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졸업도 이제 꽉 찬 3년이 훌쩍 넘어버린 일이 되었습니다. 어, 징그러.
사진의 옷이 우리학교 교복입니다.
전 2000수능을 그다지 못 본 편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세대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화제인 '2000수능
언어영역'도 그다지 큰 실점 없이 넘어 갔고, 꿈꾸던 대학까지는 아니지만 원하는 대학은 무난히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띡 떨어져 버렸지 뭡니까. 덕분에 재수 판정.
여하튼, 그 사실이 졸업식 얼마 전에야 통보가 되어 심통이 나기도 해서 밀어버린 머리입니다. 다들
정장 입고 있는데 혼자 교복 입고 있는 것도 심통이 나서지요.
원래는 졸업식도 안 가려고 했었는데, 교단에 올라가서 뭔 상인가를 타게 되는 바람에 억지춘향격
으로 가게 된 겁니다.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놓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기도 했고.
그래 우울한 심정으로 교단에 올라갔습니다. 교복에다 삭발이니 친구들이 웃기도 하고, 여하튼 복잡
한 기분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상을 주고선 포옹을 하시지 않고 대뜸 뽀뽀를 하셔서 대경실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는 추억이지요. 대학 한 번에 가신 분들은, 잠정적 재수 결정자들의 졸업식
날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냉랭한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원, 세상에. 생각도 하기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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