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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지금은 채점 중 2 기말고사 숙제검사 기간. 숙제장을 걷는 시간까지도 숙제를 다 못 한 학생이 있길래 연구실로 데려 와 천천히 하라고 말해 줬다. 큰 돈 주고 산 유자차를 한 잔 타먹는 김에 한 잔 더 타서 줬더니만 이런 귀여운 짓을. 숙제를 받으면 우선 학생의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처음부터 채점해 나가는데, 예의 학생은 한씨라 끝에서 두 번째였다. 덕분에 피곤에 절어 기계적으로 채점을 하고 있을때쯤에야 이 메모를 발견하여 한층 즐겁게 웃었다. 지난 번에는 감점 대상자였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만점. 잘했어요. 사진이 수백 장이고 일기를 안 쓴지는 보름이 넘어가는데도, 안 쓸 만한 날들이니까 별로 죄책감도 안 든다. 그나마 오늘만 넘어가면 일단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니, 열심히 써 봐야지. 더보기
학교 풍경 고작 열흘여 만에 잎이 다 졌다. 풍경은 마음의 투사라지만, 숙제가 하도 많아 쓸쓸할 겨를도 없는데 이렇듯 쓸쓸하게 나왔다. 방학 중에도 숙제는 넘쳐날 정도로 많아 연말이라고 딱히 쓸쓸해 하지는 않 을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보기
대학원 사람들 학교 안에서조차 약속 하나 잡을 시간이 없는 요새 매일같이 만나고 환담하는 대학원의 선배님들 과 동료 여러분. 중간에 등장하는 본인의 머플러는 진엽이한테 선물로 받은 것이다. 하도 자랑스 러워 잘 때 빼고는 내내 매고 다닌다.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6/6 : 남명 조식의 이상세계 의 중심에 선 나.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5/6 : 남도의 나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은행나무였는데 낙엽의 속도가 기묘하게 달랐다. 마른 것은 마른 것대로, 살찐 것은 살찐 대로 마음이 동하는 데가 있어 찍어 보았다.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4/6 : 지붕 지붕, 이란 말을 발음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3/6 : 덕천서원 진주에서도 사오십여 분을 더 달려 도착한 덕천서원. 고전문학학회의 숙소로서는 의의 만점이었지 만 문풍지 사이로 배어들어 오는 외풍 덕분에 고생 크게 했다. 그나마도 새벽 세 시까지 꿇어 앉아 서 지방 훈장님들의 똑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은 뒤에야 누울 수 있었던 것이니 다음 날 내내 몸 이 쑤셨던 것은 당연지사. 제일 말씀이 많았던 어른은, 후에 들은 바에 의하면, 일전에 박노자 교수 가 연대에 와서 논개는 그냥 기생이었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다가 진주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백 여 명의 유림들에게 큰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버스를 직접 대절한 주 동자이셨다고 한다. 과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중간에 마치 권력자들의 밀담 사진처럼 나온 컷의 형태 형과 현경이 형은 대학..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2/6 : 경상대학교 학회에 그리 많이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평균연령 약 75세의 학회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지적 투쟁 의 장은커녕 발표도 준비해 온 발표문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읽는 꼴이어서 졸음을 참느라 혼났다. 하지만 질의자로 나선 현경이형은 매서운 질문을 날렸다. 지식인 풍의 새 안경과 시너지를 일으켜 내 마음 속 경애심도 급상승. 현경이 형 최고. 더보기
