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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금태섭, <확신의 함정>




본래는 이 독후감과 함께 쓴 <천 년 벗과의 대화> 독후감을 묶어서 쓰고자 했는데, 쓰고 나니 분량이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눈다. 묶어서 올리려고 했던 이유는, 일이 많은 중에 오가며 읽은 터라 한 권씩 깊이 쓸 것이 없어서이

기도 하지만 60년대 생인 두 저자가 자신의 직업에 바탕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본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저씨들의 일기 되겠다. 아무튼,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비교해 가며 독후감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첫 시도는 실패다. 짧게 쓰는 것이 확실히 길게 쓰는 것보다

백 배는 어렵다.




변호사인 금태섭 씨의 2011년 6월 작. 표지의 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가 하도 거창하기에 주위의 독서광에게 물

어 보았더니 <디케의 눈>과 같은 저작은 베스트셀러에도 올라간 바 있는 유명 저자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12년간 검찰 생활을 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서강대의

로스쿨 겸임교수라고 한다. 법조계에 관해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언제나 도움을 청하게 되는 조 선생에게 문의

전화를 해 보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네이버와 위키피디아로만 검색해 보았다.


지평지성에 관해서는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6-7위의 규모라는 것과 M&A 등 경제 이슈와 관련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 외에는 알 수가 없었다. 이후에 이 법무법인의 성격에 대해 더 알게 되면 댓글 형태로 정리하

여 덧붙이겠다.

금태섭 씨와 관련된 소개나 인터뷰 등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사실은 2006년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사를 연재하다가 검찰에서 쫓겨난 일이다. 이후 변호사가 되어 EBS 프로

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진중공업으로 갔던 희망버스에도 참여한 바 있고, 근래에는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관련하여 '진보는 곽노현과 절연하고 사건을 지켜보자'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가 큰 반대
 
여론에 부닥친 바가 있었다.


책 이야기. '탐정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소원이 반영된 결과인지, 검은 바탕에 혈흔, 수갑, 나침반, 발자국 등

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는 B급 탐정소설을 연상시킨다. 종이도 가벼운 재질의 것을 썼는지 270쪽 정도 되는 책

이 무척 가볍다. 읽기도 전에 호감이 간다.


책은 주제별로 묶은 4개의 큰 챕터와 그 아래 각각의 이슈로 묶은 26편의 작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한 작은

챕터 당 하나의 이슈만을 다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나 '자백, 정말 믿을

수 있을까'와 같이 저자의 직업과 관련된 법적 지식에 관해 다루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음란함을 정하는 기준'과
 
같은 문화적 이슈, '과학은 정답일까'와 같은 과학 이슈, 그리고 '유신의 추억',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자들

에게'와 같은 정치적 입장 표명의 글도 있다.


위와 같이 가치판단적인 여러 이슈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먼저 이슈와 관련된 실제 사건, 혹은 본인의 경

험 등을 제시하여 흥미를 돋운 뒤 그에 관련된 소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두세 장

의 짧은 분량 안에 소설을 요약하는데, 단순하게 앞장부터 차례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함께 생각해 보

면 좋을 쟁점을 위주로 유기적인 재편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요약을 읽는 것만 해도 무척 재미있다. 요약이

끝나고 난 뒤에는 저자의 시각으로 해당 이슈의 논쟁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이슈에 대

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논쟁점과 논거로 삼을 생각 거리가 이미 충분하게 제시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머리 속으로 가상의 토론을 벌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의 꼬리에는 책에 소개된 소설의 목록이 다시 정리되어 있다. 살펴 보니 서너 편을 제하고는 모두 국내에 번

역된 책들이다. 소설의 요약을 읽으며 흥미를 느꼈던 사람이 쉽게 그 책을 찾아볼 수 있게 한 친절한 시도이다.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의 교재로 '문학 입문' 수업에 써도 좋을 것 같고, 우리 사회의 논란적 쟁점은

어떤 것이 있으며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의 교재로 '철학 입문' 수업에 써도 좋을 것 같다. 만약 학부생 후

배들이 '저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라고 물어오면, 한동안은 이 책을 추천하겠다. 값은 12,000원,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면 10,800원. 휼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