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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

17. 귀국

 

 

 

 

귀국일 아침. 다다미 방은 옆방의 소리가 훤히 들리는데 옆방 사람들이 알람을 맞춰놓고도 제때 끄지 않는 바람에 새벽같이 일어났다. 

 

 

 

 

 

 

 

 

정원 구석에 이런 것도 있었구나. 떠나려니 보인다.

 

 

 

 

 

 

 

 

닌자의 비밀통로처럼 여기저기 샛길이 있던 우론자. 12시부터 4시까지는 주인이 청소한다고 무조건 다 나가 있으라는 규정이 귀찮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멋진 곳이었다.

 

 

 

 

 

 

 

 

교토를 떠나기 전 의미없는 마지막 한 컷.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회상에 빠지기는 웬걸, 공항으로 가는 차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 쉰다고 차가 멈출 때에야 눈을 부비며 깨어보니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함께 탄 미국인들이 저 친구 코 너무 골아서 시끄럽다고 불퉁거리고 있었다. 제 탓이 아니라 알람을 맞춰놓고도 제때 끄지 않는 사람들 탓입니다.

 

 

 

 

 

 

 

12월 14일. 마지막으로 체크해 본 교토의 날씨는 이랬는데.

 

 

 

 

 

 

 

 

한국에 도착하니 아니 이게 뭐야. 위도의 힘을 실감하고야 말았다. 내가 오랫동안 살고 있어서 몰랐던 모양이다. 위도 38도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방에 돌아와 짐을 풀고 멍하니 앉아있다 문득 쳐다보니 귀국날 신었던 양말은 우지에서 챙겨온 개구리 양말이었다. 이걸 벗고 나면 정말로 다 끝일 것 같아 한참동안 가만히 쳐다만 봤다.

 

 

 

 

 

 

 

 

여행에 다녀온 뒤로 나는 심한 교토 향수병을 앓았다.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뒤에 바쁜 일상이 습격해 오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틈이 나면 사진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 중고서점을 전전하며 교토가 배경인 책들을 사모으기도 했다.

 

한 달쯤 지났을까, 교토 여행 때 가지고 다니던 '교토수첩'이 문득 눈에 띄었다. 달력과 수첩, 그리고 교토의 일별 여행정보까지 빼곡히 적힌 예쁜 책이라 막상 여행 중에는 쳐다만 봤지 뭘 쓰거나 하질 않았다. 쓰거나 그릴 것이 있을 때에는 다이소에서 사간 연습장에 마음 편하게 휘갈겼던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바로 들춰볼 이유가 없었다. 그래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며 휘리릭 넘겨봤다.

 

 

 

 

  

 

 

 

맨 뒷장을 보니 금각사를 돌아댕길 때 붙였던 수염이 있었다. 이것 참 재미있네. 혹 엽서 뒤에도 뭐가 있나.

 

 

 

 

 

 

 

 

앗.

 

 

 

 

 

 

 

 

야 임마 사람들 기념품 사느라 나는 정작 복면 마스크도 못사고 기모노도 못사고, 마지막 날 아침에도 바나나 한 쪽 사먹고 딱 110엔 남았는데.

 

워낙 큰 돈을 가지고 간 탓에 여행 초반에 돈을 여기저기에 분산해서 보관해 두었었다. 통째로 잃어버리거나 도둑맞는 일이 없도록. 이 옷 주머니에도 넣고 저 옷 안감에도 넣고 가방 주머니에도 두어 군데씩 넣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잘 빼서 썼다고 생각했는데, 삼만 엔이나 되는 큰 돈을 여기에 박아두고도 여행 중은 커녕 여행을 다녀온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걸 모르고 앉았으니.

 

하고 혀를 끌끌 차다가.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이 삼만 엔을 쓰러 나는 일본에 다시 가기로 했다. 몇 달 동안 차일피일 미루던 교토 여행기를 찬 물에 밥 말아 먹듯이 후루룩 몰아서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여행기의 마지막을 쓰고 있는 지금은 교토에 다녀온지 다섯 달 정도가 지난 2015년 4월 7일 화요일. 내일 오후 나는 나오시마直島로 가는 비행기에 탄다. 건강하게 다녀와서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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