 나오는 날이다. 어떻게든 군대 안 가려고 기 쓰는 형은 동생을 기다리며 그저 민망한 마음뿐이다. 용돈이라도 넉넉히 줄 수 있다면 마음이라도 편하련 만. 더보기
고민 근래에 있었던 생각이다. 극본 [고백]의 결말을 맨 처음으로 마무리지었다. 어차피 써 나가면서 충돌이 생기는 부분을 고쳐야 하므로 가장 많이 변하는 부분이 되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은 도무지 타협할 수 없는 선이라 아마도 변하지 않을텐데, 그 부분 중 한 씬을 놓고 무척이나 고민했다. 미리 말해두면 이 곳을 드나드는 사 람들이 나중에 직접 극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 덜해지겠지만 어차피 무대위에서 실연하는 것은 몇년 후가 될테니 괜찮겠지. 남자 주인공 셋 중 둘의 키스신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정말로 먼동이 터오는 가운데 삼십여분간 꼼짝 않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민만 했다. 두 역 중 하나는 작중의 내 페르소나 같은 존재라 만약 상황이 허락한다면 꼭 내가 연기해 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덕.. 더보기
최감독과의 영화인터뷰 (2) Q : 지난 시간에 이어 최감독님과의 인터뷰를 붙여가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일은 잘 보셨나요? 최 : 응? 무슨 일? Q : 아니, 왜 지난번 인터뷰 끝에, 바쁜 일이 있으시다고... 최 : 아ㅡ뭐 그거. 응. 그래요. Q : 무슨 일이셨죠? 최 : 음 뭐. 그냥. 사람사는 데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 오늘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나? Q : 아니, 무슨 일...네.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선호하시는 영화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 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기대가 크니까요. 최 : 그런가요? (웃음) 대충 생각은 해 봤는데, 영화 자체보다 개인적인 기준이 들어갈 수도 있어 요. 영화도 하나의 간접체험이니까, 그 영화를 봤던 극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Q : 예 뭐, 그정도야. 어차.. 더보기
최감독과의 영화인터뷰 (1) Q : ...그러고 보니, 조폭 코미디는 어떠세요? 최 : 글쎄 뭐, 워낙 영화같지도 않으니까...우리나라 영화요금이 비교적 싼 편이라 그런게 나오는 건지... 아무튼 추석 때 보는 재미없는 프로그램들 있죠? 연예인들 잔뜩 나와서 이상한 연기 하다가 그맘때쯤 유행하는 개그 몇개 치고 들어가는 거. 그거보다 좀 못하다고 생각해요. Q : NO.3 오늘 TV에서 해 주던데. 최 : NO.3를 그 영화들이랑 비교하면 안 되죠. 조폭 마누라가 두사부일체보다 좀 낫다든지, 달마야 놀자가 좀 덜하다든지 뭐 그런 차이정도는 있어도 NO.3까지 싸잡아서 조폭 코미디라고 하면 안되죠. 글쎄, 이렇게 말하면 될까. 적어도 '조폭코미디'라는 하나의 '영화적 장르'를 논하려면 적어도 NO... 더보기
어울림조 출범식 이것이 언제더냐.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것, 이제와서는 초등학생도 우습게 인용하는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맨처음 그 표현을 생각했던 사람은 어떠하였을까. 시간이란 참, 빨리도 가는구나, 하며 앉아 있다가 문득 무상히도 흐르고 또 흐르는 물이 눈에 띄었겠지. 그 사람은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한숨을 쉬었겠지. 지금 나처럼. 한숨이 더 커지기 전에 열심히 놀아야지. 더보기
아카라카 나의 두번째 프로도 영인이와 함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주 예쁜데 그 너머로 만만치 않은 뚝심이 흠칫흠칫 보여 뭔가 큰 일 하나 해 낼 것 같은 놈이다. 아카라카가 끝난 뒤 인사하고 지나가 는 것을 불러세워 윽박지르며 찍은 사진. 물론 표정은 잘 관리된 후. 연세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길. 이 기대가 헛되어 보이지 않는 몇몇 새사람중의 한 명. 그건 그렇고, 04학번 후배들 참 예쁜데, 저 유행같은 파란 손톱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영 정신 사납다. 더보기
연세 대동제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축제였다. 옷을 보면 알듯이 별로 일을 하려고 간 것도 아니었었는데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니 메인 쿡이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단언하건대 입학 이후로 반행사에 가장 열심 히 참여했다 말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된 수확인데, 뭐랄까, 이 축제에서 나는 드디어 하나의 흐름을 발견했다. 기대하던 대학교 축제의 모습이 아니라 실망하는 후배들을 2002년, 2003년에 많이 보아왔는데, 그 실망 이후에 그들이 스스로의 문화적 경험을 위해 실제적 행동을 취하는 일은 본 적 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의 신입생인 04학번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 경험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 며 개인주의도 끝내 하나의 대안을 찾아가는가, 하고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개인주의에 관해 생각하 는 것만으로도 일.. 더보기
