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썼던 <우리 마을 이야기> 독후감의 끝에 곧 다시 소개하겠다고 언급했던 권혁태의 <일본의 불안을 읽
는다>. 소재가 흥미롭고 논리가 탄탄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필기해 가며 천천히 읽느라 시간이 걸렸다.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
득한 '일본통'이다. 일본에 체류하며 관찰하고 공부한 결과를 바탕으로 특히 '전후' 일본 사회상을 밝혀 오는 데
매진하고 있다 한다. 나는 몰랐던 저자라 저서와 논문을 검색해 보니 특히 일본 내 진보 운동의 역사와 현대 일
본의 국가관, 역사 의식 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인 2013년 출간한 <일본 전후의 붕괴>를
통해 2000년대 일본의 우경화 경향은 80-90년대의 문화적 흐름이 낳은 결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프레시안에 연재되었던 '권혁태의 일본 읽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때문에 28개의 꼭지
는 7에서 15페이지 정도로 일정한 분량을 갖는다. 하나의 꼭지는 먼저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일본 사회의 특
징을 잘 반영하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분석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꼭지들은
다시 '분열', '트라우마', '자기 기만', '불안'이라는 주제 아래 4부로 나뉜다. 4개의 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저자
가 본 전후 일본 사회를 해석하는 키워드이다.
'국가관'이나 '역사 의식'을 밝혀 내겠다는 집필 의도에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일단 글의 첫머리에 등장하
는 소재들이 흥미롭거나 충격적이어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논리적이
면서도 쉬운 저자의 분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본의 반핵 평화 운동은 참치로부터 시작했다든지, 일본의
국기, 국가에 관한 법률은 1999년에야 제정되었다든지, '日本'을 '니혼'으로 읽는 사람과 '닛폰'으로 읽는 사람
의 차이라든지 하는 글을 읽다 보면 일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국가, 평화, 그리고 일본 사회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그 뒤로는 저자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자세한 상을 그려나가면 된다. 이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상냥한
지, 나는 이 책을 내 마음 속 '전공자가 쓴 훌륭한 대중서적 리스트'에 새로이 올리기로 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주체성과 국가관을 알아두는 것은 때로 교양의 수준을 넘어 필수 지식이 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군사주의', 2010년대에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우경화', 그리고 특히
젊은 세대가 스스로 소외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세대 갈등' 등은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섬뜩하게
겹친다. '일본'을 '한국'으로, '일본 사회'를 '한국 사회'로만 바꾸어 다시 읽어봐도 정확한 분석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책을 단순히 일본학의 한 결과물로만 취급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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