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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북한강은 부른다 그럼 출발. 완만하게 누운 산과 자전거길 좌우로 펼쳐진 밭. 소똥 냄새도 나는 것 같은 평화로운 길을 휙휙 지나간다. 북한강자전거길의 운치있는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나무다리 길. 조금 좁아서 나 같은 초보한테는 커브가 어렵 긴 하지만 천천히 달리다 보면 왼편의 강냄새와 오른편의 숲냄새가 섞여 몹시 흐뭇하다. 바퀴 아래서 달그락 달 그락거리는 나무다리의 감촉도 즐겁다. 여기에서 나는 자전거에 조금 익숙해졌답시고 달리는 와중 건방을 떨며 한 손으로 사진을 찍다가 강하게 펜스를 들이받았는데, 국부의 격심한 통증에도 좌절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계속 해서 즐겁게 달렸다. 고통을 잊게 하는 풍광, 대단하다. 물론 부위가 부위인만큼 다 잊은 건 아니고 때때로 생각 났다. 쭉쭉 시원하게 달린다. 해는 아직 중천이지만 .. 더보기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춘천으로 가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춘천시 춘천역까지 두 시간 40분. 어휴 끔찍해. 위의 루트에는 버스가 포함되어 있지 만 나는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만 이용해야 했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반사되라고 흰 티셔츠 입고, 운동용 운동화의 끈을 질끈 맸다. 인자 출발. 창 밖이 답답한 2호선만 아니라면 지하철도 대체로 탈 만하다. 보이는 풍경에 서울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춘천에 거의 다 와가는 시점에야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앗차, 전방 후레쉬를 집에 두고 왔구나, 하고 무릎을 철썩. 속도계와 기어 사이의 빈 고리가 전방 후레쉬가 끼워져 있어야 할 자리이다. 지난 번 종주의 막판에 배터리가 나갔던 터라 방으로 들고 가 충전을 시켜뒀었는데 그걸 그대로 책상 위에 놓고 온 것이다. 수건.. 더보기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북한강자전거길 6월 4일 수요일은 제 6대 지방선거, 6월 6일 금요일은 현충일. 그 사이의 5일 목요일을 휴가를 내어 연휴를 즐 기는 직장인들이 많다. 자전거도로에도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나도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두번 째의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21km의 아라자전거길과 56km의 서울구간 한강종주자전거길 다음으로 짧은 것은 북한강종주자전거길. 남양주 시 운길산역 인근의 '밝은광장 인증센터'부터 춘천시 춘천역 인근의 '신매대교 인증센터'까지의 70km 코스이다. 기점은 출발점과 도착점을 포함해 총 4개. 그러니까 구간은 세 개인 셈이다. 각각의 구간은 15km, 25km, 30km 의 길이이다. 간략한 지도로 이동경로를 살피면 위의 녹색 실선과 같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북한강자전거길을 타는 방.. 더보기
2. 4대강 한강종주자전거길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의도에서 뚝섬 가느라 강 건너 왔는데, 뚝섬에서 광나루 가자고 또 강을 건너야 하다니. 그리고 연희동의 집으 로 갈 때 또 건너가야 하겠지. 총각 뱃사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인증 센터. 이번엔 자전거 도로 변의 소나무 그늘 아래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서 있었다. 한밤중의 나무 그늘 아래라 인증센터 안은 어두어두컴컴. 이미 오래전에 꺼져버린 전방 후레쉬의 배터리를 꺼내 어, 몇 차례 흔들고 전극에 혀를 댄 뒤 꽂아 넣자 잠시나마 빛이 나온다. 짧은 틈을 타, 한강종주자전거길의 마지 막 스탬프를 찍는다. 이렇게 첫 째 장 완성. 제일 짧은 두 코스 달리면서 심연의 밑바닥까지 다녀 오다니. 하지만 호들갑은 내 장기라 굳이 탓하지 않기로 한다. 탓 같은 것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기도 하다.. 더보기
