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8

오오카미 한국에도 곧 정식발매될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기 위Wii의 게임, ‘오오카미’이다. 제작사는 캡콤Cap com. 이전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로 한 차례 발매된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은 리메이크인 셈이다. 작품명인 ‘오오카미Okami’는 하나의 한자에도 여러 개의 읽기가 있는 일어의 특성답게 대신大神의 음이며 늑대 랑狼의 음이기도 하다. 게임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 주인공인 큰 늑대가 곤경에 처한 신을 도와 악신에 의해 봉인된 여러 자연신들을 되살려 내는 고행을 하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도 신이 된다 는 것이므로, 게임만을 접했다면 역시 부동의 명가名家 캡콤, 작명도 일품이다 하고 무릎을 쳤을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작명은 일어의 활용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특히 이 ‘오오카미’의 경우는 오래 전의 설.. 더보기
사월 중환자실의 할머니는 점점 몸이 오그라든다. 할머니 앞의 침대에는 양쪽 눈에 섬뜩하게 거즈를 붙인 여자가 누워 있는데 면회시간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오늘 면회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흘끗 보자, 게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며칠 전 갑자기 위독해진 할머니에게, 가족들은 합의하에 산소호흡기를 달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당 신도 편하게, 가족들도 마음 편하게 될 수 있게 내린 조치이지만 담당의사가 갑자기 찾을 때마다 놀 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제 저녁 면회 시간에 한 간호사가 담당의사가 할 말이 있다고 하니 내일 시간을 내 달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의사도 퇴근하기 때문에 면담은 낮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데, 오늘 낮에 가능한 사람은 나밖에 없어 내가 가게 됐다. 삼십분여.. 더보기
김치찌개 할머니가 쓰러지시기 전까지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돈 쓸 각오만 하면 배를 채울 수가 있었다. 사회인들과 만나면 부끄러운 지갑이지만, 후배 한두 명과 학생회관에서 밥을 먹는 것 까지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집에 들어오면 자고 빨래하고 일어나면 병원으로 가고 하는 인천에서만의 생활이 이어지면서 변변한 식사를 못 하게 되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스스 로 느껴질 정도에 이른 것이다. 이러다가는 큰일나겠다 싶어 오래 전에 배워 두었던 김치찌개를 끓여 보기로 했다. 엄마한테 다시 물어본 레시피는 기억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마의 병원 앞에 있는 대형할인점에서 구입해 뒀던 꽁치캔이 있었던 것이다. 칼날이 나왔느니 어쨌 느니 하는 기사를 읽기는 했지만 980원에 나와 있는 통에.. 더보기
외할머니 외할머니가 쓰러졌다. 알게 된 것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온 자정 무렵이었다. 엄마가 입원한 뒤로 아빠는 피곤한 듯한 기색을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 쿠당쿠당 소리를 내며 들어와도 아무 런 인기척이 나지 않아 집에 혼자 있는 줄 알고 마루에 누워 있다가 갑작스레 나오는 아빠에 놀란 적 이 한두번이 아니다. 얕은 잠을 자고 있었던 듯 아빠의 눈은 대개 시뻘갰다. 어제 밤도 그렇게 안방 에서 나온 아빠는 할머니가 쓰러지셨다고 말해 주었다. 그 때문에 병원에서 잠깐 나온 엄마도 집으 로 하루 자러 왔으니 가서 인사하라고 아빠는 말했지만 돌아 누운 엄마의 등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피곤해 있던 차였다. 열두시 무렵까지 잤는데도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멍하니 있다가 그간 밀려 있던.. 더보기
안녕 명왕성 명왕성이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의 자리에서 내려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2006년의 여름 이었다. 말년을 앞에 두고도 오히려 그때까지보다 더 꼬이고 있는 군생활 중이라 다른 것은 도무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텐데도, 관련 기사가 떠 있는 모니터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던 기억이 난다. 취학 전부터 전문 교육 기관인 대학원에 재학 중인 지금까지, 한 차례라도 진지하게 뜻을 두었던 직업들은 전부 말하기나 글쓰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목록 중에 단 하나 스스로도 특이 하다 여기는 예외가 있었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 주제에 제법 과학잡 지인 뉴튼까지 구독하는 열성도 보였다. 정기구독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핵물리학이나 생명윤리학 특집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생.. 더보기
