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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3. 아그라 성 - 무삼만 버즈 아그라 성의 무삼만 버즈. 비석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 ...And it was from here that the Mughal Emperor governed the whole country. The Taj Mahal is in full view from this tower and Shah Jahan spent eight years of his imprisonment(1658-66) in this complex, and he died here. His body was taken by boat to the Taj Mahal and buried. 이와 같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史實에도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인가 보다. 더보기
3. 아침 1. 첫째날은 비행기. 둘째날은 적응기. 드디어 오늘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오늘은 아그라성과 타즈 마 할을 보는 날. 일어나 보니 빨아 놓은 양말과 티셔츠가 모두 말랐다. 저녁 때 빨아 놓으면 아침에 마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밤에 맥주를 과음한 탓인지 쾌변했고 덕분에 적은 양 의 휴지로도 닦아낼 수 있었다. 여행 끝날 때까지 변비같은 것에 지지 말고 꿋꿋하게 버텨 주길 대장 에게 부탁한다. 오늘 밤에는 속옷을 빨자. 더보기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 #2 김 : 드디어 하루가 지났군요. 최 : 네. 그렇지요. 여행의 이틀째이지만, 첫날은 오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자정 무렵에야 델리 공항에 도착했으니, 사실상 첫날이었던 셈이죠. 김 : 과연 여행기에는 사기 당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군요. 어지간히 분하셨던 모양이지요? 최 : 네. 차차 나오겠지만, 여행을 하며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하고 하며 마침내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그 사기 당한 것이 다른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였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그랬습니다. 김 : 집에 가고 싶었나요? 최 : 아유, 그럼요. 다들 그래요. 김 : 아울러, 사이클릭샤니, 오토릭샤니, 낯선 단어들이 나오는데요, 교통수단의 일종이겠죠? 최 : 네. 차차 사진과 그림들이 .. 더보기
2. 뜻밖의 만남 1. 혼자서 계획을 막 짰는데, 흥 좀 내 보자고 일부러 하는 짓인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기분이 좀 그랬다. 조이너스 식당이 가까워서 또 갔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게 아닌가. 종업원들이 극성 스럽게 권해서 탄도리 치킨을 시켰는데 기다리는 도중 한국인 모자가 출현했다. 11세의 아들과 6세 의 딸을 동행한 아주머니. 애들은 학교 빠지고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 이 누님은 델리에서 사기 당하고 바라나시 가는 길에도 당해서 인도에 질려 버리고 네팔로 갔었다고. 그러다가 인도를 한 번도 못 본 것이 너무 분해 다시 큰 마음 먹고 귀국을 늦춘 뒤 라저스탄 쪽으로 가는 중이란다. 아그라에는 오늘 새벽 세시에 도착해서 하루만 본 뒤 내일 새벽에 출발하려 했는데, 바라나시에서 기차가 무려 11시간이나 연착되었다.. 더보기
2. 인도에의 첫 이미지 1. 이곳은 지금 무척 덥다. 티셔츠만 입고 있는데도 후끈후끈하여, 돌아다녀야 할 내일이 걱정될 정도다. 식사 후에는 예정대로 아그라 역에 갔었다. 오토릭샤를 타려 했는데 구하기도 쉽지 않았 고 겨우 잡은 한대가 생각했던 금액의 배를 불러 거절했다. 아그라의 오토릭샤가 전부 파업 중이 라 어차피 자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틀째이지만, 인도인의 거짓말에는 정말 진력났다. 아는 척하고 도와주는 척 하면서 조금이라도 뜯어내 보려고. 덕분에 사이클릭샤를 탔는데 무척 좋았다. 천천히 바람을 쐬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고. 아그라역에서도 협잡은 계속 되었다. 조금만 걸어가 면 Rs30에 살 수 있는 철도안내서를 Rs35만 주면 자기가 특별히 사다 주겠다고 하질 않나, 조금만 살펴 보거나 혹은 역무원에게 물어 .. 더보기
