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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혹시 내일이 되면 입장 바뀔지 몰라








일기는 쓰고 싶지만 어지간히 쓸 내용이 없는 날이 가끔 있다. 그런 때에는 저쪽 구석에 박아 두었

던 사진들을 꺼내어 본다. 보통 사진이나 그림을 내려 받을 때에는, 이런 내용을 쓸 때에 같이 실어

놓으면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인상적이어서 일단 내려

두기는 하지만 어디에 쓸지 도통 생각해 낼 수가 없는 사진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것들 중에서 몇

주째 미스터리의 제왕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그림을 올려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내용과 함께 올릴까를 고민고민해 보았지만 청첩장 형식의 글과

함께 올릴까밖에 떠오르질 않고 그나마도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도 올려두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기에 이렇게 생뚱맞게 올려 둔다.




오늘은 약간 기분이 별로였다. 어제 새벽 늦게까지 수요일에 있는 '우리시읽기' 수업의 발표를 준

비한 탓에 느지막히 일어난 것까지는 좋았는데, refresh하자고 한 샤워 도중 우는 연기를 해보다가

기막히게 몰입이 되어서 하루종일 우울해 있는 것이다. 그 좋아하던 뽕짝뽕짝 리듬의 '분홍립스틱'

도 지금까지는 들리지도 않던 가사가 애처롭게 귀에 달라붙어 못 듣고 있다. 다행히도 (가사는 만만

치 않게 애처로운 편이지만) 멜로디가 즐거운 '담배 한 모금'이라는 노래를 찾아 수십번째 들으며

우울함 치료제 공명전을 하고 있다. 이것도 괜찮은 느낌이다. 들어보시라. '라이터를 켜라'라는

영화에서 봉구가 마지막에 담배에 '그'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면에서 엔딩 롤과 함께 흘러 나오는

노래이다. 노래방 가서 찾아 봐야지.



MBC 영화상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얼떨결에 보게 되었는데, '오아시스'가 온통 독점을 했다. 물론

대작이긴 하지만. 조금 더 상의 개수를 늘리든지 해서 다른 배우들에게도 수상의 기회를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심각하고 우울한 연기만이 연기의 전부는 아니었을텐데. '해적, 디

스코왕 되다'에서의 임창정같은 경우는 정말 좋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여우주연상이 '가문의 영광'

김정은한테 가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정은은 좋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 그 영화제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영화제에서 김혜

수만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는 것. 패이지 않은 옷을 입은 여배우를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던 것 같다. 남주 누님, 감동이었어. 흐흑. 영화를 보고 그 연기력으로 주연을 먹다니, 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채영양도 앙드레 김의 예복 차림에 그만 모든 원한 잊고 새로 시작을... 세월이

지나도 정화 누님의 글래머는 퇴색하질 않고, 같이 올라간 남자배우의 어깨가 무색할 정도의 김선

아의 건강함이란...  오늘 무슨 상의 후보들을 소개하고 상을 전달하러 나온 사람들이 지겹게도 했던

말이지만, 그런 '고마운' 자리를 만들어 준 주식회사 MBC측에 나도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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