새로운 시작 말로만 찧고 까불고 했지 실상 한 일이라고는 대여점에서 빌린 원작 만화책 연체료만 천원 물어준 것 밖에는 없었던 [고백] 프로젝트가 드디어 궤도에 올랐다. 마음을 크게 울리는 몇몇 문학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에 연극이나 영화등의 텍스트로 극화하려 했던 것은 여러번이었다. 콘티도 짜 보고, 인물설정도 뒤집어 보고. 그러나 사실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생활 정도로,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들여 조금이나마 극화의 시도를 해 보았던 것은 아사 다 지로의 '러브레터'였다. 이렇게 말하면 응, 그렇구나 뭐 그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시겠지만 이 작 품은 결국 영화로 나왔다. 새치기 당했다, 분하다 제길, 하면서도 결국에는 강재의 눈물에 감동해서 울 수 밖에 없었던 영화 '파이란&#03.. 더보기
팝아트 하나 高士勿忘西瓜圖(고사물망서과도), 혹은 西瓜戀慕高士圖(서과연모고사도). 또하나의 장주지몽, 매트릭스. 원인은 텍스트의 효용. 더보기
일기 미랑의 주선으로 MBC에서 '남자셋 여자셋', '일요일일요일밤에'등을 연출하였던 송창의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 준비하는 시트콤의 자료수집차 젊은이들을 만나시는 모양이라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이로서 내 생각과 이야기를 말하면 되겠거니 하고 펄렁펄렁 나갔다. 본래 말씀을 잘 하시는지, 아니면 말씀하셨던대로 어제의 청취객들과 필이 맞았는지, 이야기를 하기 는 커녕 감독님의 스펙터클한 인생만사를 (여러 의미의) 한숨을 쉬어가며 열심히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인문학도일 수 있구나, 라는 것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크게 즐거웠다. 오랜만에 좋은 술을 마신 것과 홍대 앞에 좋은 술집을 알게 된 것도 부수적인 수입이었다. 더보기
온라인 시대의 소통에 대하여 (1) 소통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하나의 인간이 어느덧 모여있는 대공동체의 안에서 문득 개개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 을 바로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소통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떤 동물들은 서로의 차이를 뚜렷이 인식하고도 평생을 사막에서 홀로 살 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보자. '차이'를 알고 그 '간격'을 좁히려, 혹은 넓히려 노력 하는 것. 이 모두를 과감히 싸잡아 소통이라 부르기로 하자. 소통에의 욕구는 기본적으로 필멸적 존재인 인간의 태생적 한계에 근원한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 죽게 되어있다. 언제까지나 살아 있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과 모든 차이가 한 점 으로 수렴할 수 .. 더보기
납량특집 올해 여름은 근래 15년내에 가장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에 맞추어, 별로 세지 않은 것부터 슬금슬금 납량특집.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공포 기대하시라. 더보기
독서산책 vol 1. <신별주부전> 발표하는 작품마다 특정 계층 사이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켜온 문제적 작가 최대호의 최신작. 70년대에 난쏘공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신별주부전이 있다고도 어디선가 평가를 받아가지고 왔 다고 주장하는 이 소설에서 지은이는 재주는 있지만 태생적 한계를 지닌 소시민을 토끼로, 태어나면 서부터 모든 것이 주어져 있는 계급을 거북으로 비유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물에 사 는 생물들을 '태생적으로 중력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착취층, 혹은 지배층으로 설정했다는 날카 로운 비유에서 지은이의 소시민적인 유년기를 쉬 상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소설적 재미에서 조금 벗어나 본격적으로 작가의 사회의식을 전개해 나가는 이 작품을 대하며 그러나 최대호의 기존의 독자들은 겁먹을 필요는 없다.. 더보기
휴스턴 뭐, 통신을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고. 몇달동안 귀찮게 굴어서 미안했어. 나 그냥 우주에 있을게. 돌아가야 하는 건 알지만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다음에 봐. 다음이 언제일지는 나도 몰라. 안녕. 더보기