2. 아그라에서의 첫날 1. 어젯밤 이야기는 나중에 힘이 나면 쓰도록 하자. 타즈 간즈의 샨티 로지에 Rs300 (한화 약 6700원 - 편집자 주) 로 이틀을 예약했다. 모레 아침에 카주라호로 가는 관문인 잔시로 떠날 예정이 다. 어젯밤의 충격으로 바라나시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 인도는 지금 엄청나게 덥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민소매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다. 긴 팔 가져 왔으 면 큰일날 뻔 했지. 밥을 먹은 뒤엔 기차역에 가서 표를 예약하고 집과 수진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일 을 보낼 생각이다. 첫 식사는 난과 에그 커리, 아이스 레몬 티. 제발 먹을만 하기만을 바란다. 타즈마할이 멀리 보이는 옥상식당은 모두 외국인. 드디어 여행다운 여행의 시작이다. 벨기에에서 온 여행자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2. 현재시각 16시 31분. .. 더보기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 #1 -이것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에 출연해 인터뷰했던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시그널 송) 안녕하십니까. 매주 스튜디오로 사회명사들을 모셔 그들의 근황을 묻고 진솔한 대담을 나누어 보는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의 김진삽입니다. 이번 주에는 5주간의 인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잠시간 요양한 뒤 온라인에 그 여행기를 게재하는 것으로 활동을 재개한 최대호씨를 모셔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김진삽 (이하 김) : 최대호씨, 안녕하십니까. 최대호 (이하 최) : 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에 발만 들여 놓아도 드러눕고 싶게 만드는 이 안락한 분위기는 여전하군요. 김 : 그게 저희 프로그램의 장수비결이니까요.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 더보기
1. 홍콩 → 델리 1. 해가 정말이지 불처럼 지는 수평선을 우로 두고 날아가는 중. 귀가 계속 막힌다. 한국시간으로 19시 20분. 말하자면 벌써 다섯시간 이상을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데 별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 소음이 계속 나기 때문인가. 머리가 약간 아프다. 창밖으로, 오른쪽은 해가 졌고 왼쪽은 아직 지지 않았다. 거대한 자연이란, 정말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바꿔 놓 는다. 2. 스튜디어스 아가씨가 생글거리며 맛있다고 권하기에 인도식 토마토 쥬스를 마셔 보았다. 정말이지 흐를 수 있을 정도로만 묽게 해 놓은 케찹. 맛이 어땠냐고 굳이 물으러 왔기에 아주 좋았다고 답해 주었다. 아가씨가 기뻐하며 한 잔을 더 줄 듯한 기세이기에 황급히 잔에 물을 채웠다. 3. 한국시간으로 자정 무렵. .. 더보기
1. 홍콩 1. 홍콩에 도착. 맥주를 빨리 마신 탓인지 속이 메슥거린다. 홍콩까지는 세시간 정도. 수진이네 집 까지 두시간 반이 걸리는 나로서는 외국이 이렇게나 쉽게 올 수 있는 곳이구나 놀랄 뿐이다.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공항 외양도 약간 꾀죄죄할 뿐 영종과 비슷하고 정비하는 크루들도 한국인과 똑 같이 생겼다. 2.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기장이 방송으로 앉아 있으라고 얘기해 줬다. 한 시간 정비하고 바로 출발한다고. 에어 인디아니까 힌디로 먼저 말하고 뒤에 영어로 말해 주는데, 나는 새삼 내가 힌디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까지는 모두 한국인들 뿐이라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 없어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절절하다. 그러나, 이래야 생각이 더 깊어지겠지. 3. 깜.. 더보기
1. 기내 1.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창에 찰싹 붙어 있다가 움직이지 않는 바깥 풍경에 지루해져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나 소음에 눈을 떠 보니 갑자기 상공. 이렇게 떠서 있는 자신이 믿기지 않는다. 음음, 멀리서 내려다 보면 인천도 멋지군 하며 자신을 속이려 해 봐도 뒤에 앉은 놈들이 의자 위에 서 팡팡 하고 뛰자 눈을 사납게 치뜨고 돌아보게 된다. 가만 있어 이 새끼들아 그러다 비행기 떨어 지면 어쩌려고. 2. 주스도 있고 물도 있었지만 일부러 택한 하이네켄. 공복이라 금세 올라온다. 상공이건 인도건 지 옥이건 나는 최대호. 못 할 것이 없다. 때마침 귀에는 이한철의 수퍼스타. 수퍼스타답게 맥주 하나 더! 창밖에는 구름의 숲이 펼쳐진다. 3. 식전에 두 병. 반주로 한 병. 졸립다. 수진이와 함께 왔.. 더보기
