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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

16-1. 후시미伏見 이나리稲荷 신사

 

 

 

 

출국 전날인 16일차, 12월 13일의 첫 행선지는 후시미伏見 이나리稲荷 신사이다. 신사로 가기 전에 어떤 가면을 쓰고 나갈지 클럽 나가기 전에 옷 고를 때만큼 고민한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후시미 지역에 있는 이나리 신의 신사이다. 이나리稲荷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농경과 관련된 신인데, 여우가 쥐를 잘 잡아먹기 때문에 이 신의 모습으로 차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혹은 이나리 신의 전령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아무튼 지금은 이나리 신이라고 하면 여우 신을 가리킨다. 

 

이 여우 신은 '팔백만 신'이라고 할 정도로 신적 존재가 많은 일본에서도 꽤나 끗발 있는 신이어서 전국적으로도 신사가 많고 인기가 있다 하는데 그러한 전국의 신사들의 총본산이 바로 이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 신사이다.

 

 

 

 

 

 

 

 

이 가면 저 가면 써봤지만 이나리 신사에 간다니 선택지가 없지. 여우 가면 쓰고 갔다.

 

 

 

 

 

 

 

 

신사로 가는 길에 만난 탁발 승려.

 

 

 

 

 

 

 

실례가 안 된다면 모델 좀 빌립시다.

 

 

 

 

 

 

 

이나리는 여우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유부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유부초밥을 '이나리 스시'라고 부른단다. 재미있기도 하고 유부초밥을 좋아하기도 해서 밤에 야식으로 먹을 요량으로 하나 샀다.

 

 

 

 

 

 

 

 

신사 앞의 짧은 거리는 기념품 가게와 거리음식으로 들썩들석하다. 장어구이도 팔고,

 

 

 

 

 

 

 

 

일본 만화책에서 자주 본 야키소바도 판다. 면을 라면으로 써서 야키라면이라고 써놓은 것일까. 아무튼 냄새는 홍대 길거리에서 많이 맡아본 야키소바 냄새이다.

 

 

 

 

 

 

 

 

달마 복주머니.

 

 

 

 

 

 

 

 

고것 참 귀엽게 잘 만들었고나.

 

 

 

 

 

 

 

 

여우 캐릭터 상품만 따로 취급하는 가게도 있다.

 

 

 

 

 

 

 

 

흥겨운 거리를 걷다보면 금세 신사 입구가 보인다.

 

 

 

 

 

 

 

 

 

 

 

입에 쌀을 문 여우상. 쌀을 지킨다는 뜻이렷다.

 

 

 

 

 

 

 

 

쪽 찢어진 눈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여우라고 놀림을 받아왔던 나로서는 오랜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것 같은 공간이었다.

 

 

 

 

 

 

 

 

이나리 신도 인기가 있지만 후시미의 이나리 신사가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역시 이 센본 토리이千本鳥居 때문이다. 센본 토리이는 '천 개의 토리이'란 뜻이다. 토리이는 위의 표지판에 나와있는 일본 특유의 종교적 장식물이다. 강렬한 주황색의 토리이가 산 하나를 구불구불 돌아가며 주욱 이어져있는 풍경이 예술가들을 자극해서 많은 그림과 영화가 이곳을 배경으로 제작된 바 있다.

 

 

 

 

 

 

 

 

돈만 내면 누구나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천 개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가장 큰 크기의 10호도 130만 엔이면 현재 환율로 1200만원이 조금 넘을 정도이니, 단체나 회사 차원에서라면 그리 큰 돈은 아닐 듯 하다. 가장 작은 5호는 17만 5천 엔으로 우리 돈 160만원 정도이니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거나 혹은 결혼, 출산과 같이 일생에 한 번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하나 정도 세우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기적으로 다시 칠을 하는 것일까. 토리이에는 언제 누가 세웠는지가 써져 있는데, 세운지 오래된 토리이도 채도 높은 때깔을 뽐내고 있었다.

 

 

 

 

 

 

 

 

반가운 이름 고다이지를 만나서 찰칵. 불교의 사원에서 신사에다가 기부를 해 토리이를 세웠다는 것도 일본다워서 재미있다.

 

 

 

 

 

 

 

 

그래도 이나리 신사인데 나 말고도 여우 가면을 쓴 사람이 더 있겠지 하던 기대는 온데간데 없고. 여우 가면을 쓰고 지나가는 나를 보고 킥킥대는 사람들만 잔뜩 있어서 다소간 실망하던 차에 갑작스레 만난 여우 아가씨.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였더니 아가씨도 나와 같은 서운함을 갖고 있었는지 흔쾌히 찍어줬다. 계속 가면을 쓰고 있던 탓에 서로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이나 고운 얼굴이겠지. 고맙소 여우 처녀.  

 

 

 

 

 

 

 

 

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달아 놓는 소원판은 다른 신사에서도 많이 보았는데, 이나리 신사의 소원판은 여우 얼굴 모양으로 생겨 재미있었다. 게다가 소원판에 그려놓은 얼굴들도 만화강국 일본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것들이어서 깔깔대며 구경했다.

 

 

 

 

 

 

 

 

센본 토리는 구불구불하니 산 정상까지 쭉 이어져있다. 올라가는 길에는 매점이 드문드문 있는데, 산을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찾을만한 이온음료나 초코바 같은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일본술이나 가래떡 같은 것만 있었다. 등산 중에 떡을 먹다니 왜인들은 참으로 희한한 풍습을 가졌구나, 생각했더니만 알고 보니 제단에 바치는 제물이었다.  

 

 

 

 

 

 

 

 

다른 일정이 있어 중간까지만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석등에 소원을 빌며 스탠딩 오체투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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