결론은 하나 아카라카에 다녀왔다. 사정이 있어 노천극장 대기실에 들어갔다가 승훈이형을 만나 악수를 나누 기도 했다. 조금 얘기를 나누다가 혹시 시간이 되시면 최대호가 여자친구를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십사 내 이름과 정인의 이름까지 누차 말했는데 막상 무대에 나온 승훈이 형은 자기 노래만 쌀랑 부르고 들어가 버렸다.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버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자 그걸 다 듣고 난 정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좋아했지만 아카라카의 분위기가 최절정이었던 마지막에 승훈이 형이 직접 말해줬더라면 훨씬 더 감동했을 것이다.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꼭 성공해서 다시 만나야지. 다시 만나서 약속 지키라고 할거다. 실제로 봤을 때에도 방송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을 기분좋게 해 주길래 믿었는데, 쳇, 착.. 더보기
신입사원 최대호입니다. 그러나 폼은 이미 최소한 부사장. 중역의 3대 조건인 풀어헤친 앞섬과 주머니의 손, 그리고 뭐든지 귀찮다는 듯한 표정까지, 3박자가 고루 완벽하다. 더보기
K군에게 K군. 잘 지내고 있겠지. 잘 못 지내고 있다고 해도 내가 별달리 해 줄 수 있는 건 없으니 어쩔 수 없어.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혹시 맞출 수 있겠나? 내가 요새 자주 보는 만화책의 조연인데 말이야. 실루엣등으로 미루어서 한 번 맞춰보게. 5월맞이 독자서비스 정도로 여기고 말이야. 내일모레 아침 열시에는 탄핵기소에 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TV에서 생방송으로 보여준다는군. 자네도 별 일이 없으면 꼭 보라구. 난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볼 생각이야.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오는구면. 내방에는 작은 화이트 보드가 있어. 집에서 과외수업을 하던 시절에 원활한 강의를 위해 사다 놓았 던 것이지. 난 시각훈련을 중요시하는 사탐선생이었거든. 관교동의 사최라고 하면 나름대로 유명했 던 시.. 더보기
눈에 눈물을 담은채로 빗줄기를 보고 있으면 기분과는 상관없이 예뻐 보인다. 비가 온다. 나는 어떠한 기분이 될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 기분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 니었다. 그런데 지난번 비가 왔을 때와는 달리 마치 뇌에 때려박듯이 슬픈 기억들이 펑펑 터져대는 데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습도에 따라 다른 비로 느끼게 되는 것일까. 지금 겪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일들이지만, 예전의 슬픈 기억들을 되새기는 것은 지금의 최대 호가 아니라 그때 그장소의 최대호이다. 어쩐지, 요새는 사춘기가 다시 온 듯한 기분이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화요일 며칠간 어디엘 좀 다녀오고 인터넷이 안 되고 하는 여러가지 사정 탓에 일기를 쓰지 못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서울대공원엘 갔었다. 입학 이후 처음으로 허수의 덕을 보아 크게 즐거웠다. 대공원 공익근무가 그렇게까지 큰 백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리프트도 공짜, 동물원 입장도 공짜, 돌고래 쇼도 공짜. 사회를 살아가며 이렇게 자잘자잘한 백이 있어야 편하구나, 를 다시 생각하며 어쩐지 한편으로 조금 쓸쓸해졌다. 토요일에는 정동 스타식스에서 심야영화를 봤다. 예전에 한 번 더워서 크게 고생을 한 적이 있어 반바지를 미리 챙겨 갔는데도 결국 세번째 영화인 스타스키와 허치는 반 이상을 졸고 있느라 놓치고 말았다. 아라한과 효자동 이발사는 뭔가 한치씩 모자라 영 안타까웠다. 심야영화를 보고 난 뒤 인천의 집에 도착한.. 더보기
온 일가친척이 작당하고 나를 독살하려는 꿈을 꾸었다. 조그만 방, 책상 앞에 의자가 세개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 회전의자를 택해 앉았다. 꿈이어서 그랬겠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명백히 홈즈소설에서의 차용이라고 생각하는, 독침을 뱉는 작은 상자가 책상 위에 있었던 것이다. 마침 회전의자를 타고 뱅글뱅글 돌고 있었던 탓에 독침은 의자의 등을 맞추었다. 나는 이미 침을 맞은 것인양 연기를 하며 방 앞에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죽어가는 이의 특권이랄까,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오로지 분노만으로 그들에게 소리쳤는데, 돌아오는 답변들은 (이 부분에서 꿈이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들이어서 혹독하게 찢긴채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