1114-15 진주 연민학회 1/6 : 가는 길 출발하기 전날에야 네비게이션을 배송받았다는 현경이형. 덕분에 조수석에서 같이 화면 보느라고 아 주 땀뺐다. 찍어달라고 해 놓고 정작 사진 찍을 때에는 시크한 표정으로 시종일관하는 미선이 누나. 더보기
잘 먹겠습니다 대학원에서 가장 경애敬愛하는 선배이신 성아사님의 하사품. 당신께서는 엄嚴과 자慈를 한 몸에 실 현하는 철인이시다. 그 귀한 손을 놀려 직접 배트윙 모양으로 구우신 것이라길래 조잡한 장난질이 나마 쳐 보았다. 아깝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까지 이틀이 걸리기도 해서 정작 먹지는 못 하였지만, 아무튼 마음으로나마 잘 먹겠습니다. 쩝쩝. 더보기
지금은 채점 중 그래봐야 소용없어. 더보기
11월 6일, 신촌 스위트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동생들과 찻집을 찾았다. 숨어있는 책 근처의 골목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벼르던 스위트롤.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친구네 다락방 같은 2층의 좌석이 일품. 다음 주 발표에, 조교 일까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는데도 푹신푹신한 카 펫까지 깔려 있는 바람에 정신없이 노느라고 다녀온 뒤로는 집에도 못 가고 내내 노예 모드. 아무튼, 직접 가 본 찻집 중엔 최고였다. 11월만 지나면 자주 가 주자. 더보기
연구실 사람들 진엽의 침 안전하게 새는 베개 대활약. 두 장의 내 사진과 순희, 요조숙녀 연출을 시도해 보려던 미정 아주머님, 둘이 머리 스타일이 닮아서 가족 사진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컷의 미선이 누나, 언제나 유쾌하신 고소설 세미나 선배님들. 더보기
2008 고도비만 사태의 주범 인터넷에서 웨지 감자 만드는 법을 배워뒀던 것이 화근. 집에서 쉬는 일이 적은 요즘이지만, 틈만 나 면 구워서 쩝쩝대고 먹어댄다. 더보기
집 앞 풍경 통화가 즐거운 날은 저 곳에서 한 시간이 넘게 서성거리는 날도 있다. 더보기
시월의 마지막 밤, 잊혀진 학번 이천팔년 시월 삼십일일, 신촌. 98 한승규, 99 권영전 임현규 어윤선 류기훈, 01 류왕수 최대호 허수. 체력이 예전같진 않지만, 그래도 응원까지 했다. 내년이면 형들도 머나먼 삼십대로 여행을 떠난다. 안녕. 안녕안녕. 그동안 즐거웠어요. 더보기
10월의 마지막 밤, 전날 밤 월요일 아침, 이대에서 하는 안대회 선생님의 수업을 마치고, 동문부터의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기가 심난하여 신각이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며칠째 신촌의 목욕탕에서 자는 강행군이 계속되다 보니 허 리가 아프기도 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깻죽지가 찌뿌둥하기도 했고, 그 아침에 신각이가 뭔가 함께 이야기할만한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업이 없었는데도 중도에 있었다는 신각이는 동문 쪽으로 픽업하러 와 달라는 구걸에 쾌히 그러마고 했다. 부드등부드등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난 신각이는 신촌 목욕탕의 바닥이 딱딱해 허리가 아프다는 내 호소에 봉원사 근처에서 찜질방을 가 본 적이 있다며 잠시 들러보자고 했다. 다음 수업 까지 어차피 두어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그러자고 했는데, 오.. 더보기
미랑의 결혼식 2008년 10월 25일. 주안. 미랑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서 익숙하게 보던 미랑의 친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신기했던 하루. 3시에 시작하는 결혼식의 바로 한 시간 전에 택배로 배달된 내 생애 첫 카메라 소니 h-50의 데뷔무대. 아직은 그냥 찍기밖에 모르지만, 아무튼 차근차근 배워나갈 예정. 왼쪽부터, 오랜만에 스스로 잘라 본 머리의 나와 결혼 5개월 차이자 임신 4개월 차인 쾌속의 지연, 두 신혼 부부, 그리고 내년엔 반드시 시집가겠다고 큰 소리 치신 지영양. 더보기
