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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지연누나의 결혼식 어제 저녁 합정의 한 교회에서 있었던 지연 누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 선물에 함께 넣을 쪽 지를 적으면서, 내 대학교에서의 첫 파마를 보고 귀엽다고 평가해 주던 일, 은혜를 좋아하면서 혼 자 끙끙대고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격려해 준 일, 마침내 사귀게 되었을 때 축하해 주던 일 등등이 생각났다. 모두, 육칠년 전의 일이다. 의외로 대학교 사람들은 몇 명 안 왔다. 그나마도 직장에 다니시는 고학번 선배님들이 오셔서, 일곱 시에 시작하는 결혼식에 딱 맞추거나 조금 늦게 나타나시는 바람에 여섯시부터 혼자 교회 주위를 어 슬렁거리던 나는 결국 어색함을 이기고 혼자 앉아 부페를 가져다 먹었다. 교회나 성당에서 하는 결혼 식은 항상 음식이 별로였는데, 누나의 결혼식에 나온 음식들은 최고였다. 어찌나 만족했던지.. 더보기
운전면허 주행시험 따로이 일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기실 요 근래에 가장 큰 일과였던 운전면허 강습이 끝났다. 백여명이 넘는 사람들 가운데 1번으로 호명되어 당황했던 기능시험도 변속구간에서 시동을 꺼트린 실수 외에 는 다행히도 별다른 감점을 받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이번주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 루에 세시간씩을 투자하여 오늘 마침내 열다섯시간을 채웠다. 내일 아침엔 드디어 주행시험. 마지 막 주행연습을 지켜 본 강사는 덤덤한 목소리로 이 정도면 합격됩니다, 라고 말했지만 만약 떨어지면 추가로 17만원이 더 들어가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현실. 교통계 출신임에도 운전면허가 없었던 오욕의 역사를 이제는 씻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오 랜 기계와의 악연이 다시 한 번 빛을 .. 더보기
일천번째 천 번째 일기이다. 이 일기를 위해 지난 며칠동안 도대체 몇 편의 글을 썼다가 엎었는지 모르겠다. 소탈하게 쓰자니 범 박해서 마음에 차지 않고, 거창하게 쓰자니 읽는 재미가 없고. 계속해서 머리를 싸쥐고 있다가 이러 다가는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일기들도 못 쓰겠다 싶어 그렇게 고민할 정도로 이 곳을 사랑한다는 것 이니 알았으면 됐다, 하고 대승적으로 툭 치고 넘어간다. 일수를 세어보니 약간 모자란 이천일 정도가 흘렀다. 햇수로는 여섯해. 스물둘에 시작해 이제 스물 여덟이다. 그 중간에 쓰고 싶은 일이 많아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군생활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단순계산으로만 하자면, 다음 번 천 번째 일기를 쓰고 있을 때에는 아마도 삼십대 중반. 설마, 내가 그런 괴물같은 나이가 되겠어 하다가도 또 하루 .. 더보기
심심하다 오랜만에 다시 본 쥘 베른 시리즈는 재미있었지만, (나는 스물여덟 먹도록 원작에서는 악셀과 한스가 서로 소통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좀처럼 쓰지 않는 느낌표를 거침없이 꺼내들 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충격. 셜록 홈즈 선생이 코카인 중독이었던 것을 알았을 때보다 더 한 강도였다.) 그럭저럭 기대했던 과 는 형편없었다. 못 쓴 소설이라는 건 참 읽기 어려운 것이로구나, 새삼 느꼈다. 외박을 나온 은우람 일경과 오랜만에 보는 소정양까지 해서 함께 놀았던 연인 세미나 뒷풀이가 지나 치게 재미있었던 탓이었을까. 오랜만에 제 시간에 보는 무한도전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던 탓이었 을까. 아니면 때가 됐는데 연극을 안 하고 있어서일까. 마음이 좀 헛헛하다. 공부할게 적은 것도 아닌데. 방학 시작하고 이때.. 더보기
김영삼 씨 차남 김현철 씨 거제서 총선 출마 정책 하나 없는 개발 독재자의 딸이 파워게임을 하고 있고, 구 열린우리당의 대표는 손학규, 대통령 당선자는 모두가 반대하는 운하 파 보겠다고 난리 치고, 일본 특사는 전여옥, 조순형은 한나라행, 조 선일보는 아직도 임기가 남은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시리즈로 기획하여 1면에 싣질 않나(삼성 특검 은 십몇면에 가 있으면서! 바퀴벌레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라 조선일보.). 이 판에 자신만 욕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총선출마, 그것도 거제에서? 김현철씨, 정말 뇌 속에 양심과 수치심을 담당하는 부분이 없는 거 아닙니까? 더보기
1/22 귀주 씨의 생일 예비 삼성맨 허수 군의 여자친구분인 귀주 씨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이화여대 수 학과 출신인 귀주 씨는 빠른 81년생으로 재수한 01학번인 우리보다는 두 학번이 위다. 연애를 시작한 지 꽤 지난 시점까지도 자신 또한 빠른 81년생이라 거짓말을 일삼던 허수는 나와 귀주씨와 함께 찾았던 이대 앞 베니건스에서 크라이슬러 당첨 이벤트 응모지에 멍-하니 생일을 적다가 81년 닭띠 임을 들켜버렸다.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황히 헤어지던 그것도 어느덧 5년 전의 이야기. 드디어 취업이 결정된 허수 커플은 이제 올 가을 결혼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 친구의 애인의 생일파티만 해도 드문 경험인데, 귀주 씨의 친구들까지 나온다고 해서 적잖이 긴장하 고 있던 터였다. 빠른 81이라지만 어쨌든.. 더보기