2. 4대강 한강종주자전거길 - 무식과 용기는 만나선 안 돼 이왕 지친 몸 달려나 보자. 눈에 푹 익은 길이니 조금이라도 더 편하겠지. 며칠 전에도 왔었던 골든 라이탄 앞을 지난다. 그대 청년이여 무슨 사연 있관대 2인용 자전거를 홀로 타는가. 혹 단순한 체력단련이라면 멋대로 감정이입한 것 에 깊이 사과하겠소. 오 전임 시장님의 또 하나의 역작인 세빛둥둥섬. 못지 않은 역작인 아라뱃길을 지나와 이렇게 만나고 보니 감회 가 한층 더하다. 팔자 좋게 이런저런 사진 찍으며 온 것 같지만 사실 위의 사진을 찍을 때쯤 나는 크게 후회를 하고 있었다. 딱 마지막 한 방울에 컵의 물이 넘치듯, 여의도에서 뚝섬으로 오는 이 길의 어딘가에서 분이 넘치고 말았던 것이다. 집에서 나섰을 때부터 여섯 시간쯤 팟캐스트를 들었더니 아이폰은 딱 인증샷을 찍고 지도를 검색할 수 있을 정 도의.. 더보기
2. 4대강 한강종주자전거길 - 인터미션 이제 가야 할 길은 아라자전거길의 종착점인 한강갑문에서 한강종주자전거길의 출발점인 여의도로 가는 일종의 인터미션. 지도로 검색해 보니 한강변 따라 가는 길이라 이번에도 난이도는 별로 높지 않을 것 같다. 한강갑문에 도착하자마자 난 15km 남았다고 알려주던 여의도. 한강갑문서 스탬프 찍고 잠깐 쉬었다가 출발해서 페달 몇 번 돌리고 나니 14km 남았다고 또 알려준다. 참말로 고맙구먼.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 코스는 꼭 한강변만을 달리지는 않았다. 강서지구의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 고, 일반도로 바로 옆을 달리기도 하고 하는 등 그때그때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긴장하며 판단을 하다 보니 어 느덧 눈에 익은 다리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장미꽃 사진 찍은지 40분 만에 도착한 선유도와 양화대교. 집에.. 더보기
1. 4대강 아라자전거길 - 진짜로 시작 아라자전거길의 출발점은 아라서해갑문, 종착점은 아라한강갑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라뱃길을 고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코스이다. 지도에서도 대체로 직선 코스를 한참 달리게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잠시 달리다가 다리를 올라가게 되어 내려다 보니 저 멀리 서해갑문이. 인천 토박이로서 갑문을 바라보며 괜한 감상에 젖다가 갑문 왼편으로 멀리서도 잘 보이는 쌍망치를 보고 나니 다시 출발할 마음이 확 든다. 직선에 직선, 직선에 직선. 자전거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타게 된 나 같은 사람한테는 라이딩의 기초 기술들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는 좋은 코스다. 자전거 도로가 널찍하고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연인끼리 천천히 함께 달려도 좋을 것 같다. 자전거길 내의 명승지, 관광지 안내에도 나와 있던 아라폭포.. 더보기
1. 4대강 아라자전거길 - 서해갑문에서 어잇샤 어잇샤. 페달을 밟자. 7km도 넘게 떨어져 있다니 검암역까지 지하철로 편하게 온 부끄러움도 조금은 가 라 앉누나. 그냥 자전거 도로 위에 글씨 몇 자 써 놓은 것 뿐인데, 달리던 중 브레이크를 밟고 찍지 않을 수 없었던 그 장면. 어머나, 뭔가 시작되긴 시작됐나봐 하는 생각에 스르륵 웃음이 난다. 어쨌든 고맙긴 고마운 것이니 그 분에 대한 오마쥬의 마음으로 혀도 몇 번 날름거려 본다. 옳거니 오른 쪽의 저것이 수첩 판매처렷다. 4대강 자전거길 선배님들의 블로그를 보니 망치 모양 건물이라 하던 데 그것 참 직관적이고 좋은 설명이었구먼. 가까이서 보니 더욱 망치. 머리가 두 개 달린 쌍망치. 사생대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밖이 더웠는지 학부모와 아이들이 건물 내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었다. 화장실 .. 더보기
1. 4대강 아라자전거길 - 검암으로 가자 갑작스레 출발. 가방도 평소 강의에 들고 댕기는 큰 가방 챙겨서 그냥 나선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로 밥해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연희동의 집에서 10여 분 가량 달려 공항철도 홍대입구 역으로 향한다. 아라자전거길의 출발지인 서해갑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다시 올라오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일단 서해갑문에서 가장 가 까운 공항철도 검암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뒤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루트를 택한다고 한다. 같은 시간을 들여 똑같은 길을 두 번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차라리 더 멀리 가는 쪽이 재미있거나 유리하기 때문일 것 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스스로의 체력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검암까지 지하철 을 타고 가기로 했다. 자전.. 더보기