곤혹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글이 안 써진다. 어차피 향후 십여년간 경제적인 풍요를 누릴 일은 없으니,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여유를 자아내어야 할 것인데 털썩 주저 앉아 징징거리고만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더보기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 대학원의 신입생 환영회에 다녀왔다. 생각해 보면 애당초 즐거울 것 까지야 없는 성격의 모임일테지 만, 내 경우에는 말하자면 우시장 끌려가는 소새끼의 기분 정도였다. 지난 2월 초 생활비와 다음 학기 학자금을 위해 조교직에 신청했지만 탈락한 터였다. 그런가 보다, 하고 어찌 돈을 벌까 고민하는 와중에 오늘 이른 오후, 학부 때부터 이런저런 충고를 해 주시던 박 무영 선생님에게 교수실로 불려 가서는 졸업을 하고 개강을 하는데도 얼굴 한 번 안 비친다고 핀잔 을 들었다. 그렇다면 3월 초까지 연구실이고 과사무실이고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던 것이 선배들에 게 밉보여서 조교 신청 건이 그리 된 것일까, 하는 혼자 생각에 유난스럽게 굴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가기 싫은 발을 억지로 떼었던 것이다. 며칠만에야 얼굴을.. 더보기
3월 제물포의 한 예식장에서 있었던 홍기 누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중학교 때에는 학교가 서로 달랐음 에도 열흘에 한 번 정도는 홍기네 집에서 늦게까지 놀다 자곤 했는데, 십여년이 넘어 다시 뵌 홍기 의 부모님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비록 기억이 흐릿한 어릴 때의 일이라지만 2008년 들어 부쩍 자주 일어나는, 세월이 흘렀음을 절감하게 하는 또 하나의 기제였다.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빨리 도착 한 탓에 예식장의 의자에 혼자 앉아 나도 누군가에게는 변한 얼굴일까, 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 상과 현관은 식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야 왔다. 보건소 의사 선생님인 현관이는 부임지인 전남 고흥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고, 한참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기상과도 동네까지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뒤 집 앞에서 .. 더보기
2월 29일 크라바트의 초승달 전야처럼, 괴상하고 불쾌한 꿈, 일과 사람에 치이는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자정이 넘은 이제야 신각의 졸업선물인 포도주를 한 잔 따라 놓은 채 일정을 마친다. 다른 사이트들은 마음껏 누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일기만 띄우면 익스플로러가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그나마 끝이라도 잘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갈 곳을 모른다. 포도주 반 잔이면 소주 두 병에 필적하는 취기를 느끼게 된다는 개인적 특징을 발견한 것은 근래의 일. 갑작스런 만취와 피곤한 심신은 좋지 못 한 친구. 어지럽기도 어지럽거니와, 똑같은 글을 도대체 몇십분째 쓰고 또 쓰고 있는지. 이젠 자러 가야겠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는 꿈은 이제 그만 꾸었으면 좋겠다. 지나가라, 윤년의 2월 29일.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1/9 나는 몹시 신이 났다. 내 환호를 멈추었다가는 언더우드라도 후려팰 기세.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2/9 맞지 않는 학사모를 계속 쓰고 있었더니 머리가 저 모양. 포토그래퍼 김주희씨가 친절하게도 줌인 으로 찍어 주었다. 졸업예정자들은 학사모 사이즈가 단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 두길.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3/9 가장 존경하는 남자인 아빠, 현존하는 지구 최고의 코미디언 사랑하는 김여사와 함께 본관과 바보 계단 앞에서.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4/9 친애하는 내빈 및 귀빈 여러분. 신입생 수련회를 떠나며 연세점퍼를 떼로 입고 온 내 애기들, 인천에서 와 준 지역후배 원영과 효중, 엄청난 선물을 사 가지고 온 신각과 유우키 커플, 운좋게 만난 현덕, 늦게지만 약속 지킨 상미. 그리고 본업 혹은 수면에 힘쓰느라 참석은 못 했지만 전화로 문자로 응원해 준 사랑하는 연세인들.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5/9 신각과 유우키 양의 졸업선물. 마시면 지식이 샘솟는다고도 한다. 석사 졸업식 때 개봉예정.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6/9 주희는 졸업선물로 무름을 약간 굽혀 주었다. 완소주희.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7/9 소울브라더 허수. 비록 늦잠 자느라 졸업식에는 못 왔지만 사진이라도 같이 찍을 수 있었어서 다행. 학자가 되고 회사원이 되고, 한 여자의 남자가 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이제까지와 같이 모든 일들을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서로에게는 영원히 소년이길. 영원히, 2001년 4월의 촌놈 두 놈이길.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8/9 절대무적 01. 영원하여라. 더보기
080225 학부 졸업식 9/9 졸업卒業 이라지만, 사람도 사랑도 공부도 추억도,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더보기
Once I too, had it once. 더보기
2007 연말 관교동 망년회 1/3 - 출첵 어렵사리 시간을 맞추어 만났던 작년 연말의 관교동 모임. 미랑이 올 2월에 일본에 다녀온 사진들을 건네 주며 함께 주었다. 새로운 회사에 취직한 지영과 오월에 시집을 가게 될 지연, 가을에 시집을 가게 될 미랑님까지 넷이 만났다. 한 교실에 앉아 수업을 받던 것이 십오 년 전. 그때의 모습을 누군 가가 교실 구석에서 녹화해 둔 테이프가 있다면 천금을 주고라도 구입할텐데. 더보기