눈이 펑펑 날이 궂음에도 나갈 약속이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의 고운 눈은 정말 오랜만이다. 더보기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각본가 미키 사토시의 영화감독 데뷔작. 사실 영화 정보를 찾아보기 이전엔 감독이 각본가 출신이 라는 사실은 알지도 못 했고, 그저 의 빛나는 주연 우에노 쥬리의 차기작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택했던 것 뿐이었다. 당시 연애하던 사람과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 를 함께 즐겁게 보았다는 것 등의 공통사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선지식 없이 택했던 것인데, 의 외의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가 무척이나 신선하고 즐거운 것이었기 때문에, 혹여 그 맘때쯤 행복 하게 연애를 하던 기억이 날까 싶어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오래 묵혀 두었던 영화였다. 노래 든 책이든 영화든, 다들 그런 추억들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봐도, 재미있는 영화였다.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직선투구의 개똥철학, 에 서는 호평받았.. 더보기
2008 Lego new series, 'Indiana Jones' 배트맨 시리즈 겨우 얼추 다 모았네 하고 한숨 돌릴 무렵 또 시작된 레고의 거센 유혹. 이번엔 인디 아나 존스다. 지성의 상징과 같은 고고학 교수 (게다가 트위드 패션)가 어느 순간 채찍을 들고 행동 력 만점의 모험가로 변신. 이 코드에 넘어가지 않을 소년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 나 케이블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헨리 존스 주니어 교수는 이슬람인들을 보며 '냄새나는 더러운 동 양놈들'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9/11 이전의 인물이었다. 아무튼 추억은 그저 추억. 특히 숀 코너리 분의 헨리 존스 교수 피규어는 감동할 정도의 퀄리티.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도 하고, 2008년 들어 레고코리아의 수입정책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수차례 접한 .. 더보기
과학하는 마음 - 3 발칸 동물원 편 기웅이 형이 번역하고 연출한 을 보고 왔다. 히라타 오리자의 원작은 3부로 이루어 져 있다는데, 이번에 본 것은 그 중 세번째 작품인 '발칸 동물원' 편이었다. 워낙 기웅이 형의 작품들 을 내내 좋아해 온 편이었지만, 의 두번째 작품을 미리 보았던 진섭군의 혹평이 있 었기 때문에 복잡한 기분이었다. 운전면허 기능교습을 끝낸 뒤 대학로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였지만 엄청나게 추운 날씨 탓 에 둘러볼 생각은 하지도 못 하고 동행인 진섭군과 잽싸게 배를 채운 뒤 짜가 비타 500을 사 들고 아르코 극장으로 들어갔다. 기웅이형을 어떻게 만날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형이 마침 로비에서 일찍 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어 고민을 덜었다. 짧은 이야기를 나눈 뒤 의자에 앉아 팜플렛을 읽었 는데.. 더보기
THE 有頂天 ホテル '라디오의 시간' 극화 작업 중 함께 보았던 미타니 코키의 2006년 작. 전작들과 달리 영화를 위해 쓰 여진 시나리오이지만,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연극적 밀실공간과 수십개의 복선이 얽힌 캐릭터 관계 까지 이른바 '미타니 코키 테이스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두명의 주연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던 '웃음의 대학'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주요 배역이 열명 이 넘었던 '라디오의 시간'에서도 전개에 책임이 있는 배역은 서넛 정도로 좁힐 수 있었지만 '우쵸 우텐 호텔'은 표면상 야쿠쇼 코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실은 여남은 개의 관계들로 이루어진 일 종의 옴니버스 영화이다. 명백히 '라디오의 시간&#039.. 더보기
웃음의 대학 벼르고 벼르던 '웃음의 대학'과 오래 전에 보았던 '더 유쵸우텐 호텔'을 연이어 보았다. 가장 좋 아하는 이야기꾼들 중 하나인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점차 일본의 제국주의가 비참한 결말을 예상하게 하던 1940년, 국가는 시국을 고려해 서민들의 오락거리인 희극을 차츰 없애기로 결정하고 검열관 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에 새 로 부임해 온 한 검열관과 젊은 희곡작가 간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한 번도 진지하게 웃어 본 적이 없어 적역으로 판명된 검열관과 어떠한 경우에도 웃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희곡작 가. 검열관은 무리한 조건을 들어 계속 상영불가 판정을 내리지만, 작가는 그 때마다 조건에 상응 하게 작품을 고쳐오는데, 이 과정에서 작.. 더보기
휴대폰 사진 #2 알렌관 앞에 핀 꽃. 특수한 효과를 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찍은 것인데 이런 사진이 나왔다. 꽃이 아 니라 보라색 나비같기도 하고. 아무튼 묘한 느낌이라 지난 봄부터 오래도록 갖고 있었던 사진. 더보기