1. 4대강 아라자전거길 - 아라 자전거길 부산에서 출발해 낙동강 길을 타고 올라오는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4대강 종주의 출발이라고 불리우는 아라 자전거길. 인천 서구 오류동의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아라한강갑문'에서 끝나는 코 스이다. 위 지도에서 찔끔 그어진 노란 선에 해당한다. 표에 나온대로 총 거리 약 21km, 거점은 두 개이다. 출발지인 인천이 서해에 맞닿아 있고 종착지가 수도인 서울이라 첫 번째 코스로 선정되었다고 착하게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전임 대통령 이명박 씨와 전전임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씨의 실패한 역점 사업 중 하나가 아라뱃길 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마냥 좋게만 봐 주기는 어렵다. 코스를 조금 더 자세한 지도로 보면 이렇다. 실제로 달리다 보면 김포를 지나게 되고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나다닌.. 더보기
0. 4대강 자전거 길 종주 전기자전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무렵부터 함께 바라왔던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통해 남한을 일주할 수 있다는 것. 실질적으로는 자전거 국토종주라고 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식 명칭은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이승만의 농지법 개혁이나 전두환의 과외 금지처럼, 피눈물을 머금고라도 공은 공이라고 인정해 주어야 할 17대 대통령 이명박 씨의 업적이다. 단지 기왕에 흩어져 있던 자전거 길을 정비하고 하나로 연결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일주를 위해 국토교 통부와 안전행정부는 손을 잡고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이라는 수첩을 발행하였다. 녹색 바탕에 금색 글씨, 비닐로 한 번 더 감싼 표지, 자전거 그림 밑에 그려진 'PASSPORT라는 단어까지, 이 수 첩은 진짜 여권과 대단히 흡사하다... 더보기
캄보디아 여행기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코르 와트 유적군으로부터 3-4km 떨어진 도시인 씨엠 리업에 다녀왔 다. 긴 역사 가운데 몇 차례나 제국의 중심이었던 때도 있었다고는 하나 현재는 앙코르 와트를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를 주 수입원으로 하여 살아가는 작은 도시이다. 할 일은 많고 갈 수 있는 시간은 짧아 바쁘게 다녀오느라고 인도에 갔을 때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한 터라, 유적지의 정보 등에 대해서는 많이 적지 못한다. 체감 온도가 40도 언저리를 맴도는 날씨에다 배탈이라도 났다 가는 큰 사단이 나겠다 싶어 음식도 되도록 입에 맞는 것 위주로 먹었던 통에 이색적인 사진도 적다. 그러나 6년 전 인도 여행을 마치며 어쩐지 그것이 마흔 전까지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 서운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 더보기
