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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미하엘 엠바허 글 / 베른하르트 앙게러 사진, <유혹하는 자전거>

 

 

 

 

 

저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검색을 하였는데 한글 정보는 별로 없다. 아무튼 건축 디자이너이자 '세

 

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 중 한 명'이라는 미하엘 엠바허 씨의 2011년 작. 이 책은 그가 수집한 자전거들을 소개

 

하는, 일종의 컬렉션 북이다. (홈페이지인 http://www.embacher-collection.com 에 가 보면 그의 소장 목록을 확

 

인할 수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도 간료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 제목. 원제는 'Cyclepedia : A tour of iconic bicycle designs'이다. 나는 원제 쪽이 건조하

 

고 단아하여 훨씬 마음에 든다.

 

 

 

 

짧은 서문과 자전거 디자인의 약사(略史)에 몇 장을 할애한 뒤, 책은 곧장 자전거의 박람회로 뛰어들어간다. 구

 

성은 간단하다. 한 자전거에는 보통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가 할애된다. 제품이 등장한 시기나 디자인의 특성,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의 소개글이 넉넉한 여백을 두고 실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매끈매끈한 종이 위에 탐미적으

 

찍힌 자전거를 늘어 놓았다. 한 쪽은 부분 사진, 한 쪽은 전신(全身) 사진이다. 220 쪽이 약간 넘는 분량에

 

100 대의 자전거가 소개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라는 호칭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독서의 과정에서이다. 그는 단지 비싸

 

고 이름난 자전거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 디자인의 역사, 혹은 자전거 기능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

 

을 지속적으로 모아 왔다. 그래서, 개인의 컬렉션에서 100 대를 뽑았을 뿐인 이 결과물에 '자전거 백과사전'이라

 

는 다소 오만한 이름도 허용되었을 것이다. 건조한 문체는 길지 않은 분량에 집요하게 들어차 있는 정보들과 합

 

쳐져 오히려 저자의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생소한 기술적 표현들과 함께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곡선이라니!' 따위의 영탄법을 나열했다면 디자인의 미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을 것

 

이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의 제원을 메모해 두거나, 예쁜 배색 등을 보고 가벼운 즐거움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면 누구

 

라도 한두 시간 내에 독서를 마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서를 더욱 즐겁게 누리는 길은, 한

 

권을 따로 구입하여 침대맡에 놓아두고, 자기 전에 짬을 내어 두어 개 정도의 자전거를 천천히 그리고 탐욕스럽

 

게 살펴보는 것이다. 과연 소개글에서 설명하는 기능을 실현해낼 수 있을까, 앞 장의 자전거와 같는 디자인 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색 말고 이런 색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자전거는 누가 타는 것이 어울릴까 등등을

 

상상하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유혹하는 자전거'라는 한국 제목도 영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물건이 아름다움과 실용성이란 두 가지 미덕을 동시에 간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

 

양자를 완벽히 겸비한 사물을 만났을 때에는 그 감동이 지극하다. 자전거가 바로 그런 물건이라고 생각해 오

 

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구입하고 볼 일이다. 나도 읽는 내내 꿀 같은 침이 주루룩주루룩. 단 좋은 종이질

 

탓인지, 아니면 제품 사진에 저작권료가 있는 탓인지 가격은 낮다고는 할 수 없는 28,000원. 나는 오늘부터 중

 

고서점에 매복 들어간다. 넉넉한 분들은 두 권 사시라.

 

 

 

 

 

 

 

 

 

 

크기의 비교를 위해 뒷표지에 손을 대고 찍어보았다. 남자 중에서 손이 큰 편은 아니지만 아무튼 눈대중으로도

 

30cm는 너끈히 넘을 것 같은 세로길이. 펼쳐놓고 읽으면 책상에 꽉 찬다. 흐뭇하다. 아래부터는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자전거들의 사진을 소개한다. 제품명을 함께 적어두니 관심이 있는 분은 따로 검색하여 보시라.

 

표기의 순서는 <회사, 제품명, 제조명>이다.

 

 

 

 

 

<SCHULZ, Funuculo, 1937>

 

 

 

 

 

 

<MERVIL, Mervilex, 1949> 

 

 

 

 

 

 

<GARIN, 1952>

 

 

 

 

 

 

<BREEZER, Beamer, 1992>

 

 

 

 

 

 

<UMBERTO DEI, Giubileo, 1996>

 

 

 

 

 

 

<HASE SPEZIALRADER, Pino Tour, 2010>

 

 

 

 

 

 

<SHORT-BIKE 3R, 1996>

 

 

 

 

 

 

<SMITH & CO., Long John, 1983>

 

 

 

 

 

 

<SIRONVAL, Sportplex, 1939>

 

 

 

 

 

 

<SKOOT INTERNATIONAL LTD, Skoot, 2001>

 

 

 

 

 

 

<T &C, Pocket Bici, 1963>

 

 

 

 

 

 

<Inconnu, 1950>

 

 

 

 

 

 

<DUEMILA, Duemila, 1968>

 

 

 

 

 

 

<BICKERTON, Portable, 1971>

 

 

 

 

 

 

<ELECTROMONTAGGI SRL, Zoombike, 1994>

 

 

 

 

 

<SACHS, Tango,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