1. 출국 전 1. 첫 해외 여행. 시간을 넉넉잡고 갔는데도 에어 인디아를 찾지 못 해 한참 헤맸다. 아는 분은 아시 겠지만 인천 국제공항은 본인이 군생활로 2년을 묻은 곳. 다행히 티켓팅을 한 뒤로도 시간이 좀 남아 무전기로 후임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거나 정들었던 맥도날드 아가씨들과 그간의 안부를 묻는 등으 로 여행전의 흥분을 달랜다. 생전 처음 나가 보는 해외여서이기도 하지만, 심장이 뛰는 가장 큰 이 유는 비행에 대한 긴장감. 이 죽일 놈의 고소공포증. 2. 평소의 지론이다. 모르는 데에 가서 우울하거나 긴장되거나 낯설면, 일단 싸고 보는 거다! 다행히 공항 화장실은 인천의 우리집 화장실을 제하면 가장 눈에 익은 화장실. 쾌변한 뒤 거울을 보며 앞으 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할 귀걸이를 끼워 넣고 호쾌하게 면.. 더보기
인도 국명 : 인디아 공화국 Republic of India 국기 : 간디 플래그 Gandhi Flag 선홍색은 용기와 희생, 흰색은 순수함과 진실, 녹색은 신념과 풍요를 상징한다. 국조 : 공작 국화 : 연꽃 동물 : 벵갈 호랑이 과일 : 망고 면적 : 약 328만 제곱 km. (남한의 33배) 인구 : 약 십억사천오백만 (2002년 6월 현재) 수도 : 델리 통화 : Rs. (루피. 100루피는 한화 약 2240원 정도) 국민 총생산 : 약 500달러 더보기
0. 시작하며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쓰려는 참이다. 손도 대지 않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붙잡고 매달려도 필경 일주일을 쉽게 넘기리라는 생각이 들어 돌아온지 닷새가 넘도록 묵혀 두었던 일이다. 큰 맥을 잡고 쓰며 나아가는 분들께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이겠지만, 잔재주로 글을 쓰는 나같은 이 에게는 제목을 짓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하룻밤에 휘갈길 수 있는 단편이라면 모를까, 긴 시간을 두고 손을 대어야 하는 글이라면 제목이 마음에 들어야 만지고 또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인도를 돌아 다니며 내내 생각해 보아도 마땅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 인도와 관련된 이야기, 라면 대번에 생각나는 것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다. 신라의 승려 혜초가 8세기에 쓴 책으로, 20세기 초 둔황에서 한 프랑스 학자.. 더보기
인도에서 만났던 동행에게서 온 메일에의 답장 제목 : 인천입니다. 참 재미없는 제목이군요. 델리공항으로 향하는 중간쯤에서, 이미 나의 시간은 멈추었던 것 같아요. 뻥뻥 뚫린 8차로를 타고, 목책들을 지나 반짝이고 깨끗한 델리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에, 비록 리컨펌 문제때문에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아닐지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바로 몇시간 전까지 있었던 인도가, 아니, 델리 를 인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불과 하루전까지 나는 바라나시에 있었는데, 그것이 먼 옛날 의 일처럼만 느껴졌어요. 칼때문에 인도 세관과 한국 세관에서 한차례 소동을 피우긴 했지만, 다행히 티켓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한숨 자고 일어나니 홍콩, 잠깐 책 읽고 나니 인천이었지요. 다녀와서 바로 메일을 보내지 못 해 미안해요. 그제 도착한 나는 어제 오전까지 .. 더보기
35일째 - 델리, 슬그머니 아, 이것 참. 멋지게 인사말을 써 놨는데. 나 아직 인도야. 비행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짐을 풀렀다 다시 쌌는데도 시간이 아직 아홉시간이나 남았네. 민망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리컨펌이라는 걸 해야 한대. 항공사에다, 내가 예약했던 그 날짜대로 돌아갈거다, 라고 통보해 주는 건데, 내가 그걸 좀 허술하게 했어. 델리에는 에어 인디아 본사가 있으니까 가서 확인하면 되지 뭐, 하고 마음 편히 생각했는데 막상 델리 와 보니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네. 이것 참. 어떤 사람은 리컨 펌 해 놓고도 자리가 없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인도 수차례 왔다갔다 해도 리컨펌 한 번 안 해 봤다고도 하고. 결국 운 나름이라는 것인데. 인도 여행담을 풀어 놓기만 했다 하면 반년 넘게 여행 한 사람들도 넋을 잃.. 더보기
