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 해가 지고 난 뒤에 찾은 곳은 고다이지高台寺. 이곳은 히데요시의 아내였던 네네ねね의 절이다. 네네는 히데요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농군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미천한 출신이었으나 남편으로 만난 히데요시가 하급 관리에서 출발해 천황 아닌 자로서는 가장 높은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간파쿠關白에 오를 때까지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전국 시대의 아내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여성이다. 히데요시의 사후 출가하여 고다이인高台院이라는 법명의 중이 되었다.
<삼국지연의>가 영웅들의 성공담이라면 <대망>은 인간들의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작은 실수나 잠깐의 잘못된 선택 만으로도 목이 날아가고 가문이 멸망하던 전국 시대에, 네네는 믿을 수 없는 성공담을 남편과 함께 만들어낸 현명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읽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도 무척 좋아했던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렀던 그 절에 와서 가만히 서 있자니 그가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었으며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 때에도 그 옆에서 만류와 격려 등을 건네었던 이임이 새삼 느껴진다. 슬픈 역사가 없었더라면 가까운 옆나라끼리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을. 꿈같은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씁쓸한 입맛을 되새기고 있자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 어렵다.
새로 산 여우가면 뒤집어쓰고 나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 놀란다.
쨘.
마침 가볍게 비가 내렸다. 사실 고다이지는 일정에도 없었다. 많은 가이드북에도 청수사를 보고내려오는 길에 들러보면 좋을 것이라는 언급 정도만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 여행기간과 겹치게 야간개장을 한다길래 별 생각 없이 들러본 것인데. 보름이 넘는 교토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세 개 정도 꼽으라면 나는 삼십삼간당, 한밤중에 바라본 우지가와, 그리고 이 밤의 고다이지를 꼽겠다.
사람이 적어 호젓한데다 야간개장에 맞추어 곳곳에 비추어놓은,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이 조명.
특히 고다이지에는 이 종이우산을 활용한 오브제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기저기서 불빛이 천천히 명멸한다.
고다이지는 야트막한 동산을 뒤에 두고 있는데 이 동산쪽으로도 조명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눈을 믿을 수 없었던, 대나무 밭의 종이우산들.
뭐라고 말도 못하고 어-, 어-, 하는 소리만 내다 왔다.
나오는 길의 가게에서 만난 멋들어진 꿈 몽夢 자. 그야말로 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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