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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노정태, <논객시대> (반비. 2014, 2.) '청년논객' 노정태의 2014년 신작. 인터넷 언론 에 '노정태의 논객시대'라는 코너로 진행했던 내용 을 묶어 한 권으로 출간했다. 부제는 '인문, 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이렇게'가 아니라 '어쩌다 이렇게'라는 표현에서, '지금'은 매우 부 정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이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던 '옛날'이 있었다는 저자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지금'과 '옛날'이 언제였는지를 적시하는데 별다른 망설임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오직 SNS에서만 뜨거웠던,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었던 2012년 대선의 과.. 더보기
최장집 外,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3, 4.) 카테고리에 올리기 위해 독후감을 쓸 때에는,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갖는다.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다 하더라도 공부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 두는 학생으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독서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흥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독자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다 하더라도, 내 독후감에 감흥을 받아 그 책을 구해 읽고 또 언젠가는 그 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동지(同志)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저 사람은 저런 많은 종류의 책들 을 읽는구나라고 찬탄해 줄 관객을 위해서인가. 글을 쓰는 '자세', 혹은 '위치'에 대한 생각이 끝내 확립되지 못 한 채로 마치는 독후감은 대개 다시 읽어봐도 조잡할 때가 .. 더보기
지승호/박노자, <좌파하라> 열흘 상간에 지승호 씨의 책을 네 권이나 읽게 됐다. 예약의 타이밍과 '도서관의 천사'가 겹쳐 일어난 우연일 수 도 있지만, 한 해에 책을 네 권씩 내는 저자의 왕성한 활동 덕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런 저자의 4월 작. 부제는 를 읽기 전에 읽었던 저자의 다른 책은 양익준 감독과의 인터뷰집인 에서 지승호는 인터뷰어라기보다는 양익준의 팬이거나 친구에 가깝다. 여기에는 인터뷰가 이루어지던 시점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겪고 있었고 마침 서로가 서로에 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되어주었다는 점, 성장 환경과 그로부터 발원한 정신 세계에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했을 것이다. 문자로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술이 익는지 밤이 익는지 모르고 정다운 대화를 주고받는 .. 더보기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몇 달 전의 일이다. 지인과의 대화 중에 '교사는 노동자인가'라는 새로운 화제가 나왔다. 나는 '당연하다'라고 답 을 했는데, 신성한 교육의 행위를 어떻게 노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받았다. 시간 되면 출근하고 업무가 안 끝나면 야근을 하고 몸이 아프면 휴가를 내고, 그 노력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노동이 아니고 무엇이냐, 는 요지의 의견을 펴 보았지만 설득은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을 신성한 행위로 간주하고 교사를 노동자 이상의 무엇으로 숭앙하는 것이 일견 교사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교사가 노동자로서 간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주장하는 데에 더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화의 끝에 나는 아마도 빨갱이 취급을 받았던.. 더보기
김종배, <삼십대 정치학>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에서 11년간 '뉴스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다가 이 정권 하에서 퇴출 당하고 현재는 인기 팟캐스트 를 매일 진행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9월 신작. 일찌감치 예약을 걸어두었는데도 몇 바퀴나 돌아 11월 중순인 이제에야 손에 떨어졌다. 바로 전의 저작인 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고도 바로 서가에서 빌릴 수 있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적어도 연 대 도서관 사용자들에게 있어 이 주제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표지를 두껍게 가린 띠지를 벗겨내고 나면, 정장을 입은 채 백팩을 메고 있는 젊은 남자의 사진이 나온다. 짧게 잘라 세운 머리, 몸에 다소 밀착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정장, 그리고 언뜻 정장과는 잘 매치되지 않 는 백팩. 모두 30대 .. 더보기
제임스 길리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먼저 총평. 알차다. 내용도, 내용을 논증하는 방식도. 책날개와 위키피디아를 참고해 저자를 소개해 보자. 저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전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현 뉴 욕대 정신과 교수로, '폭력'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연구해 온 학자이다. 주로 폭력이 일어나게 되는 심리적 요 인과 그 예방책을 탐구해 왔는데, 그러한 그의 이력 때문에 매사추세츠 주 교도소는 그에게 수감자들의 정신 건 강을 책임지는 총괄자(director)를 맡아주도록 부탁하였다. 정신의학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할 정도로 수감자들 의 자살과 살인의 비율이 특별히 높았기 때문이었는데, 십 년 후 저자가 총괄자의 자리를 떠날 때에 그 비율은 양 쪽 다 거의 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폭력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지를 탐구.. 더보기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먼저, 돈 헤이즌(Don Hazon)의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한다. 2004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순간 모두가 의기소침해졌지만, 곧 엄청난 반향이 잇따랐다. 수백만 진보주의자들은,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싶어 했다. 많은 이들은 단순히 강력한 반(反)부시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겨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론 조사에서 예측된 바대로, 많은 미국인들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과 가치관에 투표하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치관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존 케리는 사실에 기반한 통계 자료를 엄청난 양으로 제시하여 논쟁에서 이기고, 새로운 정책들.. 더보기
美 LA시, 포르노 배우 콘돔 사용 의무화 조례 제정 오늘자 인터넷 한겨레에서 흥미로운 기사(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515278.html)를 읽었 다. 미국 LA 시에서 포르노 배우들이 촬영시 의무적으로 콘돔을 사용하도록 하는 조례가 제정되었고 LA시장 의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LA 시는 미국의 포르노 중 90% 이상이 생산되는 곳으로, 이 곳에 서의 위와 같은 조치는 단지 상징적인 의미 뿐 아니라 실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사에 의하면 상기 조례를 제정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배우들의 에이즈 예방이고, 두 번째는 포르노 시청자들을 계도하기 위함이다. 에이즈에 관해서 기사는 이미 수치로 증명을 하고 있었다. 포르노 배우들을 돕는 핑크크로스재단은 2000년 .. 더보기
김어준, 지승호 <닥치고 정치> 2 여기에는 를 읽으며 발췌한 내용들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적는다. 언젠가 참고하려고 끄적거려 두는 것이지만 내용들끼리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발췌한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이 많은 분 은 때때로 읽어 보시라. - p50. '이 정도면 거대 담론의 도움 없이 일상의 언어로 좌, 우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본다' 이 말은 '좌와 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지승호의 질문에 '공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해법을 내는 기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적응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태도'라고 답변한 뒤 붙인 결론이다. 김어준은 가는 곳마다 '무학'을 자처한다. 위의 언술에서는 그것이 겸양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이 곧 소통이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