33일째 - 바라나시 33일째. 34일째인 내일 델리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고, 35일째의 아침에 델리에 도착 하여 공항으로 직행한 뒤 하루종일 빈둥거리다가 자정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 나의 여행은 끝이 난 다. 말하자면, 현지시각 오후 08:09인 지금이 나의 마지막 저녁이었던 셈. 일정에 없었던 두번째 바라나시이지만, - 이미 일정이란 것은 한달 전쯤에 날려 먹었지만, 그래도 설마 바라나시에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 덕분에 마음을 가득 채우는 안녕을 할 수 있었다. 디아가 동동 떠 가는 갠지스강 위의 보트에 앉아, 갠지스, 안녕, 하고 조그맣게 말하다가 눈물이 조르륵 났다. 항상 보트를 태워주던 동갑내기 인도청년 철수와 화장터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누다가 마침내 보트에서 내리며, 이 생에서.. 더보기
31일째 - 꼴까따 지금은 오후 한시 반. 저녁 여덟시 반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돌아간다. 숙소에 짐을 맡겨 놓고 그간 눈에 익었던 곳들에 마실 다니는 중. 만나는 여행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면 나눠 주곤 하던 탓에 한 때 다섯개나 되던 내 악기세트는 이제 두개로 줄었지만, 가장 최근에 꼴까따에서 산 인도식 피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 빙빙 휘두르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간은 잘도 간다. 노래는 주로 호텔 캘리포니 아. 한국에서 온 한 비구스님이 하도 듣고 싶다시길래 인터넷에서 가사를 받아 써서 연습했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불러 드리자 스님은 고맙다고 하셨지만, 천만입니다. 덕분에 저도 노래를 하 나 외웠군요. 덕분에 악기를 사고, 덕분에 춤을 배우고, 덕분에 즐길 줄 알게 되고. 수많은 덕분들, 그리고 나를 덕분으로 여길.. 더보기
30일째 - 꼴까따 애초에 90일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 줄이고 인도에서 줄이고 하여 종래 35일로 된 내 여행, 그 30일 째이다. 이젠 수만 루피를 주머니에 넣은 사람도 남인도를 신나게 돌고 왔다는 사람도 모두 부럽지 않고 그저 여행을 갓 시작해 엄청난 시간을 가진 사람들만이 부러울 뿐. 슬슬 정리를 해도 좋을 무렵이건만 꼴까따에서 또 좋은 인연을 만나 나는 내일 다시 바라나시로 돌아 간다.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안녕을 고했던 바라나시의 친구들은 아마 깜짝 놀라겠지. 남은 시간과 이동시간을 종합해 볼 때 사실상 델리는 포기한 셈. 출국 몇시간 전쯤에나 도착해 여행 을 시작했던 공항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스쳐 가니 다소 미안하기도 하다. 그 어떤 도시보다 시간이 빠.. 더보기
27일째 - 꼴까따 오전에 시원한 서점에 가서 가장 싼 차를 시켜 놓고 줄창 앉아 그림을 좀 그렸다. 뜨거운 우유와 홍차가 가득한 사기 주전자 하나가 Rs30. 한국돈으로는 약 육백육십원 정도이다. 오후에는 일종의 대학가인 꼴리지 스트리트에 가 보려 했는데 숙소의 마당에 있는 런던 애들과 오사카 애들 (만나는 영국인들마다 런던 사람, 만나는 일본인마다 오사카 사람들이다!) 과 이야기하 다 주저앉고 말았다. 다른 나라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다른 사고 방식을 접하면 내 사고 방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 밤에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더보기
26일째 - 꼴까따 꼴까따는 캘커타의 새 이름입니다. 근래 인도에서는 지식인층의 주도로, 영국식으로 되어 있던 이름 을 인도식으로 바꾸는 운동이 한참이지요. 거리의 이름은 물론이고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는 대도시 의 이름까지도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도시가 예전의 마드라스인 첸나이, 봄베이였던 뭄바이, 그리고 캘커타였던 이 곳 꼴까따이지요. 캘커타라면 또 대항해시대의 청년들이 눈물을 흘릴 법한 이름. 여담이지만, 나는 대항해시대에서의 발견물들 덕분에 세계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크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제 펍에서 만났던 호주 아가씨는 내가 애보리진을 말하자 대번에 반색했지요. 벌써 금요일, 그나마도 해가 졌으니 오늘도 끝이군요. 어영부영 이틀만 보내면 여행의 마지막 주라니. 4주나 채웠는데도 스스로는 아직 아무것도 모.. 더보기