1일차 오전. 인천 출발 - 씨엠 리업 도착 밖에서야 의경으로 2년을 복무했지만 입국대 안쪽은 고작 두 번째. 신이 나서 아침 나절에 지치지도 않고 무빙 워크 차도남 놀이를 했다. 다섯 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메콩 강의 지류. 그 가운데 마치 땅의 신의 눈처럼 생긴 퇴적 지형이 있어서 찍어 보았다. 높은 산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국토 전체가 늪지와 평야로 이루어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캄보디아는 지금이 건기. 그나마 건기라 땅을 이정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강이 흘러들어가는 저 곳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 엄청나게 크다. 내리자마자 벗을 수 있는 옷은 모두 벗을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공항 내부까지 걸어가는 몇 분만에 반 년 쯤은 잊고 있던 등줄기 땀이 주루룩. 저가 항공의 이코노미 석 비행에 몸이 굳어 무.. 더보기
1일차 오후. 숙소에 짐 풀고 가이드를 만나 나머지 일정에 관해 미팅을 가진 것 만으로도 이미 반쯤 탈진. 차도남 놀이하며 깝죽거리던 기세는 간 데 없고 억지로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는 표정만이 남았다. 첫 식사라 기세좋게 들어가 본 캄보디아 전통 식당. 사진의 요리는 제육볶음 비슷한 전통 요리라 하는데, 특유 의 고수 향이 무척 심했다. 고수를 현지 말로 '찌'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가이드 북에 어지간하면 주문할 때 '노 (No) 찌'라고 말할 것을 권유할 정도. 향이라면 뒤지지 않는 인도 음식들을 한 달이 넘도록 잘만 먹었던 이력이 있는 터라 속 편하게 있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해지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도 우리와 마찬가 지로 메인 디쉬를 밥과 함께 먹는 문화라 어찌저찌 다 먹긴 먹었다. 밥 먹.. 더보기
2일차 오전. 조식 - 호텔 로비 인도에서는 내내 게스트 하우스 급에 머물렀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 호텔에서 주는 조식은 서른둘이 되어 처음 먹어봤다. 부페라는 사실에 감격하고 대습격의 의지를 다졌다. 첫 번째 접시는 이렇듯 얌전했지만 두 번째 접시는 결국 베이컨 반 소세지 반. 더운 날씨에 힘 빠지면 안 되니 까, 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마음껏 육식의 죄악을 벌였다. 식사 후 가이드를 기다리면서 호텔 로비에서. 전날 보았던 압살라 댄스의 손 모양을 따라해 보았다. 바지는 재 래 시장에서 산 현지 바지. 남자 둘이 들어갈만한 허리통을, 엉덩이 쪽에 달린 끈을 양쪽으로 둘러 배꼽 앞에 서 묶는 식이다. 7부의 길이도 마음에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것도 마음에 들어 내내 입고 다녔다. 현지 바지라지 만 현지 사람들은 전혀 입지 않는다. 기.. 더보기
2일차 오전. 따 쁘롬 자유 여행이지만 역사와 신화가 얽힌 유적지들이 많아, 4박 5일 가운데 하루는 가이드를 신청했다. 그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유적지는 인기 코스 가운데 하나인 따 쁘롬.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이 유적을 만든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장수왕 쯤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야바르만 7 세. 앙코르 유적군을 공부하고 둘러보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왕의 이름은 딱 둘인데, 그 중 하나가 강력한 군사 력으로 앙코르 제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우리 나라로 치자면 광개토대왕과 그 이미지가 흡사한 수리야바르만 2세이고 다른 하나가 그를 바탕으로 한층 더 융성한 통치를 자랑했던 그의 다음다음 대 왕, 자야바르만 7세이 다. 다음다음 대라고는 하나 모계사회인 크메르 왕조의 특성상 손자는 아니다. 이 유적은 자야바르만 7세가.. 더보기
2일차 오전. 바푸온 - 바욘 유적을 수호하는 듯한 사자상. 머리는 런던의 박물관에 있는지 일본의 고급 중국집에 있는지. 따 쁘롬에 이어 찾은 곳은 앙코르 톰. 앙코르 와트보다 몇십 년 뒤에 완공된 것으로, 중앙사원인 바욘 사원을 가 운데에 놓고 각종 시설과 거주 지역을 구획한, 도시 개념의 유적지이다. 이 지역에는 본디 이전부터 여러 왕들 이 개별 사원을 띄엄띄엄 지어 놓았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자야바르만 7세가 크게 성곽을 두르고 하나의 도시 로 포괄한 것이다. 크기는 3,3km x 3.3km. '앙코르'는 도시, '톰'은 크다라는 뜻이다. 큰 도시 앙코르 톰. 장난기 넘치는 석공이 조금 높이 항문을 조각해 놓은 것 같지만, 오며가며 다른 사자 상들을 살펴보니 저 구멍 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올라가는 꼬리 모양의 조각이 통째로 빠.. 더보기