2007 연말 관교동 망년회 2/3 - 술자리 마지막의 한 컷은 작년 하반기에 찍은 사진들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 더보기
2007 연말 관교동 망년회 3/3 - 외계인 합석 연말연시를 겨냥해 미리 구입해 두었던 로즈웰 외계인 마스크 대히트. 더보기
교토 아직 가 보지 않은 마음의 고향. 더보기
오수, 갠지스 강 위 아이들은 '리투아니아'와 소정이가 써 온 '로미오와 줄리엣' 창작극 사이에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간단한 뒷풀이를 갖고 얼근하게 취한 채 고대 앞으로 가는 163번 버스를 탔다. nds에 새 노래들을 채 워 넣은 차였다. 이영훈 아저씨의 별세 소식에, 새삼 문세 아저씨의 옛 노래들을 들었다. 버스는 청 계천을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질리지도 않고 물길을 한참 쳐다 보았다. 홍기의 방에는 이미 승호와 기상이가 와 있었다. 병역특례인 홍기와 보건소에 선생님으로 갈 의사 둘, 가문의 힘을 여실히 보여 준 공익 상원과 카튜샤에 떨어지고도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결국 의경 간 나와 달리 기상은 현역 육군으로 스물여덟에야 늦은 제대를 했다. 축하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시.. 더보기
영화관람 일어나자마자 소파에 배를 벌렁 깔고 뒹구적거리고 있는데 엄마가 오늘까지가 만기인 영화 예매표 를 건네 주었다. 본래 엄마의 아는 동생과 함께 가려고 했던 것인데, 몸살이 심하게 나 밖에 나가기 어렵게 된 터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나 혼자 방학 중이지 다른 스물여덟들은 열심히도 살아 가는 중이라 애당초 같이 보러 갈 사람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영화잡지도 관심이 가는 기사가 있을 때에만 사 보게 된지라 근래에는 무슨 영화가 있는지 몰라 검색을 해 보았는데, 그리 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게다가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에서는 개봉작 중에서도 고작 대여섯개만이 상영되고 있었다. 두 영화 사이의 시간이 길면 혼자서 할 일이 없으니 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화제작이었던 '원스 어폰 어 타임&#039.. 더보기
숭례문이 불타다 숭례문이 타 없어졌다. 나는 못 봤지만, 불타는 장면이 다섯 시간동안 생방송되었다고도 한다.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아, 이 기분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신문과 포털을 온통 뒤덮고 있 는 관련기사들을 찾아 읽었다. 가슴은 한층 더 먹먹해졌다. 상황 자체가 애당초 어처구니없는 데가 있어 내 생각의 자리를 잡고 앉기가 어려운 판에 이상하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말들이 오고가는 데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숭례문이 불탄 자리에서 나라가 망했다며 울고 있는 할머니를 이 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국보 2호도 모르면서 국보 1호 하나 불탔다고 뭘 그리 난리들이냐는 지 나친 냉소에도 거부감이 들었다. 왜 이 기사가 말이 안 되는지, 이 주장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려면 어떤 면을 지적해야 좋을지 등을 생각하.. 더보기
대학원 첫 수강신청 대학원의 첫 수강신청 날이었다. 석사학위 수료조건은 총 30학점으로, 대부분 9, 6, 9, 6 학점으로 나누어 수강한다고들 한다. 한 학기에 세 과목이나 두 과목이라는 것인데, 첫 학기이고 하니 적응 할 겸 해서 두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나의 질문에 한 선배는 두 과목을 듣든 세 과 목을 듣든 어차피 일주일에 두세 번 밤새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세 과목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 해 주었다. 다음은 2008년 1학기 수강과목 목록이다. 스물두살에 '공부'를 평생의 진로 중 하나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던 허경진 선생 님의 '해외한국전적자료조사'. 대학원 수업은 이름만 가지고는 도저히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들은 바 있지만, 이 수업은 어떤.. 더보기
원하지 않는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도 한참이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몇번이고 터지길 반 복했던 생채기를 모아 꿰매고 있었다. 다른 일들은 영악하게 재빨리 포기하고 차선책과 해결책을 잘도 찾아 내면서, 사람과의 일은 어찌 이렇게 미련한지 모르겠다. 더보기
SOS 미국의 주희양. 미국의 주희양. 이 글을 보는 즉시 연락 가능한 메일주소를 남겨주기 바람. 로저. 더보기
나의 지은씨 요 며칠 사이 사진이 너무 없어 뭐 올릴 만한 것이 없을까 뒤지다가 휴대폰 사진 폴더에서 가져왔다. 지난 번 일기에도 적었듯이 서툰 실력으로 휴대폰 메모리의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와중에 여러 장의 사진을 날려 먹었는데, 남은 것을 확인하고 크게 안도한 추억들 중 하나. (엉뚱한 꽃사진들은 모두 살아 남았다.) 나중에 구세현 양이 졸업하거나 시집 갈 때쯤 인화하여 슬쩍 건네면 천금에 값 할 선물이 되리라 여겨 아껴두려 했는데, 근래에 쪽지로 이 곳으로 초대한 일이 있어 와서 보고 놀 라라고 새해 세뱃돈 삼아 올려둔다. 극화하고 연출하여 2007년 3월에 무악극장에서 상연하였던 '라디오의 시간' 1장의 마지막 장면. 원작 의 열일곱 명을 열세 명까지 정리했는데도 캐스트가 부족했기 때문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