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당신도 꼼수PD가 될 수 있다'. 목사아들돼지, 돼지아들목사, 최근에는 목사돼지아들로도 불리우는 시
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10월 말 최신작.
한 줄 평부터 하고 들어가자. 이 책은 '나는 꼼수다' 팬북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특별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참고서 형식으로 목차를 소개하고 각 소챕
터 별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해도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구매해야 할지 아닐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
이다. 책은 총 5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을 따라 순서대로 요약해 본다.
1장. 정치방송의 새 지평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제작 뒷담화
주요내용 : 나꼼수와 관련된 잡다한 사실
- 나꼼수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가벼운 접근.
- 나꼼수의 각 회별 요약.
- 트위터에 올라온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 멤버 인기투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 투표.
2장. '나는 꼼수다' 흥행 ! 5가지 배경
주요내용 :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기술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 즉 외적 요인.
- 팟캐스트 소개.
- SNS 소개.
- 무선인터넷 환경 소개.
- 정치의 실상을 알려주는 나꼼수의 역할.
- '꼼수'를 내보내지 않는 수구적인 언론 환경.
3장. '나는 꼼수다' 힘! 5가지 비결
주요내용 : 나꼼수 성공의 내적 요인.
-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의 캐릭터 분할.
- 관건은 '주장'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소설쓰는 능력'.
- 재미.
- 아무도 안 하는 정권비판.
- 편집.
4장. '꼼수 PD' 김용민이 방송쟁이 되기까지
주요내용 : 라디오 키드였던 김용민이 <극동방송> 사원, <CTS> PD, 시사평론가를 거쳐 나꼼수 PD가 되기까지
의 인생 역정.
- 손에는 신문, 귀에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이어폰을 끼고 다니던 '시사 소년'.
- 조용기 목사를 비판하다가 2000년 <극동방송>에서 해고.
- 노조를 구성해 감경철 사장의 비리에 항거하다가 2002년 <CTS>에서 해고.
- '이 대통령' 발언 사건으로 2008년 <CBS>에서 해고.
- 2011년 '나는 꼼수다' 제작 및 제작 노하우 소개.
5장. '나는 꼼수다' 스타일! 닮는 법
주요내용 : 정치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혹은 시사평론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
- 주간지, 월간지를 꾸준히 읽어라.
- 의문을 가져라.
- 사건에서 인간의 욕망체계를 발견하라.
- 남이 한 번도 하지 않은 내 주장을 가져라.
- 쫄지 말라.
부록. 언론에 비친 '나는 꼼수다'
주요내용 : 나꼼수 관련 인터뷰, 평론, 기고문 모음.
독후감 쓰자. 단점부터 주루룩 나간다.
하나. 수많은 철자법 오류와 편집 오류. 특히 몇십 페이지에 걸쳐 왼쪽 괄호인 ( 가 생략되어 있는 것은 치명적
이다. 예를 들면
'최대호(연세대학교 대학원생)는' 이
'최대호연세대학교 대학원생)는'
으로 표기된 식이다.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책인만큼 그 횟수를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건 '주국을 조국으로 다시 고쳤습니다' 정도의 애교로는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둘. 역시 편집의 문제. 목차에 나와있는 페이지 수와 실제 내용의 페이지 수가 일치하지 않는 곳이 있다. 사소한
꼬투리 잡기일까? 위의 오류와 합쳐서 생각해 보면, 성의의 문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만약 내용 중에
10.26 서울 시장 선거나 10.28 FTA 인준과 같이 시급을 다투는 이슈가 있어 반드시 그 전에 출간해야 하느라고
서두르다가 그렇게 되었다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위의 목차 소개에서도 보았듯이 이 책은 나꼼수가 유행하는
한 언제 나오더라도 별 상관없는 책이었다. 혹시 '닥정'과 '조말'의 흥행에 편승하려는 것이었을까?
셋. 멤버의 사진이나 특별부록인 '나꼼수 로고송 악보' 등을 제하고 나면 내용은 200쪽 남짓. 판형이 A4 사이즈
가 아니라 조금 큰 문고본 사이즈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아마 150장에 못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가격
은 11,500원.
넷. 나꼼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김용민의 개인사. 물론 사회에 나온 뒤 그의 개인사는 한 언론인이 종교, 자
본,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탄압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굳이 이 책의 한 장을
통째로 차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섯. 분량 배분의 문제. 팟캐스트 소개나 SNS 소개, 나꼼수 캐릭터 배분, 혹은 시사평론가가 되기 위한 지침
처럼, 제목만으로도 그 분석이 기대되는 소챕터들은, 실제로는 많아야 두 장, 심하게는 한 장 분량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자세히 말해보자. 전체 5장 220여 쪽 가운데, 나꼼수 성공의 외적 요인을 다섯 가지로 분석한 2장의 분량은
18쪽, 내적 요인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3장의 분량도 18쪽, 시사를 읽는 법에 대한 지침 5계명인 5장은
11쪽에 불과하다.
한편,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부록에 실려 있는, 나꼼수와 관련한 여러 사람들의 평론, 기고
문, 인터뷰 등을 합쳐 놓은 '언론에 비친 '나는 꼼수다''(p178 - p 209, 총 32쪽)이다. 공동 2위 중 첫번째는 ('제
일 잘 생긴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등의 질문이 섞여 있는) 트위터러들의 질문을 소개하고 구어체로 답
글을 쓴 '트위터러가 보는 '나는 꼼수다''(p33 - p64. 총 32쪽)이고, 두번째는 나꼼수와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을
빼고도 31쪽에 달하는 김용민의 개인사(p117 - p147)이다.
이외로 굳이 소챕터로 분류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가는 곳이 몇 군데나 있고, 소챕터의 제목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이 기술되고 있는 등의 단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맨 처음 한 줄 평에 소개했듯이, 이 책은 '나꼼수의 팬북'이다. 편집이 됐든 말았든, 분석이 얕든 아니든, 책으로
읽을만한 내용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정봉주 전 의원과 주진우 기자가 싸우는 것은 컨셉인지 진짜
인지, 김어준 총수는 헤어관리를 며칠에 한 번씩 하는지가 얼마나 궁금했었는데. 적어도 나는 '용민이 형, 돈 쉽
게 버네'하고 생각하면서도 즐겁게 읽었다. 저자 서문과 책의 뒷표지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의 판매수익금은
'나는 꼼수다' 제작에 지원된'다고도 하니, 어떤 예능프로보다도 재미있는 '상품'을 무료로 즐기고 있어 미안하
던 차에 녹음실 대여와 편집 비용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총평. 판형이 작고, 어려운 분석도 없고, 여성지 수준의 흥미성 글도 많고 하니, 나꼼수 콘서트 현장에서 팜플릿
이나 팬북 차원으로 팔았더라면 누구도 큰 불만 갖지 않았을 것 같다.
'닥정'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어 더 공부하기 위해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분, 제 2의 나꼼수를 꿈꾸며 김
용민의 제작 시크릿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언더그라운드의 1인 프로듀서들, 나꼼수에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정계의 뒷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궁금한 반 가카 세력, 혹은 친 가카 세력이라면 사지 말자.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마음 속으로 '오직 한 분 가카를 위해'를 흥얼거렸던 소년이나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바람에 '잠깐 바람쐬자 해 줘요'를 읊조리는 소녀라면 나꼼수의 장수를 위해 구매할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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