2일차 오후.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길의 뱀신 나가. 앙코르 와트 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에서도 맹활약한다. 입구에서부터 사원으로 뻗어있는 길의 양쪽에 놓여 그 몸통이 난간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지역의 사원들은 해자나 연못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용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이 나가의 몸통은 현재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데, 꽤나 많은 사람이 빠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나가의 머리는 일곱 개.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나가의 머리는 한 개, 세 개, 다섯 개, 일곱 개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홀수인 이유는 우선 조형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함이겠지만 따로이 종교 적 의미도 있을 것이라 여겨져 가이드에게 물어보았으나 답을 구할 수 .. 더보기
2일차 오후. 프놈 바껭 프놈 바껭은 서력 900년 언저리에 세워진, 앙코르 지역 최초의 산상 사원이다. 바껭 산에 있어 이름이 프놈 바 껭인 모양. 바껭 산은 67m의 낮은 산이라 별다른 각오 없이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코스도 본래의 직선 코 스 쪽은 금줄로 폐쇄하고 산책길처럼 산을 칭칭 도는 길로 걷게 되어 있었다. 산 속에는 스펑과 같은 괴이한 나 무는 없고 수종이 우리 나라와 비슷한 것들이 많았고 오가는 이들의 9할 이상이 선캡을 쓴 우리나라의 여행객들 이었기 때문에 캄보디아인지 서울의 뒷산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체험을 했다. 위의 사진은 산 정상의 신전 입구 를 지키고 선 난디. 난디는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숫소이다. 난디가 있는 것으로 보아 힌두교의 사원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사원에 있는 동자승들. 사진으로.. 더보기
3일차 오전, 반띠아이 쓰레이. 3일차 오전의 아침. 엄청나게 대범한 캄보디아의 신호등이 출발길을 알린다. 문제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의 신호도 위와 같다는 것. 좌든 우든 직진이든 가보고 싶은 데로 가봐라, 라는, 법어(法語)같은 시그널. 오늘의 탈것은 '뚝뚝'. 오토바이에 일종의 마차를 연결해 놓은 것으로, 구성 자체는 인도의 오토 릭샤와 다를 것 이 없지만 관광용으로 특화되어서인지 차체의 디자인이나 색깔 등이 훨씬 예쁘다. 젊은 운전사들은 차체에 트랜 스포머나 배트맨 등 인기 헐리웃 영화의 로고, 포스터 등을 도장하기도 하였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1달러를 주고 잠깐 타고 내리기도 하지만, 유적지를 돌아다닐 때에는 하루를 통째로 탄 뒤 10-20불 정도를 후불하는 식. 유적지들이 대부분 근처에 모여있기 때문에 운전사도 손해볼.. 더보기
3일차 점심, 레드 피아노 점심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뚝뚝 운전사를 보낸 뒤, 레드 피아노를 찾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늘 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저 청년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경찰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레드 피아노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오토바이를 정리해 주고 열쇠를 맡아주는, 일종의 주차 대행 요원이었다. 주차 대행 요원이 이 더위에 왜 제복을 입고 군화까지 신 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진짜 경찰이라면 경찰이 왜 식당의 주차 대행을 해 주는지는 더욱 알 수 없고. 그런 내 잡상과는 관련 없이 꿈쩍 않고 앉아있는 것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마침 요리도 늦게 나오고 해서 그림을 석석 그렸다. 당신을 그렸다고 말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흔쾌히 들어주었다. 자세히 보.. 더보기