23일째 - 다즐링 다즐링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사진집이나 가이드북은 둘째 치고, 일반인들이 턱턱 찍어 집에 걸어 놓은 사진들에도 그림같은 설산이 걸려 있는데, 정작 나는 닷새나 있으면서 한 번도 못 봤다는 것.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거대한 히말라야 앞에서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다즐링의 산신들이 내 죄업의 댓가로 산을 온통 감춰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안개는 지겹게 봤네. 매일매일 안개로 목욕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목욕하기가 싫은 걸까. 오늘은 다즐링 경찰서에 들어가 한국 경찰을 사칭하고 이 곳의 경찰들과 사진을 찍었다. 더보기
22일째 - 다즐링 주위의 모든 지인들에게, 이제는 나와 등산과의 악연에 대해 농담을 일삼는 것을 그만 두는 것이 어 떨까 넌지시 권고해 본다. 이제의 나는, 2200m의 높이에서 거침 없이 소변을 휘갈기는 남자. 2250m의 높이에서 귀를 후비는 남자. 2300m의 높이에서 추파를 던지는 남자. 2350m의 높이에서 뽕짝을 부르는 남자. 오늘의 산책은 간단하게 해발 2200m부터 2600m까지. 마실거리도 안 되었다. 내일은 이 근방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봉우리로 일출을 보러 간다. 새벽 세시에 일어나야 하기 떄 문에 오늘 밤은 내 벗과 짧고 강한 밀회를 가진 뒤 나가 떨어질 예정. 만약 날씨가 도와 준다면, 내일 은 해발 8,900m의 봉우리에 해가 걸리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보기
21일째 - 다즐링 그간 날짜를 잘못 세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서 틀렸지? 아무튼 시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에 출발 했으니 삼주째의 일요일인 오늘은 여행의 21일째. 오늘따라 엄청 춥다.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는데도 길게 적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워 어렵사리 사진 한 장 첨부하고 돌아간다. 사진은 약 일주일 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위. 저때만 해도 팬티 하나 입 고 자도 아무 상관 없었는데. 지금 난 있는 옷 다 입고 침낭에 기어 들어 간 뒤 이불까지 덮고 잔다. 더보기
19일째 - 다즐링 이곳은 해발 2200m의 다즐링. 뉴 잘패구리 역에 도착하고도 눈썹이 휘날리게, 강원도 저리 가라 하는 절벽길을, 삼십도에서 사십오도 각도를 유지하며 날아가는 지프차를 타고도 네시간이 걸려 올라올 수 있는 곳입니다. 과연 고도가 고도인지라, 평지를 걷다가도 숨이 차고, 항상 멍하니 졸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술했듯이, 다즐링은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 뒤에 이 곳을 차지하게 된 영국이 휴양지이자 차 재배지 로 건설한 도시이지요. 갑작스런 발전 상황 탓에 인력이 부족해지자 영국인들은 인근의 네팔인들을 영입시켰고, 이후 달라이 라마와 함께 피난을 온 티벳인들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영국인 이 떠나고 나자 이 곳은 인도이지만 인도인을 보기 어렵고, 인도이지만 인도 풍경을 보기 어려운 기묘한 곳이 되어 여.. 더보기
17일째 - 바라나시 여기에도 그렇고 일기에도 그렇고 지겹게 써 대던 바라나시도 이젠 안녕이다. 처음에 자리 잡았을 때 엔 여기서 여행 끝내겠다 싶었는데, 적당한 시기가 되니 일어나게 되는군. 다음 목적지는 홍차로 유명한 다즐링.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다즐링은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던 시절 엄청난 무더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휴양지로서, 그리고 그 휴양객들을 위한 차 생산지 로서 전략적으로 육성한 휴양도시이다. 접근은 쉽지 않지만 여행 중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에 는 인도 전역에서도 손 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오후 아홉시 반 무갈 사라이 역 출발, 다음날 오후 두시 뉴 잘패구리 (현지인들은 뉴 잘빠구리라고 발 음해서 여성 여행자들과 함께 앉아 있는 내 낯이 뜨거운 게 한두번이 아니다.) 도착. 거기에서 지프 로 세.. 더보기