The Magic Hour 극화하여 연출하였던 '라디오의 시간'의 감독이며 원작자이자 연극열전 이번 달의 작품인 '웃음의 대학'의 각본가인 미타니 코키의 최근작. 일본에서는 지난 6월에 개봉하였고, 국내에는 11월에 cj entertainment에서 배급한다고 한다. 어제 첫 공연이 올라간 '웃음의 대학' 제작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하는데, 몇 년 전 왔던 칸노 요코야 군인 신분이었던 탓에 신 포도 셈 친다 하더 라도, 서울까지 온 미타니 코키를 못 보다니. 땅을 칠 일이다. 개봉이나 손가락 빨면서 기다릴 밖에. 부디 오래오래 살아 주길 바라는 크리에이터 1호. 더보기
중간고사 기간 생애 첫 시험감독. 과외를 해 보고 나서야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를 알게 되었듯, 고참이 되고 나서야 언제 어떻게 혼내야 애들이 무서워할지를 알게 되었듯, 시험감독을 들어가고 나서야 컨닝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았다. '앞에 서면 다 보여'라는 선생들의 말은 드물게도 뻥이 아 니었다. 역시 세상사란 역지사지. 상대방과 혼연일체과 되지 않고서는 그의 이야기뿐 아니라 내 이야 기조차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더보기
가을을 탄다 몇 년 만에 가장 큰, 가을의 파도의 한가운데에 있다. 파도를 타고 있다지만, 사실은 발을 첨벙첨벙 거리며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 것도 아닌 안개를 보고 한참이나 서 있는가 하 면, 내 짐으로 도배를 해 놓은 연구실에서조차 집도 절도 없는 사람처럼 내가 고향에서 이렇게 멀 리 나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멍해지기도 한다. 그 기분은 입학하고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2001년의 3월 이후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 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촌놈이 되었 다가 아니라, 어떤 감정이든 그 정도의 깊이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책상의 한 구석에는 밤을 새 울 때 혹여나 글을 쓰게 되면 폼내며 피워 보려고 가져다 놓은 촛불이 서 있는데, 지금 불을 붙였다 가는 도무지 마음이 어디.. 더보기
미랑의 청첩장 미랑의 청첩장을 받았다. 직접 만나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눠 주기로 한 날에 하필 몸살이 난 탓에 참석하지 못 했었다. 그래서 미랑이 우편으로 보내 준 것이다. 입대 전에도 나는 여러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 좋아했지만, 군복무 중에 편지를 보내 온 사 람들의 필적은 역시 잊기 어렵다. 미랑은 생일이나 연말에 선물까지 보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나는 미랑이 보내 줬던 선물 상자 중에 양철로 된 쿠키상자를 아직도 갖고 있다. 편지 는 말할 것도 없다. 청첩장에 내 주소와 이름을 적은 필적은 -승학초등학교 서예대회에까지 출품했 던 그녀의 실력에 비하면- 썩 정성을 들인 것은 아니라고 여겨졌지만, 처음 편지를 주고 받았던 것이 무려 십여 년 전인 그 글씨체를 보고 있자니 아무튼 감회가 .. 더보기
« 오전 열 시. 짬이 났다. 삼사 일을 내리 놀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기껏해야 점심을 먹기 전까지의 한 두 시간 정도이다. 대학원은 중간고사 기간에 수업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읽어야 할 자료들이나 제 출해야 할 과제가 없기에 잠깐 난, 짬이다. 수업과 관련된 일이 없다고 짬이 나는 것은 아니다. 호구를 위해 맡은 일들이 또 따로 있다. 요새 의 가장 주요한 수입원은 조선의 통신사와 그를 맞이한 일본인이 남긴 필담筆談의 원문 입력 작업인 데, 꽤 큰 뭉치를 마무리해서 넘긴 것이 어제 새벽이다. 프로젝트의 담당 선생님께서 오늘 오후나 밤 쯤에 다음 작업을 지시하실 때까지는 잠시 해방이다. 액수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아무튼 소액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맡고 있는 조교의 일도, 오늘 오전 열 시 2교시 수업에 들.. 더보기