코미디언 곽현화 양 논란 얼마 전 KBS의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키컸으면'에서 춤을 추며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도중하차당했던 코미디언 곽현화 양이 이번엔 같은 방송사의 '폭소클럽 2' 란 프로그램에 서 노출이 과한 옷을 입어 구설수에 올랐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실치 않은데, '노출이 심한 옷' 을 문제삼는 기사도 있었고 '부분적인 유두노출'을 문제삼는 기사도 있었다.) 마침 재방송을 주로 하는 채널에서 해당 프로를 방영해 주길래 그 코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성 적 호기심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논란의 중심인물이 된 곽현화양에 대해서는 지난번 '키컸 으면' 사건 때 워낙 주위의 평가가 엇.. 더보기
부탁하다 이름을 바꾸어 가며 계속해서 상업광고 글을 올리는 사람에게 제발 그만 두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나부터가 주로 쓰는 포털 외에는 메일함에 아예 들어가 보지도 않는데다 그나마 온 메일들도 일단 모두 휴지통에 넣은 뒤 그 중에서 고르는 판이니 그가 그 글을 보리라 기대하는 것은, 그리고 읽고 반성하며 예전의 글을 지워준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긴, 애당초 그런 양심이 있 었다면 그런 글을 여기저기 흩뿌리지 않았겠지. 간편한 처벌수단이 있다면 신청하고 싶고, 본인을 만날 수 있다면 (곧 연수원에 들어가는 우리 예비 검사 봉창씨가 들으면 큰일나겠지만) 자력구제하고 싶다. 더보기
눈이 온다 옛날의 노래들을 mp3에 채워 넣고 꽈드득꽈드득 한참을 걸었다. 삼십여분만에 돌아온 출발장소엔 눈이 고대로 도로 쌓였다. 덕분에 몇바퀴를 돌며 노래마다의 추억을 곰씹는 바람에 십년쯤은 걸은 듯 하다. 신발은 물로 가득하고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더보기
선배의 길 . 더보기
The Dark Knight 코믹스에서 출발한 미국의 영웅 캐릭터들 중 가장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배트맨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디오에 쓰여진 'Gold Star'와 함께 태어나 처음으로 해석해 본 영어단어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하루 종일 영화만 틀어주는 채널도 없던 어린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처음으로 그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접 하고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대학에 입학한 뒤 어떻게 어떻게 하여 미국에서 판매되는 배트맨 코믹스를 구해 읽은 적이 있었는데, 팀 버튼 식의 기괴한 동화 분위기가 빠진 배트맨은 어쩐지 밋밋한 느낌이었다. 여담이지만, 몇 년전의 어느 날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헌책방 사냥에서 우연히 팀 버튼이 직접 쓰고 그림까지 그린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더보기
근황 논어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과외를 그만두기 전 마구 구입해 두었던 레고들을 만들었다 부수 었다 하며 놀고 있다. 몇십년이 걸릴지 모를 한자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무척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사실 더 부담이 되는 것은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운전면허 기능교습. 더 이상 미루면 못 딴다며 직접 학원에 가 등록까지 해 오신 어머니에게 등을 밀려 어영부영 시청각교육을 받고 오기는 했지만,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유산소운동만큼이나 오래 된 기계와의 악연이 다시 한 번 맹위를 떨칠까 걱정된다. 국민학교의 여섯 해동안 매해 만들었던 고무동력기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날아간 적이 없었다. 졸업 을 앞두고 있던 6학년 때에는 -심지어 탐구생활에 포함된 숙제거나 대회가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반드시 .. 더보기
2008, 근하신년 차마 지우지 못 하는 문자들이 쌓이고 쌓여 휴대폰의 문자칸에 여유공간이 없어졌다. 수년 전에 usb 선으로 사진을 뽑았던 기억이 있어 문자도 뽑아내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옛 짐들 을 뒤적여 보았지만 관리가 허술한 탓에 찾아내지 못 했다. 답장들을 저장하는 것은 둘째 치고 받아 볼 수조차 없을 것 같아, 매해 문자로 해 오던 안부인사를 올해는 전화로 직접 하였다. 전화를 하다가 신변의 큰 변화를 겪은 이들과는 통화가 길어지기도 하여, 인사를 마쳤을 무렵에는 자 정까지 고작 삼십여분이 남았을 뿐이었다. 두세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속한 커뮤니티에도 인사 글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차분히 일기를 쓰며 한해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연 극 동아리에 짧은 글 하나 올리고 난 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