14일째 - 바라나시 다른 곳에서의 모든 일정을 합친 만큼의 시간을 바라나시에서 보냈음에도 딱히 무엇을 했는지는 기 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아마도 바라나시의 매력일 것. 어느 나라에서의 어떤 성별의 어떤 연령대 이든, 비슷하게 멍-한 얼굴로 만들어 버린다. 나도 이 곳에 머문지 고작 1주일째이지만, 갓 도착한 여 행자와 장기 체류자들은 표정이 다르다. (워낙 의류와 가방 등이 싸기로 유명한 곳이라, 사실은 복장부터 다르다. 누구나 바라나시에 도착하자 마자 인도식 옷부터 사 입는 것이다. 나도 내 마음대 로 식 코디네이션에 의해 국적불명의 옷을 걸치고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중) 한 한국 여행자로부터 박민규의 신작 '핑퐁'을 빌려 읽었다. 이역만리에서 읽는 박민규는 뭔가 특 별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 더보기
13일째 - 바라나시 내일이면 벌써 2주째라니 믿을 수가 없다! 가방을 앞으로 맨 채 꼭 껴 안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예전의 내 모습은 어느덧 안녕. 나는 이제 서양인들과 보트를 같이 타면 지나가며 예배행위와 유적 들을 영어로 설명해 주고 내 보트비를 디스카운트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전용 보트 드라이버의 이름은 철수. 나와 동갑인데 아들이 둘 있단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혼자 다녔음에도, 딱히 돌이켜 쓸 일이 없었음에도, 오늘은 이 곳에 와서 가장 즐거웠던 날. 이곳에서라면 정말 반년 정도는 아무 생각 안 하고도 너끈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이 알게 된 식당, 메구 카페의 여주인은 메구상. 근래 같은 숙소의 옥상에서 밤마다 만나는 오 사카 소년단으로부터 배운 오사카 사투리를 혼자 연습하고 있자 더욱 고급한 표현들.. 더보기
12일째- 바라나시 바라나시에서의 평온한 하루.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간다. 무엇을 해도, 혹은 무엇을 하 지 않아도 언제나 평온한 상태. 맛있다는 식당 찾아 다니고, 마켓 한 번 돌고, 가트 강가를 쉬엄쉬엄 걷거나 다른 여행자들과 떠들거나 하며 유유자적 지내고 있다. 다른 도시보다 1/10, 크게는 1/100까 지 저렴한 기념품 가격도 또 하나의 즐거움. 속아봐야 푼돈이라 제법 중급 여행자인 척 하며 이리 저리 흥정도 해 본다. 지겹게 흥정하다가 '흥, 그렇게까지 안 깎아 줄 거면 됐어'하며 슥 돌아서는 그 순간에 흥정은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튼, 바라나시에서의 평온한 또 하루. 더보기
10일째 - 바라나시 이곳은 갠지스강으로 유명한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다른 곳이 아닌 인도로 여행을 결정했다면 필경 무언가 의미를 찾고 싶다는 건방진 마음이 있을 터, 그런 것을 찾고 싶다면 바라나시로 가 보라는 여행길 스승님들의 충고를 따라 오게 되었는데. 과연, 이것은 평지 위에 세워진 인간의 도시이고 그리로 물방울의 모임인 강이 하나 흐를 뿐인데, 게다가 주위의 건물들도 아그라나 카주라호에 비하면 형편없는 것들 뿐인데도, 나는 여기에서 '평화로움'이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꼈다. 도시의 특성상 이곳에는 장기 체류자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름대로 이 곳에서 시간을 보 내는 법을 터득.. 더보기
7일째 - 카주라호 카주라호에서의 3일째. 오늘은 카주라호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서부 사원군엘 다녀왔다. 기대했던 미투나상은 기껏해야 열개에서 스무개 정도. 그러나 이외의 신상들이나 여인상들에 대단한 감동을 받아, 이제 일주일째인 인도 여행 중 가장 즐거운 하루였다. 그림도 석장이나 그렸다. 어제까지 열댓 장도 안 찍었는데, 오늘 하루만 구십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수진의 128M짜리 메모리카드는 이제 아마도 포화 상태. 굽고 싶지만(인도에서는 작은 도시에도 메모리카드에서 사진을 뽑아 내어 씨디 로 구워주는 가게가 다 있다. 관광이 기형적으로 발달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 불안해서 원. 내일은 긴 여정. 두시 반에 출발하여 중간 도시인 사트나까지 네시간의 버스행 (인도에서 버스로 네 시간이면 정말 옆동네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