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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

1. 출국과 도착

 

 

 

 

악천후로 몇차례 지연을 거듭하던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다. 지겨우시겠지만 어쨌든 해외여행이니 하늘 사진 한 장만 넣겠다. 비행기 타는 것이 열 번쯤 넘어가면 이 광경도 심심해질까.

 

 

 

 

 

 

 

 

앞좌석에 달린 TV로는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었는데, 영화 채널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이 나오고 있었다. 울만 하면 먹을 것 주고 울만 하면 기내방송 나오는 탓에 인천서 간사이 공항까지 한 시간 사십 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으니 천국에서도 상석 갔을거야, 로빈 형.

 

 

 

 

 

 

 

교토에는 공항이 없어서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이동을 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는 수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리무진 버스를 타는 수도 있다. 모두, 사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이동하는데 가격은 이만 원 대이다. 나는 어차피 비쌀 바에야 몇천 원 더 내고 편하게 앉는게 좋겠다 싶어 버스를 탔다. 오사카를 지나는데 창 밖으로 유명한 대관람차가 보여 일본 땅에서 첫 사진을 찍었다.

 

 

 

 

 

 

 

교토 지도는 이렇게 생겼다. 복잡하다 생각말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심부는 확실히 바둑판 모양의 길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당초 계획도시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복잡할 때엔 버스노선도로 파악해 보자. 위 노선도는 교토 시 전체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름 이상 머물었던 나도 저 노선도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은 한두 차례 밖에 없었다.

 

읽는 법도 한차례만 익히고 나면 간단하다. 한 지점에는 그 지점을 지나는 버스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서 있는 지점에 1번 버스가 써져 있고, 내가 가려고 하는 지점에도 1번 버스가 써져 있다면 1번을 타면 된다. 가려고 하는 지점에 1번은 안 가고 2번이 간다고 치자. 그러면 1번을 타고 지나가는 지점 중에 2번이 지나가는 지점을 찾아서 거기에서 환승을 하면 된다. 교토의 버스 노선은 대체로 원형을 그리는 순환 형태이기 때문에 한두 차례 환승하면 어느 곳이든 반드시 도착할 수 있다.

 

밤늦게 도착한 나는 요기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햐쿠만벤 인근, 교토대학 뒷편의 '지구호'였다. 멀리 여행을 간 것이기도 하고 늦게 도착하기도 해서 얼이 빠져있긴 했지만 숙소 앞에 재미있어 보이는 술집이 있어 바로 잘 수가 없었다.

  

 

 

 

 

 

 

 

이곳이 '지구호' 앞에 있는 '무라야村屋'. 열 시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온통 새까만 골목에 게스트하우스 '지구호'와 이 '무라야'만이 불빛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에 대번에 눈에 띄었다. 매드 사이사이언티스트의 응접실 같은 엉망진창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들어, 교토의 첫날밤은 여기서 보내게 됐다.

 

 

 

 

 

 

 

화장실 가는 통로에 있는 장난감 신전. 귀여운 인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테스크한 장식물들도 벽과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무라야는 교토대학의 괴짜들과 인근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명물이라 한다. 이후로 교토에 머무는 동안 들렀던 음식점과 술집들은 '더 깔끔하거'나 '더 일본스러'울지언정 서울에서 듣도보도 못하던 분위기가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만큼은 연남동에서도 이태원에서도 못 보던 문화공간이었다. 교토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만난다면, 무라야에 가기 위해서라도 지구호에 머물든지, 아니면 지구호에 안 머물더라도 무라야만큼은 가 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나는 결국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술을 마셨다. 그 가운데 특히 신나게 마셨던 것은 메뉴판 첫번째에 있는 소주, '신사의 요정'이다. 교토 첫날밤에 이런 이름의 술이라면 마시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보름 여의 경험으로 단정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받은 인상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교토인들은 엄청나게 술이 약했다. 소주에 물을 타서 마시는데도 몇 잔이면 픽 쓰러지곤 했다.

 

 

 

 

 

 

 

 

여기저기서 혼절하는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몹시, 흡족한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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