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출발.
완만하게 누운 산과 자전거길 좌우로 펼쳐진 밭. 소똥 냄새도 나는 것 같은 평화로운 길을 휙휙 지나간다.
북한강자전거길의 운치있는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나무다리 길. 조금 좁아서 나 같은 초보한테는 커브가 어렵
긴 하지만 천천히 달리다 보면 왼편의 강냄새와 오른편의 숲냄새가 섞여 몹시 흐뭇하다. 바퀴 아래서 달그락 달
그락거리는 나무다리의 감촉도 즐겁다. 여기에서 나는 자전거에 조금 익숙해졌답시고 달리는 와중 건방을 떨며
한 손으로 사진을 찍다가 강하게 펜스를 들이받았는데, 국부의 격심한 통증에도 좌절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계속
해서 즐겁게 달렸다. 고통을 잊게 하는 풍광, 대단하다. 물론 부위가 부위인만큼 다 잊은 건 아니고 때때로 생각
났다.
쭉쭉 시원하게 달린다. 해는 아직 중천이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산바람이 몸을 에워싼다.
강촌과 대성리 등의 관광명지가 즐비한 코스인 만큼 여기저기서 레포츠 시설들이 눈에 띈다. 다리 밑 모래강변
에서는 꼭 끌어안고 4륜 오토바이를 탄 연인의 모습이, 다리 위에서는 레일 바이크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가
족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렇게 즐거운 것. 오려면 얼마든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본래는 다리 사진을 찍은 것인데 앗, 여성 월리가 한 명.
무슨 사연 있어 게까지 갔나.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가기는 어떻게 갔나.
신내대교 - 경강교 구간은 이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하게 이어진 길 사이로 밭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강은 함께 흐르고, 산이 천천히 가까워지는. 주변 사물의 큰 변화 없이 길이 죽 이어지다 보니 달려도
달려도 그 자리인 것 같은 착각과 좌절감은 아쉬운 부작용이다.
경강교 인증센터. 경강교 근처에 쓰여진 경강교(京江橋)라는 한자를 보니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어 이름
을 그리 지었나보다, 싶다. 사진의 티셔츠는 캄보디아에 갔을 때 산 코끼리 티셔츠. 입고만 있어도 기분 좋다.
다음은 두 번째 거점인 강경교 인증센터에서 세 번째 거점인 샛터삼거리 인증센터로 가는 제 2구간.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약 30km였던 1구간에 비해 거리가 조금 짧아졌다. 마지막으로 달리게 될 3구간은 여기에서 다시 10
km가 줄어든 약 15km. 춘천에서 출발하는 코스의 숨겨진 상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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