3일차 오후, 쁘레아 칸 운전사 헹 아저씨의 믿음직한 등판.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과는 윗옷이 틀려졌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물을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틈 날 때마다 건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이들 과 환담을 나누다가도 멀리서 내가 보이면 금세 뚝뚝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던 좋은 아저씨. 고마워서 따로 홍보 를 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아저씨라고 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캄보디아에 가서 헹 아저씨 를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면 하루종일 뚝뚝만 타고 다니지 말고 틈을 내어 헹 아저씨를 웃겨보기 바란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물보다 청량한 헹 아저씨의 히히히 웃음. 오후에 찾은 첫 행선지는 쁘레아 칸.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뒤 어머니를 위해 지은 것이 앞서 소개한.. 더보기
3일차 저녁, 쁘레 럽 4일차인 마지막 날에는 편안히 쉬며 씨엠 리업 시내를 활보하다 밤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공 식적으로는 마지막 방문 유적이 된 쁘레 럽. 공부하면서도 이 사원에 대해서는 각별히 특이한 설명을 찾아보기 가 어려웠지만, 붉은색의 사암이 일몰 때 멋지다는 평 때문에 길었던 하루의 끝에 들러보았다. 역시나 굉장한 각도와 높이. 도대체 왜 이런담. 세월 때문이 아니라 고의로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신상. 어딘가 섬뜩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한 그 모습이 심지 어 거대하기까지 하여, 기묘한 심상을 자아냈다. 다리가 이상하게 긴 것도 신기하다. 중앙 성소를 둘러싸고 있는 사자상. 맨 윗줄에 두 개, 아랫 줄에 두 개씩 서 있어야 하는데 윗 줄의 하나가 사라 졌길래 직접 재현해 보았다. 경건한 마음으로 최.. 더보기
4일차 오전-오후, 씨엠 리업 소의 깐 불알처럼 생긴 이것은 아보카도의 씨앗. 양 손에 진득진득 묻혀가며 힘들게 깠다. 깐 아보카도를 다시 잘게 썰고, 한국인이 주인인 마트에서 산 김과 함께 먹어보았다. 결과는 꽝. 이로부터 내 마음 속의 문화어 사전에는 '무척 기대했으나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 경우를 이르는 말'로 '캄보디안 아보카도'라는 새 단어가 추가되었다. 또 다시 찾은 레드 피아노. 가게 안이 넓어서 무척 시원하고 가짓수 많은 메뉴가 시키는 것마다 맛이 있어서 마 지막 날까지 거듭하여 방문하였다. 콜라에도 라임을 넣어주는 마음씀. 맛은 안 넣으니만 못하다. 이번에 일기에 올린 사진들은 카메라로 찍은 것과 아이폰 4S로 찍은 것이 섞여 있다. 그 차이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보기
4일차 저녁, 아이스 목욕탕, 출국. 여행의 마지막에 들른, 무려 '아이스 목욕탕'! 경기도 외곽 쪽에 있는, 3층에서 4층 정도 되는 큰 찜질방을, 과장 한 마디 안 보태고 고대로 들어다가 캄보디아 한복판에 뚝 떨어놓은 듯한 기묘한 풍경. 사장님도, 매점 주인도, 식당 아줌마도, 심지어 이용객도 모두 한국인. 상하 2열로 쭉 늘어선 옷 보관함도, 냉탕에서 첨벙거리는 꼬마아 이도 분명히 한국 어딘가의 풍경이라 몹시 이상하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장이 한국인이 니 한국 여행사들도 믿고 손님들을 넣어둘 수 있어 좋고,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자정 무렵에 출국하는 비행기 편을 기다릴 때까지 캄보디아의 습기를 씻어낼 수 있어 좋고. 밖에서 이 목욕탕을 찍지는 못했는데, 이번 여행 중 자세한 사진을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쉬운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