???? 팔월 말의 내 생일과 신각이의 생일, 구월 초의 상원이와 세영이의 생일, 중순의 영선이의 생일도 하 나씩 지나가고 연극과 인생 30회 정기공연의 뒷풀이와 운호 형의 결혼식에 다녀온 이제에는 구월이 고작 삼일 남았을 뿐이다. 어떤 날에는 일기를 쓸 수조차 없이 바쁜 것에 행복해 하는가 하면, 다음 날에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나눈 끝에 문득 쓸쓸해지기도 한다. 가을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더보기
토요일 오후 마음은 찻잔속의 물과 같다. 때때로 내 스스로 몸을 흔들어 찰랑거리게 만드는가 하면 작은 티스푼 이 들어와 몇개의 소용돌이를 만들기도 하고, 마음이 넘쳐 어쩔 줄 모를 정도로 큰 막대가 들어오기 도 한다. 아주 오래전 선물로 받았던 향수의 향을 얼마간 맡고, 비오는 주말의 연구실에 들어와 히 사이시 조의 피아노곡들을 걸어 놓았다. 얕지만, 참으로 좋은 찻잔이다. 더보기
소리양 '라디오의 시간' 연출을 하며 인연을 맺었던 소리양. 그 이후로도 종종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누었고 캐나다로 돌아간 뒤로는 이따금 메일로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은 캐나다의 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톤에서 일하며 파리의 국제학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들었 던 바로는 소리양의 가산도 그리 넉넉치 않은 편이었다. 물론 소리양 개인의 도전의식이 투철한 것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국경', '나이'등의 '경계'에 관해 갖고 있는 자유로운 인식에 대해서는 정말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나도 언젠가 큰 거 한 탕 해야지 하고 다짐해 보지만 해가 갈수록, 배에 기름이 낄수록 점점 더 남의 이야기만 같.. 더보기
승호의 결혼식 수없이 찍은 사진들을 승호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보내주면 또 다시 그에 관해 일기를 쓰겠지만- 홍기가 사회를 보고, 기상이가 사진을 찍고, 상준이가 축가를 부르고, 상원이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고, 현관이가 웨딩카를 몰고, 그리고 승호는 결혼을 했다. 부디 행복하길. 더보기
가을비 석사 2학기의 개강 첫 날. 이화여대로의 첫 등교. 신발 안은 축축해졌지만, 그래도 반드시 초가을에 만 꺼내드는 노래 몇 곡과 가을비라면. 더보기
생일 새벽 네 시 무렵까지 지인과 신촌의 커피숍에서 녹차를 마시고, 첫 차를 기다리느니 느긋하게 몇 자 라도 더 읽으려 새벽안개를 헤치고 휘적휘적 연구실로 올라오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는 와중 에, 아카시아의 향기가 두터운 밤공기를 누비고 코를 찔렀다. 대학에 갓 입학해 신촌의 밤은 온통 제 것인양 펄펄 날아다니던 때에, 내게서 백매화 향이 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스물 여덟 번째의 생일이다. 무엇이 되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서른 여덟 번째에도, 마흔 여덟 번째에도, 어딘가에든 서서 눈을 감고 무엇인가의 향을 맡고 있길, 바란다. 더보기
The Dark Knight (실제로 끝까지 읽은 것은 몇 권 되지 않지만) 코믹스까지 합해서, 배트맨에 관련된 작품 중에서는 팀 버튼의 'The Batman' 1편과 2편이 가장 훌륭했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The Bat man begins'에 적잖이 실망한 바 있었다. 'Batman Forever'나 'Batman & Robin'등의 이전 영화작들에서 느꼈던 배신감에 가까운 실망까지 기계적으로 더해져 그 영화에 관해 물어오는 지인 들에게 신랄한 혹평을 날렸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덕분에 미국에서 평론가들과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팔랑귀는 별로 움직이지 않 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