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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춘천으로 가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춘천시 춘천역까지 두 시간 40분. 어휴 끔찍해. 위의 루트에는 버스가 포함되어 있지

 

만 나는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만 이용해야 했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반사되라고 흰 티셔츠 입고, 운동용 운동화의 끈을 질끈 맸다. 인자 출발.

 

 

 

 

 

 

 

 

창 밖이 답답한 2호선만 아니라면 지하철도 대체로 탈 만하다. 보이는 풍경에 서울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춘천에 거의 다 와가는 시점에야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앗차, 전방 후레쉬를 집에 두고 왔구나, 하고 무릎을 철썩.

 

속도계와 기어 사이의 빈 고리가 전방 후레쉬가 끼워져 있어야 할 자리이다.

 

 

 

지난 번 종주의 막판에 배터리가 나갔던 터라 방으로 들고 가 충전을 시켜뒀었는데 그걸 그대로 책상 위에 놓고

 

온 것이다. 수건을 챙기네 물을 얼려두네 하고 잡스런 부산을 떨다가 정작 중요한 걸 빼먹고 말았다. 뭐, 쉬지 말

 

고 얼른얼른 타서 해 지기 전에 오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지금 와 되돌아보면 이 날 고생의 최초의 복선이

 

었다.

 

 

 

 

 

 

 

 

처음 탔을 때에는 빈 자리도 없었던 자전거 거치대에 춘천이 가까워 오자 내 자전거 한 대만 덜렁. 나와 반대 방

 

향으로 달리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운길산역에서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내리는 것으로 보아 자전거

 

를 들고 경춘선을 탔다고 해서 꼭 4대강 자전거길을 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기사 경춘선엔 강촌

 

도 있고 대성리도 있고 하니 자전거도 타다가 계곡도 갔다가 하기도 좋겠지.

 

지하철 꼬리 칸까지 꽉꽉 자리를 채운, 연휴의 숨은 복병이었던 MT 대학생들도 우루루 내리고 호젓한 분위기에

 

서 곧 시작될 여행을 기다린다. 그러고 보니 대학생 너네 곧 기말고사 아니냐.

 

 

 

 

 

 

 

 

 

한참이 걸려 도착한 춘천역.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오고 싶었던 장소 중에 하나였는데, 혼자 오게 될 줄은, 그리

 

고 자전거를 타고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피곤하고 힘든 몸으로 일주의 마지막에 춘천역에 도착하면 마음까

 

지 슬플까봐 부러 여기에서 출발을 하는 것도 춘천 - 남양주 코스를 택한 한 이유이기도 하다. 널찍한 역전 광장

 

을 한 바퀴 둘러본다.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준, 광장 귀퉁이의 괴 조형물. 하고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던 작가의 열정이 낳은 참사가 아

 

닌가 싶다.

 

 

 

 

 

 

 

 

운길산 역 바로 앞에 있는 밝은광장 인증센터와 달리, 내가 일주를 시작할 신매대교 인증센터는 춘천역에서 거

 

리가 조금 있다. 6km야 뭐, 하고 첫 페달을 밟는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나게 되는 소양강 처녀. 북한강자전거길을 다룬 블로그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아직 자전거를 사지 않았고 남의 블로그에서 기사를 찾아 읽으며 상상의 종주를 펼치고

 

있던 때에는, 뭐야 이거, 남들이 다 찍으니까 자기도 찍었나, 아니면 북한강자전거길엔 이것밖에 볼 게 없나, 하

 

는 무례한 생각을 품기도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찍지 않을 도리가 없다. 멀리서 보자마자 우우와- 하는 소리를 멈출 수도 없다.

 

 

 

 

 

 

 

 

뭣보다 장대한 크기 때문. 마침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소녀들이 있어 크기를 짐작하기 쉽게 됐다. 낙산

 

사의 해수관음 상을 봤을 때의 충격이 이만했을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장군 상이나 부처 상 등은 크기가 크더라

 

도 '그런 조각상이야 원래 크겠지 뭐'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라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소양

 

강처녀, 이름도 뻔하고 게다가 무명이라 작을 거라고 생각했었나봐. 무시해서 미안.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주위의 풍광에 마음을 쏟을 만한 형편. 놀라고 즐거워하며 흑백 모드

 

까지 적용해 사진을 찍고 논다. 그나저나 실제 조선이었다면 굉장한 파격의 치마 길이다. 조선의 레이디 가가 소

 

를 들었어도 할 말 없었을 것이다.

 

 

 

 

 

 

 

 

사진 몇 장을 찍는 잠깐의 시간 동안 엉덩이를 떼었을 뿐인데, 다시 앉아보니 자전거 안장은 찜통에서 갓 꺼낸

 

호빵처럼 뜨끈뜨끈해져 있다. 일종의 온열 마사지이니 내치질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같은 잡스런 생각

 

하며 다시 출발한다. 아직 출발점인 신매대교에는 도착도 못 했다. 이것이 과연 과객을 홀리는 소양강처녀의 마

 

성.

 

 

 

 

 

 

 

 

아주 친절했고 이따금 귀찮기까지 했던 아라자전거길, 한강종주자전거길의 안내 표지판에 비해 북한강자전거길

 

에는 안내판이 많지 않다. 특히 바닥에 페인트로 써진 안내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라자전거길과 한강종주자전

 

거길에서는 단지 의심이 많은 성정 탓에 몇 차례고 경로 탐색 어플을 썼지만, 북한강자전거길을 달리면서는 진

 

짜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몇십 번을 검색했다.

 

 

 

 

 

 

 

 

이제야 시작. 도장을 거꾸로 찍었지만 선명하게 나왔으니 만족하기로 한다. 지난번 일주 때 목덜미가 타 한동안

 

쓰라렸기에 이 날은 밝은 색의 수건을 가져갔다. 물에 적셔 목에 두르니 시원하기도 하고 이따금 콧잔등의 땀을

 

닦기도 하고, 아주 유용했다.

 

 

 

 

 

 

 

첫 코스는 총 3구간 가운데 제 1구간인 신매대교 인증센터 - 경강교인증센터. 강원도 춘천에서 시작해 경기도

 

가평까지 가는 30km. 북한강을 따라 이어진 코스라 풍광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