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뚝섬 가느라 강 건너 왔는데, 뚝섬에서 광나루 가자고 또 강을 건너야 하다니. 그리고 연희동의 집으
로 갈 때 또 건너가야 하겠지. 총각 뱃사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인증 센터. 이번엔 자전거 도로 변의 소나무 그늘 아래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서 있었다.
한밤중의 나무 그늘 아래라 인증센터 안은 어두어두컴컴. 이미 오래전에 꺼져버린 전방 후레쉬의 배터리를 꺼내
어, 몇 차례 흔들고 전극에 혀를 댄 뒤 꽂아 넣자 잠시나마 빛이 나온다. 짧은 틈을 타, 한강종주자전거길의 마지
막 스탬프를 찍는다.
이렇게 첫 째 장 완성. 제일 짧은 두 코스 달리면서 심연의 밑바닥까지 다녀 오다니. 하지만 호들갑은 내 장기라
굳이 탓하지 않기로 한다. 탓 같은 것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기도 하다.
무모한 혈기의 결과. 광나루에서 집까지 약 25km. 이 날 달린 어떤 거점 사이보다도 길다. 그리고 이 지도 검색
을 마지막으로 아이폰 배터리도 영영 떠나버렸다. 열두 시가 넘은 시각. 낮에 밥 먹고 저녁 근처에 초콜렛 과자
몇 개 먹은 터라, 광나루 근처의 맥도날드로 갔다. 연 음식점이 맥도날드 뿐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해피
밀의 장난감이 수퍼마리오였던 것은 그나마의 좋은 일이었다. 이제는 될대로 되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25km
중 약 11km가 남은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던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도 다 닳아버렸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는 채로 어쨌든 결국 집으
로 돌아왔다.
집 앞의 편의점에 들러보니 대형 마트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퀸스에일이 들어와 있었다. 무척 비싼 가격이지만
한 캔 샀다. 멋 부리고 싶어 샤워하며 마시다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사진과 일정만 정리해두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려, 오늘은 있었던 일만을 먼저 간단하게 갈무리해둔다. 첫 4대강
종주길. 총 90.19km.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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